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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대전쟁

지금까지 쌓아놓은 각종 무기들의 화력을 전부 합산하면 3차대전이 일어났어도 이상할 게 없다. 무슨 국제정세 같은 얘기를 하는게 아니라 아이들이 보유한 로봇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들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시즌'은 아이들을 상대로한 방위산업체들의 대목이다. 지구를 지킬 대량의 로봇을 사들여야 하는 임무가 아빠와 엄마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 시즌에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방위사업청이 된다. 이혼남인 내가 어릴 때부터 지구를 구하는 쫄쫄이를 입은 영웅들은 항상 외계인들로부터 지구를 구해왔다. 후레쉬맨과 독수리오형제부터 파워레인저를 거쳐 현대의 미니특공대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역사는 유구하다. 역사가 유구한만큼 그 색깔이 잘 변하지 않는다. 빨강, 파랑, 노랑, 분홍, 초록. 미니특공대에 와서는 초록색이 2군..

생존기 2021.12.26

아빠 몸 만들기 (2022년 새해 목표)

이제 초등학교 입학이 머지 않았다. 요새도 초등학교 체육대회가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어린이집도 분명히 아빠 참여 수업이 있을텐데 코로나로 나는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다. 아직 아들 녀석이 아주 어렸을 때 한 번 갔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빠들이 참여하는 초등학교 체육대회는 짐작컨대 목숨을 건 경기일 것이다. 아이들이 보고 있는 자리에서의 경기는 아빠들에게 올림픽이다. 이제 나도 1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 참여하는 마음으로 몸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몸으로는 무리다. 이전 글에도 썼지만, 아빠 곰은 뚱뚱하면 죽는다. 이제 그만 처먹을 때도 되었다. (이건 나한테 하는 말이다.) 아빠의 경쟁력 있는 모습만큼 교육적인 플러스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억지로 말해서 가르치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

생존기 2021.12.26

너희들이 원하는 것을 잘 할 수 있다. 너희들이 원한다면.

딸과 아들에게, 아빠는 일을 한다. 일을 시작하는 아침마다 의문은 있다. 어느 날 아침은 일이 풀리면서 높은 효능감에 기분이 좋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아빠 나이가 되서 아직도 이런 수준이라 좌절하기도 한다. 실수, 불운, 방해받는 느낌이 합쳐질 때 힘들지. 너희 어린이들에게 곱게 포장된 말을 가르치는 경우가 있다. '너희들은 뭐든지 될 수 있다.' 라고. 이 말은......선의에서 하는 말임을 감안하면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엄밀히는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 너희들이 뭐든지 될 수 있다는 말은 너희들의 잠재성, 아직 어리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을 강조하는 덧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나이를 먹고 너희들도 스무살 서른살이 되면 너희들은 건택을 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지. 나의 아들과 딸..

딸과 아들에게 2021.12.22

별거의 공간, 독립의 공간 - 매년 7만세대의 부동산 수요가 발생하는 이유: 이혼

막상 별거를 시작하면 갈 곳이 있는가? 한 번 스스로에게 해볼만 한 질문이다. 원칙적으로 항상 백업이 있는 것이 좋지만. 집을 여러채 가지고 있기는 어렵기 때문에 뭔가 대책은 있어야 한다. 자녀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별거를 시작한 상태에서 이혼을 앞 둔 남자가 집을 자기 공간으로 지키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OECD 2019년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조이혼율은 1000명당 2.1명, 환산하면 하루에 300쌍의 부부가 헤어진다. 무주택 혹은 유주택 여부와 관계없이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하루에 300명이 새로운 집을 찾아야 한다. 한 달에 가정법원이 일하는 날 20일, 그러면 한 달에 6000명이 새로운 집을 찾아야 한다. 일년이면 7만 2천명이 새로운 집을 찾아야 한다. 이건 ..

생존기 2021.12.21

눈이 오는 날 함께 하지 못해서 아빠가 미안하다.

