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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가 필요한 이유

아이들이 커나가는 것을 보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20대 시절 설날이나 새해 같은 것은 연속적인 시간을 인위적으로 그냥 나누어 두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마흔을 앞두고 왜 그런 구획을 만들어 두었는지 알았다. 그렇게 가는 시간을 마디마디 구분해 두지 않으면 시간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계절을 아는 것은 절기를 기준으로, 밤낮을 구분하는 것은 하루를 기준으로, 날짜는 단순한 경계선이 아니라, 생활의 주기를 표현하는 시간의 눈금이다.

짧은 글 2021.12.30

건강한 식생활과 집밥 레시피

이혼 후 독립 과정에서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은근히 중요한 문제가 식생활 문제다. 아버지 세대에 대해서 가장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이 '밥' 문제다. 혼자 있으면 밥을 못먹는 것, 사먹든 해먹든 해결 방법에 대해서 생각도 해보지 않는 남자들에 대한 동정심은 전혀 없다. 그 나이를 먹도록 밥을 사먹을 능력도, 혼자 밥을 먹을 배짱도, 직접 요리를 할 정도의 센스도 없다는 얘긴데 답이 안나오는 얘기다. 밥 먹는 문제에 대한 이 말도 안 되는 무지를 결혼과 이혼생활을 단순히 '밥만의 문제'로 격하시킨다. 스스로 무덤을 팠으니 어쩌겠는가. 김치찌개, 동파육, 미트볼스파게티, 계란볶음밥, 쇠고기미역국: 내가 가장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상위 5개 메뉴다. 요새는 조리 시간이 부족하고 파스타류는 살이 찌는 것 같아서..

생존기 2021.12.29

창의력 만점 (고슴도치 괴물)

아들과 딸에게, 너희들이 남긴 많은 작품이 있다. 아빠를 만날 때마다, 단순히 부러진 면봉이나 스카치테이프, 멈춘 시계와 밀가루 반죽으로 너희들은 여러가지를 만든다. 모든 작품을 보존해서 보관할 수는 없지만, 하나하나가 아빠에게 소중한 것이라 담아두려고 한다. 아빠가 그랬지? 처음 너희들을 만났을 때부터 너희들은 모든 걸 너희 안에 이미 가지고 있었다. 너희들의 창의력은 아빠가 담아두겠다. 기억하거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희들의 창의력이나 잠재력을 의심하지 말거라.

딸과 아들에게 2021.12.29

황혼이혼과 정년퇴직의 3가지 공통점

나이들어 뒤늦은 이혼이나 졸혼이나, 용어를 뭘로 쓰던지 결과는 같다. 기혼자는 쉽게 공감할 내용이지만, 남녀가 서로 같은 방과 같은 침대를 쓰면서 길게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육아때문에 시작한 각방이나 거실살이는 고착화된다. 그리고 한 번 멀어진 거리는 그 원인이 사라져도 다시 복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혼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부부의 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멀어지는 경우가 있다.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기로 했다.', '서로 원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여러가지 문장으로 그걸 표현하지만, 결과는 비슷한 모양이다. 정년퇴직도 마찬가지. 남녀간의 관계가 노동자와 회사의 관계로 치환되었을 뿐, 같은 현상이다. 직장인은 역시 공감하겠지만, 직장인은 언젠가 회사를 떠나야 한다. 이건..

생존기 2021.12.29

이혼한 아빠와의 크리스마스

어느 연예인의 이혼이, 정치인이나 재계 인물의 가정사가, 오늘도 뉴스를 채운다. 어느 이야기이건 하나도 놀랍지 않다. 이건 다들 이혼을 해야만 한다는 저주나 운동 같은 건 전혀 아니다. 사람이 모여사는 것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혼자 살기 어렵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 마을을 만들고, 사회를 만들고, 집단 안에서 사람이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지고 점점. 혼자 살기가 점점 편해지기 때문이다. 데이트나 연애는 살아남을 수 있어도 결혼이 살아남기는 어려운 사회 환경이다. 유명인들이 결혼 생활의 불화나 이혼을 겪는 것은 그들이 유명해서가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도 겪는 문제인데, 그들이 눈에 띄는 자리에 있을 뿐이다. 미디어를 통해서 드러나는 사람들의 사생활에는 유독 엄격하다. 그들에게 ..

