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별거의 공간, 독립의 공간 - 매년 7만세대의 부동산 수요가 발생하는 이유: 이혼

싱글맨 2021. 12. 21. 23:57
반응형

막상 별거를 시작하면 갈 곳이 있는가?

한 번 스스로에게 해볼만 한 질문이다. 원칙적으로 항상 백업이 있는 것이 좋지만. 집을 여러채 가지고 있기는 어렵기 때문에 뭔가 대책은 있어야 한다. 자녀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별거를 시작한 상태에서 이혼을 앞 둔 남자가 집을 자기 공간으로 지키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OECD 2019년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조이혼율은 1000명당 2.1명, 환산하면 하루에 300쌍의 부부가 헤어진다. 무주택 혹은 유주택 여부와 관계없이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하루에 300명이 새로운 집을 찾아야 한다. 한 달에 가정법원이 일하는 날 20일, 그러면 한 달에 6000명이 새로운 집을 찾아야 한다. 일년이면 7만 2천명이 새로운 집을 찾아야 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헤어진 부부중 한 쪽만 새로운 집을 찾아야 한다는 가정하에 계산된 값이다. 최소한 일년에 7만 2천개의 별거의 공간이 필요하다.  

7만 2천 세대, 우수리 떼고 7만 세대라고 치자. 오피스텔이든 원룸이든 공간을 찾아야 한다. 굳이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이만한 공간을 전국적으로 찾는 것은 간단한 일은 분명히 아니다. 헬리오시티가 10,000 세대다. 별거의 공간은 단순히 별거의 공간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독립의 공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잠시 머물던 별거의 공간에서 더 좋은 거주 공간으로 이동하려는 수요는 항상 있다. 왜냐하면 이미 신혼집을 통해 한 번 주거 공간의 표준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사람은 익숙한 주거 수준을 되찾으려하기 마련이다. 헤어진 부부의 경제적인 수준에 따라 자기만의 공간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생활을 하고 자녀가 있었던 부부는 자녀들을 맞이하기 위한 보금자리가 필요하다. 

현실은 당연히 적대적이다. 집 값은 언제나 비싸고, 요즘들어 공급은 적다. 정부는 부동산 수요를 예측할 때 이혼에 의한 수요를 따져서 계산하지는 않는다. 일부 부동산 투자자들이 이혼 수요를 고려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신혼부부에 대한 주택 공급은 있어도 이혼자에 대한 배려는 법적으로 동의를 얻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원하진 않는다.) 당연히 정부 입장에선 신혼부부가 많아져야 한다. 그들이 아이를 낳아야 인구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결혼을 권장하고 가정법원을 통해서 양육비를 챙기려는 노력을 하는 이유는 세수인 인구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0.6 까지 내려가고 있다. 

정부가 원한다고 자신의 인생을 걸고 아이들을 낳아 길러야 할 의무는 없다. 자녀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기쁨은 큰 것이지만, 그것은 국가에 대한 의무때문에 이행해야 하는 미션이 아니라, 부부가 원해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여러가지 방법으로 결혼하지 않는 싱글에게 싱글 택스를 징수하고 있다. 연말정산에서 싱글이 얻는 혜택이 거의 없다는 것이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예다. 정부가 국민에게 7만 세대의 주택을 싸게 공급하지 않으므로,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아이를 낳아 길러야할 의무도 없다.

정부시스템이야 어찌되었든 이혼을 한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공간을 찾아내는 일이다. 건투를 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