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양육비 지급분에 대한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같은 세제혜택은 없다.
올해(2021년) 5월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자발적으로 지급하는 양육비에 대하여 양육비의 50%, 연 1000만원 한도까지 근로소득에서 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의 처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결과는 잘 모르겠다. 다만, 9월말 발표된 정부 예산안에는 저소득 한부모가정 지원대상으로 선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30%까지의 소득공제를 해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저소득 한부모가정에 대한 이러한 세제혜택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세제혜택은 저소득 가정에 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양육권을 가진 부모에게만 지원하는 방식으로 양육권이 없는 부모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앞으로도 양육권이 없는 부모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글에 쓰고 싶은 말은 이런 지원을 받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양육권 유무와 관계없이 과연 양육비를 소득공제를 받는 것이 과연 유리할까?
단순 세액공제라거나 소득액 자체가 줄어드는 형태로 기록에 남지 않는 것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정식 소득공제라면 엄밀히 소득액 자체가 적게 국세청에 신고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결코, 결코 소득공제를 받는 쪽에 유리한 것이 아니다. 왜일까?
받을 수 있는 대출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은 당신의 소득금액을 확인하고 채무 변제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한다. 국세청에 들어가는 소득 기록이 양육비만큼 깎여서 잡힌다면, 세금을 조금 덜 낼 수는 있어도 대출을 일으킬 수 있는 금액에 큰 한도가 생긴다.
각종 이유로 대출 규제를 강하게 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분위기를 보면 지금 잡히는 소득이 적게 잡히는 것이 결코 자산증식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양육비와 자산 증식을 엮어서 얘기하니 어색하거나 불경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지금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산증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소개된 소득공제 예시를 그대로 살펴보자.월 242만원의 2인 한부모가정이라고 했을 때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30% 소득공제 혜택으로 소득이 월 169만원으로 기록된다. 그러면 아동양육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때 기대되는 월 아동양육비는 월 20만원. 월 20만원을 세금없이 지원받으므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월 189만원이 되겠다. 다만, 소득은 그대로 169만원으로 기록된다.
소득이 월 169만원인 상태에서 내집마련을 위한 대출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받을 수 있는 대출금액의 총액은 월 242만원 소득일 때보다 줄어든다. 3억 대출에 한달 원리금 상환액이 100만원 정도이고, 알고 있겠지만 3억 대출로 살 수 있는 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2021년 12월 현재 금리는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만약 자산을 담보로한 대출이 아니라 신용대출을 받는다면 DSR (Debt Service Ratio) 규제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대출조건은 은행마다 다르고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항상 불리한 것은 아니지만, 가계대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소득에 맞추어 대출을 일으킬 수 있도록 금융권을 규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액이 줄어드는 것이 투자를 위한 자본 확보 차원에서는 좋은 일이 아니다.
저소득 상황이 아니라면 어렵겠지만 양육비를 감당해내고 남은 돈으로 투자를 해나가는 것이 좋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양육비 소득공제에 대해서 관심있게 지켜보고는 있지만 굳이 이런 세제혜택을 받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양육권은 일종의 채권이다. 양육비를 세금없이 받을 수 있는 권리, 그러므로 양육권자는 채권자에 해당하고, 양육비를 지급하는 자는 미래의 소득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한 채무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전 글인 part I에서 양육비를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얘기한 것이다. 변제능력 이상의 채권을 발행한 채무자가 아이들을 안정된 마음으로 만나는 것은 어렵다.
양육권자의 입장에서도 정부 지원을 섣불리 받는 것보다는 자신의 소득에 받은 양육비를 잘 받아 모은 금액으로 생활비와 저축+투자를 정부의 세제혜택 없이 해나가는 것이 자신과 아이들을 위한 자산증식을 하는데 더 유리할 수도 있다. 물론 '나는 대출없이 생활비만 아껴쓰고 살겠다. 내집마련없이 평생 무주택으로 살겠다'는 생각이면 꼭 저소득 한부모가정으로 지원받을 조건이 되는 경우 지원을 받길 바란다. 아이들을 위한 지원을 받는데 무엇이 문제겠는가.
자신의 재무상태를 잘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결정을 해야 한다 세제혜택이 있다면 그것이 나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따져보는 일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만약 양육비를 지급하고 있는 이혼남이라면 이런 종류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되기도 어려울 것이고, 별로 기대하지 않고 사는 것이 인생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결론: 아이들을 위한 이혼 후의 삶을 살고 싶다면, 돈이 전부다.
첨언: 단 양육비 소득공제 문제는 여전히 정책 변화중인 테마라, 조만간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위의 글은 2021년 12월 현재의 상황이고 앞으로 바뀔 만한 소지가 충분히 있는 내용이다.
'생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빠 몸 만들기 (2022년 새해 목표) (0) | 2021.12.26 |
---|---|
별거의 공간, 독립의 공간 - 매년 7만세대의 부동산 수요가 발생하는 이유: 이혼 (0) | 2021.12.21 |
양육비 part I: 이혼할 때 양육비 설정방법 (2) | 2021.12.15 |
항상 카카오톡이 문제다. (0) | 2021.12.11 |
아빠 곰은 뚱뚱하면 죽는다. (이혼남, 무조건 건강을 지켜야 하는 3가지 이유) (1) | 2021.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