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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곰은 뚱뚱하면 죽는다. (이혼남, 무조건 건강을 지켜야 하는 3가지 이유)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 곰도 뚱뚱해, 아기 곰은 너무 뚱뚱해......' 곰 세 마리 가사를 바꿔 불렀다가 전처에게 처맞은 적이 있다. 그 때는 부부 사이에 크게 문제가 없었고, 장난으로 부른 번안 가사의 동요였지만, 사실 한 번 쯤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182 cm 정도의 키 때문에 멀쩡한 것 같지만, 조금만 먹어도 몸무게가 늘어나고 건강이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 해가 바뀜과 함께 본격적인 40대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몸이 고장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머저리 같은 상사는 면담을 한답시고 시간까먹으면서 '괜찮아, 원래 나이들면 조금씩 망가져...' 같은 하나마나한 소리를 위로랍시고 하고 있는데, 지금 그런 영양가 없는 말에 귀를 기울일 시간이 없다. 이혼남에게 몸을 방치하..

생존기 2021.12.10

사랑만한다면 결혼하지 말자.

사랑한다면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결혼은 사랑에 일정 부분 해롭다. '결혼을 후회하는가?' 이 질문을 나한테 누군가한다면, 내 대답은 '아니오'이다. 여러가지 결혼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음에도 결혼을 감행한 결과 지금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부모의 아이들이 소중한 것처럼, 아이들과 세상에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결혼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후회가 되는 것은 내가 준비된 아빠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 댓가로 나는 이혼이라는 법적 절차를 통해 두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의 양육비 일정액을 매월 지급할 책임과, 한 달에 두 번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취득했다. 이런 대답의 끝에는 바로 다음 질문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결혼을 해야하는 이유는 무..

생존기 2021.12.07

입학

딸에게, 이제 곧 학교에 들어가겠구나. 딸아, 학교에서 배울 건 국어, 영어, 수학 같은게 아니다. 그건 어차피 배우게 될테고, 가장 덜 중요한 것이다. 아빠가 늘 말해왔듯이 너희들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완성되어 있다. 학교에서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 남에게 배울 점을 잘 관찰하길 바란다. 다른 친구들과 너와의 차이점을 찾아내는 방식이 조금씩 너의 모습을 만들어 갈거다. (평소 네가 잘 모르는 동네 아이들을 몰고 다니면서 노는 걸 볼 때, 이것도 사실 아빠가 말하지 않아도 잘 하리라고 본다.) 네가 아주 어렸었던 시절 F-14 전투기가 하늘을 나오는 장면을 볼 때마다 네가 '우~~~아~~~' 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이집에서부터 대학까지 네가 교과서로 배우는 것들은 대개 쓸모없는 것들이다. 사람은..

딸과 아들에게 2021.12.06

'돌싱' 티비프로그램들

나라면 이혼 후에 바로 연애를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스스로를 돌아보는데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연애와 결혼이라는 사회적인 틀에서 자유로워진 것이 얼마나 큰 해방감을 주는데, 도대체 왜? 내가 왜 굳이 저 여자의 기분을 알려고 해야하지, 그게 실패해서, 싫어서 탈출했는데. 나 혼자 충만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만인가. 이혼으로 배운 것을 충분히 소화하기도 전에 왜 굳이 연애와 결혼을 해야하는가. 굳이 그 시장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돌아온 싱글'이라는 말을 줄인 '돌싱'이라는 단어가 이혼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편의상 쓰는 말일지는 몰라도, 경험한 사람에게 듣기 거북하다. (개인적으로 한국어든 영어든 말을 줄여서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방점은 '돌아온' 에 있는 것이..

생존기 2021.12.05

아파트 부부 공동명의, 자신있는 사람에게만 권한다

절세 관점에서 부동산을 부부 공동명의로 하라는 조언을 많이 듣는다. 지금 아무런 문제가 없고 세금만 생각하면 이건 분명히 옳은 재테크 조언이다. 그러나, 거기엔 조건이 붙는다. 실거주하는 자가 주택 한 채에 대한 부부 공동명의를 유지하는 조건은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헤어지지 않는다는데서 출발한다. (물론, 나는 너무 부자여서 집 한 채 있는거 그냥 내껄로 안해도 된다는 근거가 있는 분들에겐 상관 없는 얘기다.) 대개의 경우, 부부에게 이 집은 거의 이 부부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재산일 가능성이 높다. 누구의 청약통장이었는지, 아니면 누구 명의로 대출을 받았고, 누가 실제로 주택담보대출금을 상환했는지에 대해서는 잠시 접어두고, 소유권 명의와 부부라는 관계에 대해서만 생각해보자. 만약 부부가 이혼할 경우,..

