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건강한 식생활과 집밥 레시피

싱글맨 2021. 12. 2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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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독립 과정에서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은근히 중요한 문제가 식생활 문제다.

아버지 세대에 대해서 가장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이 '밥' 문제다. 혼자 있으면 밥을 못먹는 것, 사먹든 해먹든 해결 방법에 대해서 생각도 해보지 않는 남자들에 대한 동정심은 전혀 없다. 그 나이를 먹도록 밥을 사먹을 능력도, 혼자 밥을 먹을 배짱도, 직접 요리를 할 정도의 센스도 없다는 얘긴데 답이 안나오는 얘기다. 밥 먹는 문제에 대한 이 말도 안 되는 무지를 결혼과 이혼생활을 단순히 '밥만의 문제'로 격하시킨다. 스스로 무덤을 팠으니 어쩌겠는가. 

김치찌개, 동파육, 미트볼스파게티, 계란볶음밥, 쇠고기미역국: 내가 가장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상위 5개 메뉴다. 

요새는 조리 시간이 부족하고 파스타류는 살이 찌는 것 같아서 만들고 있지 않지만, 흔히 블로그 검색을 통해서 찾을 수 있는 메뉴들의 레시피를 따라서 만드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나는 사골해장국을 집에서 먹을 일은 없다. 귀찮으면 고기라도 굽는다. 코로나로 식사나 회식이 어려워졌을 때 나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원래도 혼자 먹는 것에 익숙했고, 밥 때마다 사내식당에서 동료들 기다리는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웠는데 잘 되었다.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 먹는 것에 익숙해졌겠지만, 나는 이미 누군가와 겸상하는 일보다 혼자 먹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이혼 후에도 크게 식생활에 문제는 없었다.  

단순히 내가 먹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나와 아이들의 식생활과 좋은 기억을 위해서는 집밥 레시피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도 '아빠 집에 가면 먹을 수 있는 것'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족끼리만의 추억을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계란파이

아이들을 만나는 날 식사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 유난히 우리 딸만 먹는 메뉴가 계란파이다. 단순한 계란지단이지만, 파이처럼 혹은 피자 자르듯이 8조각으로 나누어 놓은 저 계란요리를 반드시 먹고나서 본 메뉴를 먹는다. 예전에는 숟가락으로 잘게 잘라 먹여주었지만, 이제 무럭무럭 자라서 혼자 피자를 먹듯이 금방 들고 먹는다.

아빠 자식아니랄까봐 두 녀석 모두 닭고기나 오리고기는 '껍데기'를 잘 먹는다. 기름기 있고 짭짤한 부분을 유난히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아들 녀석은 오리고기 지방이 있는 부위를 워낙 좋아한다. 오리고기를 사도 몇 젓가락 안 나오는 부위라 골라내서 구워줘도 양이 적지만, 그래도 잘 먹고 많이 먹지 않는다는 장점은 있다. 

특징적인 메뉴를 만드는 것, 그리고 최대한 건강하게 먹는 것. 이혼 후에 가족 모두를 위해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쉽지는 않다. 조금만 방심하면 사먹는 것에 의존하게 되고, 배달 음식이 아니어도 외식이 많아지면 비만을 피해가긴 어렵다.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고 먹는 것에 주의하는 것이 이혼 후 생활에 활력이 된다. 이건 좀 추천하고 싶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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