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돌싱' 티비프로그램들

싱글맨 2021. 12. 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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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이혼 후에 바로 연애를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스스로를 돌아보는데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연애와 결혼이라는 사회적인 틀에서 자유로워진 것이 얼마나 큰 해방감을 주는데, 도대체 왜? 내가 왜 굳이 저 여자의 기분을 알려고 해야하지, 그게 실패해서, 싫어서 탈출했는데. 나 혼자 충만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만인가. 이혼으로 배운 것을 충분히 소화하기도 전에 왜 굳이 연애와 결혼을 해야하는가. 굳이 그 시장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돌아온 싱글'이라는 말을 줄인 '돌싱'이라는 단어가 이혼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편의상 쓰는 말일지는 몰라도, 경험한 사람에게 듣기 거북하다. (개인적으로 한국어든 영어든 말을 줄여서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방점은 '돌아온' 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싱글'에 있다. '싱글', '커플', 혹은 'single', 'taken'이라는 단어의 사용은 모든 사람이 연애 시장에 당연히 들어온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게 왜 당연한가.)

'돌싱'이라는 단어는 최근 티비프로그램에 과감하게 사용한다. 커플 프로그램은 유행이 지났고, 혼자 사는 걸 보여주는 것도 모자라 조금 더 과감하고 공격적인 컨텐츠 제작이 필요했겠지. 이런 '돌싱 티비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출연자들의 출연 결정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되게 여유롭고 시간이 남아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방송되는 돌싱들간의 연애 줄거리가 개연성도 없어보인다. 출연자들의 의도를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인연을 찾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돌싱' 출연자 중에는 아직 이혼 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은 출연자도 있었던 것 같다. 아직 이혼 서류에 서명도 안 한 사람이 애틋한 마음으로 아이들 생각에 때로는 눈물을 보이면서, 정작 자녀를 부모님께(?!) 맡기고 다시 연애와 결혼에 도전한다? 즉각적인 만족과 보상을 바라는 것이 사회의 분위기여서인가. 분명히 녹화 과정이 상당히 길기 때문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하긴, 이 출연을 계기로 연예계에 진출하려는 목적이라면, 결혼을 해야만 경제적으로 윤택해 지는 상황이라면 그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물론 사람이 꼭 무슨 이유가 있어서 어떤 일을 하는 것도 아니기때문에, 그냥 나가보자라는 마음으로 출연했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건 나라면 했을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일부 이혼을 경험한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그들의 직업이 연예인이고 방송인이니까 덜 부담스럽다.

나는 시간이 별로 없다. 지금 내겐 아직 생존이 중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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