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양육비 part I: 이혼할 때 양육비 설정방법

싱글맨 2021. 12. 1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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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이혼이나 조정신청을 통해 이혼하면서 자녀가 있을 경우 양육비 설정을 하게 된다. 이건 아주아주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다. 

여기서 잠깐, 이전에 나왔던 얘기를 한 번 반복하면,
친권 여부와 별개로 가정법원에서는 양육비 설정이 합의되지 않은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가정법원의 이해 관계가 출산율 (혹은 출생율)이 저하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부부 관계와 가정의 보호에 있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당장 인구 감소가 눈 앞인 시점에서 일단 출생한 유아 청소년의 생계에 대한 최대한의 보장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정법원의 임무이다. 이건 잘못된게 아니라 당연한 거다. 다만, 가정법원의 존재를 가정을 보호하고 원만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데 봉사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처음 변호사를 통해서 오가는 양육비 금액은 아마 대개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제시받을 것이다. 처음에 나도 내 세후 연봉의 1.5배를 양육비로 지급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변호사와 상의하기 전에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1. 줄 수 있는 만큼을 충분히 양육비로 지급한다.

양육비는 아까워할 성질의 비용은 아니다. 나는 아이들과 정상적으로 면접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원하고, 아이들의 원만한 생활과 학업을 바라기 때문에 줄 수 있는 한도내에서는 충분히 주는 것이 맞고 아까운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생활에 아빠가 기여한 건 뭐냐라는 반문이나 항의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연본수령액보다 많은 금액을 양육비로 지급하면 생활을 할 수 없다. 

이 부분은 사실 걱정할 필요가 없는게 양육비산정기준표가 작성되어 2017년 개정된 버전으로 운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가정법원에서 양육비 기준을 마련해두었다는 얘기다. 내가 처음 제시받은 양육비 합의 금액은 부부합산 소득 최고 구간이 자녀 1인당 지급 금액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나도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내 변호사는 그 금액을 보고 피식 웃어버렸다. 이런 건 조정이 가능하다. 지금 나는 연봉의 40~50%를 양육비로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이혼했다. 양육비산정기준표보다 약간 많은 금액이다. 

2. 양육비는 지급액보다 지급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양육비를 너무 높게 책정하면 아빠로서의 생활이 안 되고 저축과 투자를 할 수 없다. 이혼한 아빠도 아이들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는 존재 이상을 지향해야 한다. 그러려고 이혼한 것이 아닌가. 아이들이 법적으로 성인이 되기까지 꾸준한 양육비를 지급할 수 있어야 큰 기복없이 아이들이 자라날 수 있다. 최근에 알려진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의 이혼 중에는 양육비 금액을 본인의 벌이보다 너무 높게 설정하여 아이들에게 제 때 양육비를 지급하지 못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결혼전이거나 자녀 없이 이혼하는 경우라면 이게 좀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자녀를 두고 이혼하면서 양육비를 아껴보겠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그렇게 많지 않지 않을까.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고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대개 양육비를 아끼려는 경우는, 아예 면접교섭권을 포기하고 아이까지 완전히 등지려는 결혼일 때 생기는 일일 것으로 짐작한다. 

아무튼 조금 적은 금액이라도 일정한 양을 꾸준히 지급할 수 있는 것이 정말정말 중요하다. 내가 양육비를 지급했다고 해서 아빠로서의 모든 의무를 끝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건 아빠로서 최소한의 지급액이니까, 아빠로서 자랑스러울 수 있는 최소한의 자존심에 해당하는 금액을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커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자존심은 아이들의 미래를 망친다.  

참고로 양육비는 대개 아이들이 고등학교 졸업까지, 진학하면서 계속 일정 금액이 증액되는 형태로 구조가 짜여 있다. 다시 한 번 2017년 개정 양육비산정기준표를 검색하여 참고하기 바란다. 

양육비마저 변호사를 통해 법정에서 흥정하듯 합의로 결정하는 것에 거부감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혼은 현실이다. 양육비는 이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이혼당사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두 지점중 하나다. 변호사를 통해서 혹은 이혼상대자에게 직접 받은 이메일에 말도 안되는 금액이 적혀 있다고 흥분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양육권을 가져가는 쪽에서 양육비 요구액수가 너무 적거나 이 부분을 신경쓰지 않는다면, 적극적인 자녀 양육에의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고 양육권을 찾아오려고 해야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으니, 잘 고나찰하고 냉정하게 결정하길 추천한다.

아, 그리고 참고 하나 더. 가정법원에서 양육비산정기준표보다 적은 양육비 설정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부모 양측이 동의하면 막을 수는 없겠지만, 양육권을 한 쪽에서 가져가는 경우라면 기준표보다 적은 양육비 설정에는 당연히 반대할 것이다. (그런 당연한 걸 하라고 변호사를 고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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