생존기 2021.12.27

로봇대전쟁

지금까지 쌓아놓은 각종 무기들의 화력을 전부 합산하면 3차대전이 일어났어도 이상할 게 없다. 무슨 국제정세 같은 얘기를 하는게 아니라 아이들이 보유한 로봇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들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시즌'은 아이들을 상대로한 방위산업체들의 대목이다. 지구를 지킬 대량의 로봇을 사들여야 하는 임무가 아빠와 엄마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 시즌에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방위사업청이 된다. 이혼남인 내가 어릴 때부터 지구를 구하는 쫄쫄이를 입은 영웅들은 항상 외계인들로부터 지구를 구해왔다. 후레쉬맨과 독수리오형제부터 파워레인저를 거쳐 현대의 미니특공대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역사는 유구하다. 역사가 유구한만큼 그 색깔이 잘 변하지 않는다. 빨강, 파랑, 노랑, 분홍, 초록. 미니특공대에 와서는 초록색이 2군..

생존기 2021.12.26

아빠 몸 만들기 (2022년 새해 목표)

이제 초등학교 입학이 머지 않았다. 요새도 초등학교 체육대회가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어린이집도 분명히 아빠 참여 수업이 있을텐데 코로나로 나는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다. 아직 아들 녀석이 아주 어렸을 때 한 번 갔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빠들이 참여하는 초등학교 체육대회는 짐작컨대 목숨을 건 경기일 것이다. 아이들이 보고 있는 자리에서의 경기는 아빠들에게 올림픽이다. 이제 나도 1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 참여하는 마음으로 몸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몸으로는 무리다. 이전 글에도 썼지만, 아빠 곰은 뚱뚱하면 죽는다. 이제 그만 처먹을 때도 되었다. (이건 나한테 하는 말이다.) 아빠의 경쟁력 있는 모습만큼 교육적인 플러스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억지로 말해서 가르치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

생존기 2021.12.26

너희들이 원하는 것을 잘 할 수 있다. 너희들이 원한다면.

딸과 아들에게, 아빠는 일을 한다. 일을 시작하는 아침마다 의문은 있다. 어느 날 아침은 일이 풀리면서 높은 효능감에 기분이 좋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아빠 나이가 되서 아직도 이런 수준이라 좌절하기도 한다. 실수, 불운, 방해받는 느낌이 합쳐질 때 힘들지. 너희 어린이들에게 곱게 포장된 말을 가르치는 경우가 있다. '너희들은 뭐든지 될 수 있다.' 라고. 이 말은......선의에서 하는 말임을 감안하면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엄밀히는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 너희들이 뭐든지 될 수 있다는 말은 너희들의 잠재성, 아직 어리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을 강조하는 덧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나이를 먹고 너희들도 스무살 서른살이 되면 너희들은 건택을 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지. 나의 아들과 딸..

딸과 아들에게 2021.12.22

별거의 공간, 독립의 공간 - 매년 7만세대의 부동산 수요가 발생하는 이유: 이혼

막상 별거를 시작하면 갈 곳이 있는가? 한 번 스스로에게 해볼만 한 질문이다. 원칙적으로 항상 백업이 있는 것이 좋지만. 집을 여러채 가지고 있기는 어렵기 때문에 뭔가 대책은 있어야 한다. 자녀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별거를 시작한 상태에서 이혼을 앞 둔 남자가 집을 자기 공간으로 지키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OECD 2019년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조이혼율은 1000명당 2.1명, 환산하면 하루에 300쌍의 부부가 헤어진다. 무주택 혹은 유주택 여부와 관계없이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하루에 300명이 새로운 집을 찾아야 한다. 한 달에 가정법원이 일하는 날 20일, 그러면 한 달에 6000명이 새로운 집을 찾아야 한다. 일년이면 7만 2천명이 새로운 집을 찾아야 한다. 이건 ..

생존기 202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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