아들과 딸에게, 눈이 많이 오는 날이지? 오늘 같은 날 아빠가 너희들과 함게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눈이 온 놀이터에서 아빠와 함께 노는 다른 아이들을 볼 때마다 너희들 생각이 난다. 이런 날 아빠가 너희들과 놀아줘야 하는데, 아빠가 곁에 있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 대신 아빠랑은 크리스마스에 만나기로 했어요, 만약 그 날도 눈이 오면 너희들과 꼭 눈사람을 만들게. 아빠는 너희들과 평생 몇 번이나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까. 사랑한다. 아빠가.

딸과 아들에게 2021.12.18

양육비 part II: 양육비 소득공제 혹은 세액공제 (feat. 세제혜택과 대출)

현행법상 양육비 지급분에 대한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같은 세제혜택은 없다. 올해(2021년) 5월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자발적으로 지급하는 양육비에 대하여 양육비의 50%, 연 1000만원 한도까지 근로소득에서 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의 처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결과는 잘 모르겠다. 다만, 9월말 발표된 정부 예산안에는 저소득 한부모가정 지원대상으로 선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30%까지의 소득공제를 해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저소득 한부모가정에 대한 이러한 세제혜택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세제혜택은 저소득 가정에 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양육권을 가진 부모에게만 지원하는 방식으로 양육권이 없는 부모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앞으로도 양육권이 없..

생존기 2021.12.17

양육비 part I: 이혼할 때 양육비 설정방법

합의이혼이나 조정신청을 통해 이혼하면서 자녀가 있을 경우 양육비 설정을 하게 된다. 이건 아주아주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다. 여기서 잠깐, 이전에 나왔던 얘기를 한 번 반복하면, 친권 여부와 별개로 가정법원에서는 양육비 설정이 합의되지 않은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가정법원의 이해 관계가 출산율 (혹은 출생율)이 저하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부부 관계와 가정의 보호에 있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당장 인구 감소가 눈 앞인 시점에서 일단 출생한 유아 청소년의 생계에 대한 최대한의 보장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정법원의 임무이다. 이건 잘못된게 아니라 당연한 거다. 다만, 가정법원의 존재를 가정을 보호하고 원만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데 봉사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처음 변호사를..

생존기 2021.12.15

항상 카카오톡이 문제다.

이미 다른 메신저를 쓰거나 뭔가 방법을 강구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보통 항상 문제가 발생하는 시발점이 카카오톡이다. 카카오톡이 메신저로서 갖는 문제점은 여러가지가 있다. 사실상 전화번호가 주민등록번호로 기능하는 한국에서 모바일 기기 하나당 하나의 계정만 쓸 수 있는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가 되어 있다. 어지간해서 문자로 메세지를 주고 받는 경우가 적어졌고, 카카오톡에는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블로그나 페이스북이 없는 사람들도 카카오톡은 쓰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소셜미디어라고 볼 수 있다. 카카오톡에 화면잠금과 비밀번호가 걸리는 것이 시작이다. 문제는 카카오톡의 내용이 아니라 비밀번호가 걸렸다는 사실이다. 의심은 배우자의 가장 중요한 소셜미디어를 열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동의 없이 휴대전..

생존기 2021.12.11

영상 통화로라도 자주 만나자.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너희가 자가격리중이어서 걱정이 크지만, 평일에도 통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아빠에게 크나큰 즐거움이었다. 식사 시간에 잠깐 시간을 내어 너희들과 영상 통화를 하고 너희들이 좋아하는 로봇을 보고 무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너희들은 아빠가 옆에 있는 것처럼, 먹을 게 있을 때 '아빠 이것 좀 잡아봐요~', '아빠 나좀 들어줘요~' 하면서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빠는 휴대전화 속에만 있는 아빠로 남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너희들은 마치 아빠가 옆에 있는 것처럼 아빠에게 웃어줬단다. 큰 증상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너희들이 기특하고 많이 보고싶다. 너희들을 아끼는 마음을 담아 눈시울을 붉히며 이 블로그에 너희들에게 편지를 써 본다. 지금 너희들이 겪고 있는 전염병에 대..

딸과 아들에게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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