생존기 2021.12.03

코로나 확진, 일년에 26번밖에 못 만나는 애기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어제 너희들의 코로나 확진 소식을 전해들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아빠는 저녁에 전활걸었어. 아빠랑 며칠 전에 다시 영상통화를 했지? 아빠 가슴이 찢어진다. 어린이집이 뚫린 것을 어찌하겠느냐. 다행히 전화기 너머로 보이는 너희 모습이 그래도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다. 엄마랑 처음 헤어지자 마자 겨울부터 전염병의 영향권에 들어갔고, 너희들과 면접 기회를 이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가질 수 없었다. 그래도 2년 조금 안 되는 기간동안 잘 버텨왔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에 아빠가 많이 슬퍼. 우리 아가들이 걱정되고, 혹시 증상이 조금이라도 심해지지 않을까 불안한 생각이 들어 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 다음 마음이 아픈 건 또다시 일정기간동안 너희들을 볼 수 없..

딸과 아들에게 2021.12.03

이혼남, 돈이 전부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50만원 정기적금을 하는 것도 전처는 싫어했다. 자기한테 모든 경제권을 넘기라는 얘기였다. 이혼 전 잠깐 별거를 하면서 정말 절망했던 것은 내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급여 계좌에 전처의 전화번호가 자동 문자발송 등록이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공인인증서 USB를 넘겼던 내 잘못이다. 어쩐지 일년에 한 번 상여금이 들어올 때마다 아내에게 1분 안에 연락이 왔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한 쪽이 돈을 관리한다고 해도 서로의 실명계좌에 대한 접근은 서로 동의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상식적이다. 서로 합의가 된 상태에서 공인인증서도 공유하는 커플을 본 적도 있지만, 정작 나는 전처의 계좌를 본 적이 없다. 내 급여와 상여금은 전부 전처에게 들어가는데, 맞벌이를 하던 전처의..

생존기 2021.11.13

싸움을 피하지 말아라.

아들에게, 지난 번에 아빠 집에 놀러왔을 때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어떤 녀석이 갑자기 나타나서 정글짐에 있는 공간을 다 독차지하겠다고 했을 때, 너는 잠깐 반발하다가 이내 울음을 터뜨리고 정글짐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아빠는 너를 불러세워 말했다. '너 왜 울면서 도망가냐?', '잘 모르는 녀석이 너한테 갑자기 못되게 굴면 도망갈거냐?' 라고 너한테 물었다. 그리고 '다시 들어가.', '(정글짐으로) 들어가서 싸워.' 라고 했다. 너는 이내 모래판으로 다시 진입했고, 성질 나쁜 그 녀석을 밀어 놀이터에서 격퇴했다. 잘했다. 아빠는 네가 그 녀석을 이상하게 생각해서 '에이 여기서 안 놀아야지' 하고, 조용히 스스로 물러나 다른 곳에서 놀았다면 네게 싸우라고 안..

딸과 아들에게 2021.11.13

이혼을 앞 둔 이에게: 내가 살아야 아이들이 산다.

아이들때문에 이혼을 안 한다는 건 그냥 게으르다는 증거입니다. 이혼을 고려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면서 본인의 미래를 아이들 핑계를 대고 나중에 미루었다가 결정하겠다는 게으름의 결정판이죠. 저와 비슷한 시기에 이혼을 겪은 사례들을 듣게 될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표면적으로라도 이혼하지 않고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아이들을 번갈아 돌본다든지 애매한 해결책을 가지고 문제를 회피하려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비행기가 추락을 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 대해서도 본인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쓰고 옆자리의 노약자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우라고 합니다. 자식을 생각해서 이혼을 하지 않겠다는 건 나는 산소마스크도 안 쓰고, 자식에게 먼저 산소마스크를 씌우겠다는 태도입니다. 이미 이혼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 당사자 본인..

생존기 2021.11.13

이혼 절차의 시작: 변호사 선임 주의사항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이혼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려면 까불지 말고 변호사와 상의해야 한다. (인생을 걸어야하는, 결혼보다 중요한 일에 상담비용 10만원을 아끼려는 것은 내 인생의 가격을 너무 싸게 후려치는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았다.) 변호사는 사실 그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비용은 대개 거의 일괄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굳이 물건 사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견적을 받을 필요가 없다. (물론 잘 알아보면 더 싸게 해주겠다는 변호사나 로펌이 있기는 하겠지만, 가격을 싸게 부르는 변호사와 당신의 인생을 두고 상담하고 싶은가?) 그냥 검색해서 눈에 띄는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하고 상담시간을 잡으면 된다. 하지만 얘기하고 싶은 주의사항은 이게 아니다. 흔히 하는 실수들은 대개 두 가지: ..

생존기 202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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