생존기

이혼의 미래

싱글맨 2024. 7. 28. 12:12
반응형

이혼은 이미 생활의 영역으로 들어선지 오래되었다. 이혼은 이미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지만, 이혼을 이상하게 보는 시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혼을 경험한 사람에 대한 판단을 이혼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내리고 있고, 그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이혼이 죽을만큼 힘든 것이냐, 아니면 이혼 자체가 죽은 것이냐



동시에 한국에서는 결혼 자체가 줄어들면서 이혼도 줄고 있다. 최근 결혼과 출생율이 조금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장기적인 추세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아직 의미가 없다. 결국 이혼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에 결혼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 되는 셈이고, 따라서 '이혼'이 키워드로서 MZ 세대에게는 낡은 개념이 되어 버린다. 20대 이하의 사람들에게 이혼은 내가 이혼의 당사자로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이혼을 통해 경험한 것으로 대개는 거리감이 있지만 부정적인 것으로 기억되는 키워드로 자리잡게 된다. 

이혼과 육아의 키워드가 연결될 것 같지만, 그것도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출생율 자체가 1 아래로 떨어진 이상 육아를 경험하는 사람들도 줄어들 것이고, 그 여파는 한 세대 이상 갈 것이다. 만약 어떤 이유로 기적적으로 출생율이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이혼'이 '육아'라는 키워드와 함께 살아날 확률은 크지 않다. 결국 앞으로 30년간, 결혼과 이혼에 대해서 상당히 피상적인 지식과 느낌만을 가지고 사회가 돌아가는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혼은 연예인들의 가십거리로, 뉴스로만 다루어지는 알려진 사람들이 걱정해야 할 일이 되는 것이고, 그건 이미 이혼을 둘러싼 2024년 현재의 뉴스와 돌싱글즈 같은 컨텐츠로 증명이 되고 있는 것처렁 보인다. 즉, '이혼'은 내가 소비하는 컨텐츠이고, 내가 경험할 생활은 아니다. '이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나 하는 것' 이라는 생각은 더 번질 것으로 예상한다. 덧붙여 국제 결혼이 늘어나는만큼 국제 결혼한 커플의 생활이 이미 컨텐츠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국제 결혼을 한 부부간의 이혼이 이혼혼과 관련된 연관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결혼과 이혼이 변화하는 것처럼, 키워드의 흥망성쇠도 계속된다. 

이혼을 놓고 국민국가의 개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국민 국가는 가족의 확장 개념으로 넒은 개념의 가족이나 민족의 실체가 국가라는 개념이 튼튼할수록 강해진다. 지정학적으로 긴장감이 높아지는 시기에 국민 국가의 개념이 외부의 압력이나 정권의 의도에 따라 부풀려지기는 하겠지만, 유권자가 느끼기에 그것이 얼마나 실체가 있는지 체감은 달라질 수 있다. '이 나라를 지키지 않으면, 내 가족, 내 자식이 당한다.'라는 의무감이 과연 유지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결혼이 무너졌다고 해서 이 개념까지 무너질지 장담할 수는 없고, 따라서 쉽게 예측할 수는 없다.

이혼남으로서 나의 경제 생활, 나의 문화 생활, 내가 손으로 하는 일과 교양의 수준, 남성으로서의 사회적 이미지 이런 것들이 관련 키워드로서 오히려 중요한 것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혼 자체를 해라 말아라, 이혼할 때 조심해야할 것, 이런 것들을 다룰 수는 있지만, 그건 이혼을 제삼자 관점에서 보는 이혼 전문 변호사에게 더 적합한 컨텐츠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도 이혼 이후의 생활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는 점, 이혼남으로서의 생활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이렇게 이혼이라는 키워드가 겪게 될 일을 생각해보면서도 이 블로그 자체의 의미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키워드의 의미가 달라지겠지만, 내가 겪은 이혼과 나와 아이들의 관계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떄문이다. 나의 생존 환경은 끝없이 바뀌지만, 내가 생존해야한다는 당위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