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이혼을 앞 둔 이에게: 내가 살아야 아이들이 산다.

싱글맨 2021. 11. 1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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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때문에 이혼을 안 한다는 건 그냥 게으르다는 증거입니다. 이혼을 고려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면서 본인의 미래를 아이들 핑계를 대고 나중에 미루었다가 결정하겠다는 게으름의 결정판이죠. 저와 비슷한 시기에 이혼을 겪은 사례들을 듣게 될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표면적으로라도 이혼하지 않고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아이들을 번갈아 돌본다든지 애매한 해결책을 가지고 문제를 회피하려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비행기가 추락을 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 대해서도 본인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쓰고 옆자리의 노약자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우라고 합니다. 자식을 생각해서 이혼을 하지 않겠다는 건 나는 산소마스크도 안 쓰고, 자식에게 먼저 산소마스크를 씌우겠다는 태도입니다.

이미 이혼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 당사자 본인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 심각한 위험에 처했음을 의미합니다. 이혼을 하지 않고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자식의 안녕을 바랄 수는 없습니다. 부모사이의 불편한 관계는 결혼생활이 유지되어도 자식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부부가 싸우는 것을 자식에게 계속 노출시키는 것보다 적절한 시기에 자식에게 왜 헤어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소중한 아이의 인생은 그 아이만의 것이듯이, 당신이 살아있어야 그 소중한 아이를 지킬 수 있습니다. 이혼이 그렇게 생과 사의 문제인가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Yes"입니다. 이혼은 생과 사의 문제입니다. (그런 질문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결혼 자체를 대충 생각하고 실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겪은 이혼을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혼을 하고 나서 면접교섭권을 절대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멀어지는 순간, 당신은 아이들에게서 매장당합니다. 전 배우자를 악마화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습니다. 이혼 자체를 변명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혼이 살면서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고, 아이들이 결혼을 생각할 때 부모의 사례를 되새김질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라는 의미입니다. 상황에 따라 의사전달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당신이 이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자식 교육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혼을 통해서 해로운 결혼생활에서 벗어났지만, 제 아이들은 아직도 그 해로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자기결정권을 포기한 생활, 상식과 예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숨막히는 환경에서 아이들은 자라게 될 것입니다. 아빠가 그런 환경에서 벗어나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훌륭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자산이 된다고 믿습니다. 제 목적은 엄마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가르치는게 아니라,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결정권을 포기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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