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 관점에서 부동산을 부부 공동명의로 하라는 조언을 많이 듣는다. 지금 아무런 문제가 없고 세금만 생각하면 이건 분명히 옳은 재테크 조언이다.
그러나, 거기엔 조건이 붙는다.
실거주하는 자가 주택 한 채에 대한 부부 공동명의를 유지하는 조건은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헤어지지 않는다는데서 출발한다. (물론, 나는 너무 부자여서 집 한 채 있는거 그냥 내껄로 안해도 된다는 근거가 있는 분들에겐 상관 없는 얘기다.)
대개의 경우, 부부에게 이 집은 거의 이 부부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재산일 가능성이 높다. 누구의 청약통장이었는지, 아니면 누구 명의로 대출을 받았고, 누가 실제로 주택담보대출금을 상환했는지에 대해서는 잠시 접어두고, 소유권 명의와 부부라는 관계에 대해서만 생각해보자. 만약 부부가 이혼할 경우, 이 주택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실질적인 기여 금액에 따라 재판부에서 재산분할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 싸움은 오래갈 것이다.
부동산은 덩어리가 큰 재산이기 때문에, 이게 거의 유일한 재산이라면 양쪽 모두 양보하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실질적인 기여분에 대해서 양쪽 모두 최대한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려고 할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법정에서 싸움이 길어지는 이유는 유책사유 같은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국내의 이혼재판에서는 어차피 위자료 상한 금액이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집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누가 들어가 살 것인가. 아니면 절망 소유권을 절반으로 나눌 것인가.
이 지점에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완전히 재산형성 기여분이 9:1이나 10:0이 아니면 (그렇게 인정받기도 쉽지 않지만) 양육권자에게 집이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대출 상환액이 남아 있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이 부분은 나도 잘 모르니 이혼법률전문가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재산이라고 하나 가지고 있는 것을 공동명의로 해놓았을 경우, 만약 당신이 배우자와 헤어지게 되면 그 집은 날아간다. 당신의 인생에 남은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집이 결혼생활의 종말과 함께 부분 혹은 전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공동명의로 하지 않고 단독 명의를 유지한다고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순히 절세의 관점에서 부부 공동명의로 부동산 등기권리증을 뽑을 생각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하길 강력히 권장한다. 당신이 이 집을 넘겨주고 더 늦은 나이에 이혼하게 될수록 당신의 노후는 안전하지 못하다.
차라리 다주택자가 되기를 권한다. 부부가 공동명의로 두 채를 가지고 있다면 세금을 낼 지언정 갈라섰을 때 그나마 깔끔하게 나눠가질 수 있다. 아예 세 채 이상이라면 거기서부터는 조금 다른 게임이 된다. 하지만 부부합산 1주택이 갈라설 경우,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주 지저분해지는 경우, 이혼으로 남남이 공유하게 된 주택을 공유물 분할을 위한 경매로 집어 넣어야 할 수도 있다. 가정법원에서 재산분할이 제대로 되면 이런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지만.
재산 혹은 부동산 문제를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주요한 논점은 당신의 유일한 재산을 공유해도 될만큼 당신의 배우자를 신뢰하느냐이다. 청약이든 매매든 집을 구할 때는 일단 세금에 유리하다니까 공동명의로 하자, 이런 식으로 빨리빨리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분명히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1. 당신의 배우자를 신뢰합니까?
2. 확실한가요?
이런 질문을 반드시 해야하는 이유는 통계가 부부의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혼율이 50%에 육박하는 것은 이미 현실이다. 굳이 유명인의 예를 들자면,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CEO, 일론 머스크 같은 돈 많은 사람들도 이혼을 피해가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은 이혼 후 수백억씩 재산분할에 위자료까지 지급해도 돈이 남는 사람들이니까 괜찮다. 평범한 사람이면 이건 생사의 문제가 된다. 당장 이혼 후에 들어가 살 집부터 구해야 한다.
나의 이혼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런 불리한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결혼하기 2년전에 이미 단독명의로 주택을 소유하고, 나의 100% 재산형성 기여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결혼할 것. 내가 주택을 소유권자가 아닌 상태로 결혼을 한다면, 이혼을 해도 내가 주거를 해결할 수 있을만큼의 재력과 저축액을 확보하고 결혼할 것. 이게 답니다. 여기까지쓰고 나니, 우리나라의 결혼이 줄어들고 만혼이 많아지는 현상이 이해가 간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테니까.
부동산 재테크 고수들이 부부가 함께 돈을 모아 집을 사면 훨씬 수월하게 모아 내집마련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부동산 강사나 유튜버 중에 몇 년 뒤에 이혼하지 않고 부부 관계를 몇 명이 유지하고 있을 것인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게 아니다. 부부가 백년해로하는 확률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 통계적 사실임을 알고 결정하자.
덧붙이는 말: 이 글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면 무조건 아파트 단독명의를 고집하라는 말처럼 읽을 수가 있는데, 본인이 재산형성에 기여한 바가 적고 배우자의 훨씬 기여분이 많다면 그 부동산의 명의에 대해서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결혼했더라도 자기 자신의 자산 형성을 자기가 책임지는 태도를 같는 것이 어른스러운 태도라고 본다.
'생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만한다면 결혼하지 말자. (0) | 2021.12.07 |
---|---|
'돌싱' 티비프로그램들 (0) | 2021.12.05 |
이혼남, 돈이 전부다. (1) | 2021.11.13 |
이혼을 앞 둔 이에게: 내가 살아야 아이들이 산다. (0) | 2021.11.13 |
이혼 절차의 시작: 변호사 선임 주의사항 (0) | 2021.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