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제발 두괄식으로 말해라

싱글맨 2024. 7. 2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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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말하는 방식은 틀려먹었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싶다고 대화를 요구하면서 말하는 화법이 틀려먹었단 말이다. 누군가 당신의 얘기를 들어주기를 원한다면, 자기 마음을 알아달라고 말하고 싶은 거라면, 듣는 사람을 배려해라. 뭐가 문젠지 빨리 알아차릴 수 있게 포인트가 뭔지를 한 번에 알 수 있는 화법을 써야 한다. 

누군가 당신의 마음을 알아줄 의무는 없다. 설령 그게 자식이고 부모고, 연인이거나 부부여도 말이다. 당신의 얘기를 듣고 있을만큼 한가한 사람은 없다.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이 당신의 얘기를 들을 의도가 아예 없다는게 아니라, 그들이 당신의 얘기를 들어줄 시간을 허용했다면, 당신은 그 시간을 알차게 써야 한단 얘기다.

부부가 청약을 알아보고 있고, 원하는 지역을 알아보기 위해 두 사람중 한 사람이 그 지역을 가봤다고 가정하다. 그리고 임장을 한 사람과 임장의 결과를 듣는 사람이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려는 상황이라면 어떤 대화가 이루어져야 할까. 목적에 따라 세부적인 순서는 다르겠지만, 임장을 갔던 지역에 대한 총평과 매수/전세/월세 가격을 먼저 빠르게 얘기하고, 그 지역의 시세가 부부가 원하는 가격대와 맞는지를 먼저 논해야 한다. 나머지는 다 세부사항이고 별도로 얘기해도 관계 없다. 임장갈 떄 탔던 지하철에서 내릴 때부터 발생한 사건이나 만난 사람들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은, 갈 때가 다 된 노인네의 화법이다.

부모가 자식을 교육시킬 때도 마찬가지다. 얘기를 안 했으면 안 했지, 뭔가 얘기를 할거라면 포인트를 빠르게 얘기하고 아이의 시간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안 된다. 그렇게 시간을 길게 끌고 가봐야 집중력만 떨어질 뿐이다. 만약 반대의 경우라면, 즉, 자식이 부모에게 뭔가 이야기를 하는 경우라면, 이 때 부모는 끈기를 가지고 들어야 하겠지만. 아마 이게 거의 유일한 허용 사례가 아닐까. 

연인 간의 대화로 가끔 짤이나 코미디의 소재로 사용되는 '뭐가 미안한데.' 가 대표적인, 상대방의 시간을 이기적으로 낭비하는 사례다. 만약 이 따위 화법을 자꾸 구사하고 답답한 상황이 흔하게 벌어진다면, 당장 헤어져라. 당신의 시간보다 더 가치가 있는 여자는 없다. 평소에 간략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끼리, 뭔가 분위기를 따지고 조심스러움을 가지고 얘기할 때 효과적인 연인 관계의 대화가 되지 않겠나. 연인 사이에서도 이게 안 되면, 부부가 되었을 때 물먹은 솜같은 말의 무게를 다 감당하면서 살 수 있겠는가. 

제발 두괄식으로 말해라. '~ 해서 아주 언짢았다.', '아빠는 우리 딸이 너무 눈이 나빠질까봐 걱정이다.', '이문동에 알아본 아파트의 시세는 얼마이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 했다.' 이렇게 처음부터 얘기를 하란 말이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말이 핑계가 되면 안 된다. 그건 대화가 아니라, 주절거림에 불과하다. 그런 화법을 강요하는 것은 파트너 화자가 잘 들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시간 소모를 강요하여 관계에서 심리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악의에 찬 시도에 불과하다. 자동으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제발 드러내놓고 두괄식으로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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