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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264

이혼남, 돈이 전부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50만원 정기적금을 하는 것도 전처는 싫어했다. 자기한테 모든 경제권을 넘기라는 얘기였다. 이혼 전 잠깐 별거를 하면서 정말 절망했던 것은 내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급여 계좌에 전처의 전화번호가 자동 문자발송 등록이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공인인증서 USB를 넘겼던 내 잘못이다. 어쩐지 일년에 한 번 상여금이 들어올 때마다 아내에게 1분 안에 연락이 왔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한 쪽이 돈을 관리한다고 해도 서로의 실명계좌에 대한 접근은 서로 동의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상식적이다. 서로 합의가 된 상태에서 공인인증서도 공유하는 커플을 본 적도 있지만, 정작 나는 전처의 계좌를 본 적이 없다. 내 급여와 상여금은 전부 전처에게 들어가는데, 맞벌이를 하던 전처의..

생존기 2021.11.13

싸움을 피하지 말아라.

아들에게, 지난 번에 아빠 집에 놀러왔을 때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어떤 녀석이 갑자기 나타나서 정글짐에 있는 공간을 다 독차지하겠다고 했을 때, 너는 잠깐 반발하다가 이내 울음을 터뜨리고 정글짐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아빠는 너를 불러세워 말했다. '너 왜 울면서 도망가냐?', '잘 모르는 녀석이 너한테 갑자기 못되게 굴면 도망갈거냐?' 라고 너한테 물었다. 그리고 '다시 들어가.', '(정글짐으로) 들어가서 싸워.' 라고 했다. 너는 이내 모래판으로 다시 진입했고, 성질 나쁜 그 녀석을 밀어 놀이터에서 격퇴했다. 잘했다. 아빠는 네가 그 녀석을 이상하게 생각해서 '에이 여기서 안 놀아야지' 하고, 조용히 스스로 물러나 다른 곳에서 놀았다면 네게 싸우라고 안..

딸과 아들에게 2021.11.13

이혼을 앞 둔 이에게: 내가 살아야 아이들이 산다.

아이들때문에 이혼을 안 한다는 건 그냥 게으르다는 증거입니다. 이혼을 고려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면서 본인의 미래를 아이들 핑계를 대고 나중에 미루었다가 결정하겠다는 게으름의 결정판이죠. 저와 비슷한 시기에 이혼을 겪은 사례들을 듣게 될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표면적으로라도 이혼하지 않고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아이들을 번갈아 돌본다든지 애매한 해결책을 가지고 문제를 회피하려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비행기가 추락을 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 대해서도 본인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쓰고 옆자리의 노약자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우라고 합니다. 자식을 생각해서 이혼을 하지 않겠다는 건 나는 산소마스크도 안 쓰고, 자식에게 먼저 산소마스크를 씌우겠다는 태도입니다. 이미 이혼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 당사자 본인..

생존기 2021.11.13

이혼 절차의 시작: 변호사 선임 주의사항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이혼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려면 까불지 말고 변호사와 상의해야 한다. (인생을 걸어야하는, 결혼보다 중요한 일에 상담비용 10만원을 아끼려는 것은 내 인생의 가격을 너무 싸게 후려치는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았다.) 변호사는 사실 그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비용은 대개 거의 일괄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굳이 물건 사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견적을 받을 필요가 없다. (물론 잘 알아보면 더 싸게 해주겠다는 변호사나 로펌이 있기는 하겠지만, 가격을 싸게 부르는 변호사와 당신의 인생을 두고 상담하고 싶은가?) 그냥 검색해서 눈에 띄는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하고 상담시간을 잡으면 된다. 하지만 얘기하고 싶은 주의사항은 이게 아니다. 흔히 하는 실수들은 대개 두 가지: ..

생존기 2021.09.26

나는 처가의 청지기가 되기를 거부했다.

굳이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이 아니어도 배우자가 이혼상대자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명절의 의미는 완전히 퇴색했다. 결혼한 사이가 아니더라도 가족간에 받는 명절 스트레스는 상당하고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일에 불과하다. 명절 증후군으로 고통받는 것은 20년전에는 주로 여성이었지만, 최근에는 성인 남성과 청소년도 포함되는 것이 현실이다. 언제 대학가니, 언제 취직하니, 언제 결혼할래 같은 지극히 꼰대스러운 단어들을 가족의 사랑으로 포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뿐. 처가에 가면 대개 이런저런 먹을 것들을 가지고 와서 먹인다. 별로 생산하는 것도 없는 사람들이 자꾸 먹기만 하면서 쓸데없는 것들을 물어본다. 자기결정권이라고는 없는 배우자의 아버지, 그렇다고 자식들이 크게 존경하지도 않는 것 같은 모습은 ..

