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숨을 쉬는 것과 같은 것이다.
특히 이혼남에게 투자는 절대로 피해갈 수 없다. 현재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현금흐름중 저축이나 투자가 가능한 돈을 전부 합산해보면 간단하게 알 수 있다.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10년간의 개인 재무제표를 만들어보았을 때의 충격은 대단했다. 53세 이상이 되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런 계산을 할 때는 임금인상율이나 개인 사업의 수익율을 보수적으로 예상하여 작성해봐야 하는데, 이 인상율이 사실 빤하기 때문이다. 노후 대비는 불가능하다.
지금 근로소득만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실질적인 퇴직 시점을 48-49세 정도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그래서 퇴직 이후에 다른 벌이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나는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3년 이상을 생존할 수 없다. 그 다음부터는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한다. 이런 종류의 계산을 한 번쯤은 해보는 것을 권한다. 이건 사실 이혼과 관련이 없어도 이미 결혼하기 전에 해결했어야 되는 문제였다. 결혼을 하면서 급여를 어떤 식으로 관리할 것인지 결정하지 않은 것은 이혼에 이르게 되는데 상당히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혼의 뒤에는 항상 돈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이 점은 이미 이전 글은 '이혼남, 돈이 전부다' 라는 글에서도 언급했었다.
결국은 투자 소득을 만드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투자와 투기를 굳이 구분하는 것을 요식행위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내가 돈이 무서워서 투자를 피하고 싶어도, 결국 나중에 절박해지는 상황이 되면 한방을 노리고 투기로 진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투기는 준비되지 않은 절박한 사람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결국은 돈에 대한 감각와 경험이 필요하고, 그건 분명히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돈에 대한 감각은 이혼 이후부터가 아니라 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이미 활용할 수 있다. 이혼 준비를 시작하게 되면 뭔가 들은 얘기라도 있어야, 혹은 시장이 돌아가는 분위기를 적당히 파악하고 있어야 재산분할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서민 혹은 중산층이 이혼을 하면서 가장 흔한 재산분할의 케이스가 전세 계약을 해디하면서 전세금을 나누는 상황일텐데, 이 전세금의 기여분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유리하다. 비율을 정하든, 한 쪽에 몰아주든 그건 이혼 절차에서 결정되는 것이지만, 문제는 이혼 이후에 받은 전세보증금 반환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이다. 아마 나와 비슷한 시기에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아 또 다시 전세를 들어가거나, 현금으로 들고 있었던 사람들은 아마 지금 굉장히 당황스러울 것이다. 최근 5년간의 자산시장은 그야말로 폭등의 시장이었고, 특히 최근 2년동안의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시세는 엄청나게 분출되었다. 이런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과감히 실물자산이나 테슬라 같은 주식, 혹은 QQQ ETF에 보증금을 쌓아놓고 IRP, ISA 계좌를 활용한다던가 하는 결정을 하려면 분명히 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필요하다. 은행 수신창구와 멀어지고, 여신창구와 가까워 지는 사람은 빠르게 노후 대비를 하며 이혼 이후에도 자기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혼을 1년 앞둔 시점에도 (당연히 그 때는 몰랐지만) 나는 아직고 공인인증서를 전처의 손에 맡겨 놓은 돈을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내 경제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지금의 상황은 현상을 유지하는 정도이지, 위기상황을 완전히 벗어난 상태는 전혀 아니다. 그래서 누구 남한테 이걸해라 저걸해라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은 전혀 없다. 하지만 분명히 나 혼자 돈 관리를 해나가면서 큰 위험들은 피할 수 있었고, 내가 몰랐던 자산 클래스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시장이 자산의 유무가 중요한 시장이었다면 앞으로의 시장은 자산을 유지하기 위한 현금흐름이 중요한 시장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그게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는 아직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이제는 자산이 있다고 안심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닐 것 같아서 사실 좀 걱정이다.재산분할의 실제와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앞으로 다른 글에서 더 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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