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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직감을 무시하지 마라.

절대로 당신의 직감을 무시하지 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 직감을 들어야 한다. 직감은 설명이 없다. 논리도, 증거도, 공식도 없다. 그런데도 어떤 결정을 멈추게 하고,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든다. 이혼을 앞두고 있었을 때, 그 시기의 나는 모든 걸 분석하려 했다. 재산, 양육, 주변 시선. 한 줄로 정리된 문장이 나올 때까지 머릿속에서 수없이 계산했다. 그런데 그 모든 과정에 조용히 끼어드는 감정이 있었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건 아니다’ 혹은 ‘이건 지금 해야 한다’는 신호. 직감은 종종 불편하다. 왜냐면 그 신호가 내가 세운 계획을 흔들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가 듣고 싶지 않은 답을 가장 먼저 알려준다. 사람들은 직감을 무시하려 한다. 그럴 때 흔히 드는 이유는 이렇다. ‘확실한 증거가 없..

생존기 2025.08.09

이혼남, 반드시 요리를 해라

식량주권이라는 말을 아는가. 전시 혹은 위기 상황에 국가의 식량 동원능력과 평시에 식량 수입이 끊겨 기능이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충분한 자체 생산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비슷하게 식사 주권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혼남이라면 특히나.  누군가가 차려주는 밥에 익숙한 사람은어느 순간부터 먹는다는 행위가 의존이라는 걸 잊게 된다. 그건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내 입에 들어가는 걸 컨트롤 하지 못하게 되면서,관계 안에서의 무력감이 시작되는 지점이다.이혼을 하고 나면 밥을 차려줄 사람이 없어지거나, 함께 식사를 할 사람이 없어지거나, 아니면 아이나 배우자에게 밥을 차려줄 일도 사라진다. 처음 이혼하고 나서 의외로 감정젇인 타격이 컸던 것은 아들에게 분유나 이유식을 먹일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생존기 2025.08.01

아이들이 당신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하면 세상은 달라진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전화를 못했다. 당연히 스마트폰은 없었고 통화는 아이들 엄마와의 전화로 이루어져 왔다. 그땐,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면접일을 제외하면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다. 그저 시간표에 따라 얼굴을 맞대고, 소중한 시간 안에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았다.“잘 지냈어?”“응.”“밥은 먹었어?”“응.”처음엔 거기까지가 대화의 전부였다.웃는 얼굴이지만, 전처의 전화로 영상통화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전처의 전화번호 뒷자리가 성처럼 쓰여 딸과 아들의 또다른 이름들이 생겼다. 아이들이 내게 전화를 걸기 시작한 건이 모든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처음엔 용건만 있었지만 이내 이모티콘과 음성녹음을 자유자재로 쓰기 시작했다. 그 다음엔 질문이 하나 생겼다.“아빠는 요즘 어때..

생존기 2025.08.01

이혼남에게 친구란 없다.

친구란 무엇인가? 친구의 정의는 첫사랑의 정의만큼이나 불분명하다. 일상처럼 쓰는 말인데도 그 뜻이 불분명하다는 것은 그민큼 사람들이 고민을 안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흘러가게 사니까. 이혼한 뒤, 친구가 남아 있는 경우는 세 가지다.모르거나 모르는 척하는 친구,조심스러운 친구,그리고 가끔 연락하는 하지만 별 볼일은 없는 친구. 셋 다, 친구는 아니다. 친구의 정의가 없으니 맞다 아니다 말할 것도 없지만, 대개 친구란 나한테 쓸모가 있으면 친구이고, 아니면 타인이다. 이혼을 했다는 말은 사람들 사이에서 침묵을 낳는다. 보통은 하지 않는 말이지만 일부러 말을 하는 것이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누가 나쁘냐는 말은 하지 않아도 눈빛에서 판결이 난다.술 약속은 끊었다. 생일 표시를 카카오톡에서 지운다. 대신 걷는..

생존기 2025.07.31

이혼남의 자식 교육

이혼하고 나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법원이 말해주는 건 시간표뿐이다. 육아와 자식 교육은 같은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르다. 주말에 아이들을 만난다. 딸이 문자를 하고 아들이 전화를 하기 시작하면 신세계가 열린다. 서로의 눈에 변화를 알아차릴 틈 없이, 다음 만남을 기다리게 된다. 어느 덧 아이들은 훌쩍 커 있다. 딸의 키가 곧 할머니보다 커질 것이다. 사실 무언가를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은 사라졌다. 내가 가르친다는 건, 내가 옳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그 전제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건 내가 옳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죄인이어서가 아니라, 세상이 그민큼 변했기 때문이다. 90년대의 논리로 아이들을 교육할 수 없다. “아빠는 왜 그렇게 했어?”아들의 질문에, 나는 눈..

생존기 2025.07.29

이혼남의 썸

결혼 전에는 썸이란 없었다. 그 시절 애매한 구간이 있기는 해도 공식적으로 썸이라는 걸 사람들이 설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영어로도 사전에 등재된 것처럼 쓰이는 Situaionship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썸이란 결국 썸 단계에서 할 건 다했지만 사귄 건 아니니 차인 것도 찬 것도 아니고 그저 썸붕이 있을 뿐이다라는 ‘기적의 논리’를 실현하기 위한 후기 자본주의 선진국형 데이팅 마켓에 있는 연애의 단계에 해당한다. 이혼남이 연애를 하려고 하면, 들어보기는 했지만 경험은 못해본 이런 새로운 문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결혼하고 일년만에 이혼했다면 모를까, 5년에서 10년까지 결혼 생활을 한 사람들이 이러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의 아니게 이혼남인 나도 뒤늦게 세상을 따라잡을..

생존기 2025.07.08

자산에 대한 편견

주식쟁이중에 부동산이나 코인을 깎아내리는 인간들이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자본의 순환을 설파하지만 그즐의 자본은 항상 국장에 머무른다. 반대편에 부동산 우상향 대세 상승을 얘기하며 주식을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는 많다. 니스닥을 찬양하며 국장을 비하하는 자들, 비트코인이 진정한 21세기형 자산이라는 맥시멀리스트들. 파이코인이 OKX에서 거래되기 시작하지 광분하는 사람들이 다른 편에 있다. 최악은 이들이 논어나 손자병법을 끌고 오거나 성경에서 배운 투자의 원칙 같은 배워먹은 것 같은 소리를 하며 교주 행세를 한다는 사실이다. Asset class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의 자본 상황에 언제 어떤 자산을 들고 있느냐가 문제이다. 핵심은 그것 하나밖에 없다. 분산투자를 하라는게 아니다. 워렌 버핏 얘기..

생존기 2025.06.12

이혼하고 반드시 버려야 하는 것

이혼 후에 반드시 이별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전배우자의 흔적 같은 그런 일차원적인 것이 아니다. 아이들과 헤어지게 된다는 당연한 경고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법적인 이혼은 간단하다. 재산분할 같은 진통이 있을 수 있는 절차가 있다고 해도 언제 끝나느냐의 문제일 뿐, 결국은 끝난다. 이혼 후에 그렇게 멀어지게 되는 것이나, 당연히 거리를 두게 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이혼 후에 반드시 버려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복수심, 혐오, 그리고 어제의 나다. 혐오에 대해서는 이미 글을 쓴 적이 있다. 이혼한 전배우자를 떠올리며 여성이나 남성 혐오에 빠지는 것은 건강하지 못하다. 혐오만이 아니라, 복수심도 버려야 한다. 그 흔히 말하는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잘 살겠다.' 라는 생각을 버리는 경지에 ..

생존기 202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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