생존기 2021.09.20

이혼: '금쪽같은 내 새끼'를 건 가장 큰 결정 (feat. 자녀교육 안내 프로그램 @가정법원)

아이들이 없는 경우, 의외로 이혼은 쉬울 수도 있습니다. 이혼을 망설이게 되는 가장 주된 이유중의 하나가 아이들입니다. 이건 단순히 이혼의 조건이나 이혼 이후의 생활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혼을 하게 되면 아이들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고, 특히 한 쪽은 반드시 아이들과 떨어져서 살게 됩니다. 그래서 친권과 양육권에 대해서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아이들 때문에 되도록이면 합의 이혼을 하려고 한다거나 이혼 과정과 결과상의 불리함을 감내하고서라도 아이들을 최대한 만나려고 하게 됩니다. 아이 혹은 아이들에 대한 결정은 이혼을 결심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2020년 코로나 사태를 전후하여 이혼한 경우에 방역수칙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원래 예정된 스케줄대로 아이들을 만나지 못한 경우도 있을..

생존기 2021.09.08

이미 완벽한 너희들

아들 그리고 딸에게. 어제는 아빠가 좀 다쳤구나, 괜찮다. 너희들과 만날 때 조금 다칠 수도 있고, 아빠는 괜찮다. 예전의 아빠는 그런 일에 괜찮지 못한 못난 아빠였지만, 지금은 아니란다. 딸, 어제 아빠가 많이 아팠던 곳은 까진 무릎이나 다친 손가락이 아니라 아빠의 마음이었단다. 네가 벌써 마음을 다친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서고, 아빠가 너를 다치게 할만큼 충분히 강하지 못했던게 아닌가해서. 아빠를 넘어지게 했다고 해서 아빠한테 미안해할 필요는 없단다. 아빠랑 있을 때 뭔가 원하지 않는 일이 생겼다고 해도 그건 너의 탓이 아니란다. 또 하나, 책을 읽고 공부 열심해야 공주님이 되는 것은 아니란다. 딸아, 분명히 알아두거라. 너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이란다. 처음부터 훌륭한 사람이었단다. 지금부..

딸과 아들에게 2021.09.03

연예인들이 조정신청으로 이혼하는 이유 (3가지 형식: 합의, 소송, 그리고 조정신청)

이유가 무엇이건 이혼을 결정했고, 정식 절차를 시작하고자 한다면 형식적으로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경고: 저는 이혼경험이 있을 뿐, 이혼을 전문으로 하는 법조인이 아니며, 이혼에 대한 모든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혼 절차에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합의, 소송, 조정신청이 바로 그 세 가지 옵션입니다. (기술적인, 법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하지 말까도 생각했으나, 후에 이혼에 대해서 생각해볼 많은 것들에 필요한 기본적인 용어이기도 해서 간단히 정리합니다.) 자세한 법적 용어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아보시고 필요한 경우 법조인과 상담하십시오. 요약해서 저 세 가지 옵션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간단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울러 이혼의 핵심은 서로의 서로에 대한 감..

생존기 2021.09.02

'이혼' 블로그 - 3가지 태도

블로그 주제로 '이혼'을 다루면서 몇 가지 제가 기본으로 하고 있는 태도와 관점에 대해서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이 블로그의 취지는 어쩔 수 없이 이혼을 겪게 되는 경우에 실제로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그 이후의 삶에 어떤 영향이 있고, 어떻게 삶을 살아나가는지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블로그 주인은 이혼을 권하는 사람이 아니고, 이혼과 결혼에 대한 컨설팅을 하지 않으며, 이혼전문변호사가 아니다. 나는 그냥 이혼을 경험한 사람일 뿐이다. 이 블로그의 이혼에 대한 3가지 태도를 미리 밝혀둔다. 1. 결혼을 깎아내리거나 기혼자를 비하하려는 의도나 목적이 없다. '부럽고 보기좋다' 가 나의 반응이다. 결혼 생활을 잘 하고 있는 사람들은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 부럽다. 다만, 나도 이혼을 겪었고..

생존기 2021.08.19

이혼상대자와 합리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려라. (feat. 변호사의 필요성)

이혼을 경험하면서, '그래도 같이 살아온 세월이 있고, 아이들도 있는데 얘기를 해보면 이런 건 합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실정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을 위한 일이니 대화로 해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에 불과하다. 설령 아주 작은 문제라도. 그런 일이 가능했다면 애초에 이혼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중에 일이 다 끝나고 나면 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했네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혼을 준비하는데 그런 나이브한 생각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신이 이혼을 해야하는 상황까지 온 이유는 결혼이 법적인 계약이라는 것을 무시하고 결혼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결혼과 이혼은 법적인 계약과 절차이고 가정법과 민사, 형사, 민사소송, 형사소송법의 관할권 ..

생존기 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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