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아들에게,
아빠는 일을 한다. 일을 시작하는 아침마다 의문은 있다. 어느 날 아침은 일이 풀리면서 높은 효능감에 기분이 좋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아빠 나이가 되서 아직도 이런 수준이라 좌절하기도 한다. 실수, 불운, 방해받는 느낌이 합쳐질 때 힘들지.
너희 어린이들에게 곱게 포장된 말을 가르치는 경우가 있다. '너희들은 뭐든지 될 수 있다.' 라고. 이 말은......선의에서 하는 말임을 감안하면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엄밀히는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
너희들이 뭐든지 될 수 있다는 말은 너희들의 잠재성, 아직 어리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을 강조하는 덧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나이를 먹고 너희들도 스무살 서른살이 되면 너희들은 건택을 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지.
나의 아들과 딸, 너희들이 선택한 인생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너희들이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너희들이 뭘 선택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건 너희들이 잘하는 덧과 좋아하는 것, 그리고 너희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의 어디쯤에 있다. 아빠가 너희에게 뭘하라고 정해줄 수는 없다. 그걸 바라지도 않고.
아빠는 아침에 쪽밥을 먹고 새벽 여섯시에 나와야 하며 가끔 일하는 곳에서 밤을 샐 수밖에 없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 고된 일을 하지 말라는게 아니라 그런 고된 일을 하더라도 견딜 수 있는 무언가들을 골라내길 바란다. 그런 선택을 하기 위해 학교 교육은 아마 거의 도움이 안 될 것이다. 학교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잘 일려진 길을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기 때문에.
아침에 일터에서 빈 속에 커피를 마시면서 너희들을 생각해본다. 너희들의 가능성을 믿는다. 다만, 선택의 시간은 반드시 찾아온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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