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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혼남 아빠, 살려고 운동한다.

몸무게가 3 킬로그램쯤 빠졌을 뿐인데, 아이들은 '오늘은 아빠가 안 뚱뚱하네' 라고 했다. 아이들의 눈으로 본 눈바디는 꽤 정확한 편이다. 비슷한 또래끼리 모이면 이제 잘 보이려거나 운동을 잘 하겠다라는 마음으로 다이어트를 한다기보다, 살아 있기 위해 운동한다는 말을 자조적으로 한다. 배 나온 4050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별로 상관 없지만, 아이들의 시선은 상관있다. 아이들이 보기에 멋진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 아이들 앞에서 턱걸이를 10개 정도는 하고, 숨을 헐떡이지 않고 줄넘기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었다는 것이 운동을 시작할 때의 마음이다. 현실은 그보다 냉정했다. 멋진 아빠가 되려면 먼저 멀쩡한 아빠가 되어야 했다. 나 혼자 등을 긁을 수 있고, 1분 정..

생존기 2022.07.23

헤어질 결심, 죽음과 핑계

누구나 혼자 죽는다. 이 법칙에는 예외가 없다. 평생의 반려자가 옆에 있다고 없는 예외가 허용되진 않는다. 백년해로한 부부가 한날 한시에 죽어도 그들의 죽음은 각각이다. 각자의 죽음을 대신할 수는 없다. 슬퍼할 수는 있지만. 옆에 죽음을 슬퍼해주는 누군가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될까. 삶의 영수증은 오직 나의 것이다. 자기의 부끄럽지 않은 삶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지만, 애초에 인간의 죽음은 하찮은 일이다. 인간의 생명이 가벼우니 가볍게 생각해도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회적,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인간의 죽음이 흔한 일상이라는 의미다. 도처에 안타까운 죽음들이 많다. 하지만 누군가 그들의 죽음을 슬퍼한다고 해서 죽은 자들의 짐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죽음 이후의 후속조치를 할 수밖에..

생존기 2022.07.18

"사람이 싫다" (손수호) 이례적인 책 리뷰

책 "사람이 싫다"는 세상을 맨몸으로 살아나가는 내게 상당한 위로가 되었다. 변호사로서 겪은 사건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당연히 이혼사건도 등장한다. 이혼남이 운영하는 이혼과 그 이후를 다루는 블로그에서 당연히 이혼에 대한 내용을 리뷰로 다룬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저자의 의도는 아니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이혼남인 내게 위로가 된 부분은 바로 이 태도에 대한 부분이었다. 결혼이 막바지로 치닫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이 싫다" 라는 짧은 문장이 책 내내 반복된다. 그건 작가가 변호사로 의뢰받은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겪은 사람의 진면목에 몸서리치기 때문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법조계는 절대로 이상적인 법치시스템과는 거리가 멀..

생존기 2022.07.15

좋은 생일 선물 (P.S. 나의 아들 여름 아이에게)

생일 선물을 위한 고민은 행복하다. 아이들의 성향에 맞는 선물을 고르려고 노력하면서 내가 아이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다. 이건 특히 아이들과 따로 지내고 있는 아빠라면 꼭 필요한 일이고, 비슷한 상황인 사람에게는 꼭 권하고 싶다. 아이의 성향과 맞추어 유행이라는 것도 있어서, 아이들과 세상을 동시에 맞추어 생각하는 충분한 연습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특별한 구조물이 있는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워낙 레고를 잘 가지고 놀기도 했었지만, 나의 여름아이에게 단순한 로봇이 아닌 '어떤 기능이 있는 건물'을 보여주고 싶었다. 일단, 미니 모델의 유니크루저를 선물로 정했다. 워낙 예전부터 가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로봇이라 애초에 사 줄 생각이었는데, 아쉽게도 큰 사이즈의 모델을 일정에 맞추어 ..

생존기 2022.07.03

이혼 심리 상담 정리 - 회복에 필요한 이혼 심리상담의 세 가지 주제

4년에 걸친 이혼 상담이 종료되었다. 귀신 같이 빨랐던 결혼식만큼이나 이혼의 법적 절차도 3주만에 끝났다. 하지만 이혼과 관련된 상담은 그렇지 못했다. 이혼이라는 사건 전후로 4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나'라는 이혼남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혼관 관련된 심리상담을 끝내며 궁금해졌다. 이혼에서 필요한 회복 기간은 얼마나 될까? 회복하기 위해서 나는 무슨 얘기를 했었나. 나의 심리 상담은 이미 법적 이혼일 2년전부터 시작되었다. 부부 사이의 문제는 어느날 갑자기 문제가 되어 깜짝 이혼을 하는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정서적으로 힘든 부분들이 커지고, 부부 사이의 트러블이 거기에 불을 지른다. 갈등이 정점에 이르면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이혼 전에 이미 시작된 상담을 통해, 내..

생존기 2022.06.22

리스크 관리는 팔 때가 아니라 살 때 한다.

LUNA를 처분하지 않았다. 이미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평가 금액이 0인걸 팔아서 무얼 하겠는가. CEO의 이름이 일반에게도 알려졌을 때 리스크 관리를 할 수는 없다. 20만명이 넘는 투자자가 손해를 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비슷한 일은 이미 예전에 겪은 적이 있다. LUCKING COFFEE 루이싱 커피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는 -30% 선에서 손실을 막고 매도 처분을 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90% 시점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미 손실이 확정된 상태에서 파는 것은 리스크 관리가 아니다. 이혼남으로서 투자를 피해갈 수는 없다. 이번에 손실을 봤어도 나는 여전히 시장에 남을 것이다. 이번 루나 사태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다음 두 가지다. 1. 알트코인외 고점에서 들어갔던 이전의 평가..

생존기 2022.05.19

아이들이 인생의 전부가 되면 안 된다.

이혼 이후에 아이들을 생각하면 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아이들은 내가 그 동안 배우지 않은 것이나 잘못 배운 것을 교정하게 되는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혼 이후에 제한된 만남을 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아이들을 향한 마음은 더 커졌다. 하지만 내 생활이 '아이들이 전부인 인생' 이 되어선 안 된다. 아이들만 바라보고 아이들을 위해서 사는 인생을 사는 것은 역설적으로 아이들과 나를 망치기 때문이다. 아들이 전부였던, 딸 밖에 모르던 인생을 산 부모님 세대의 사람들이 전형적인 모습은 무엇이었나. 자식에 대한 보상심리, 과도한 기대로 충만한 경우가 많지는 않은가. 자식들에게 자기 시간과 돈을 투자한만큼 자식에게 기대하게 된다. 이 관계를 건강하게 잘 유지하는데 실패하면 자식들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기대..

생존기 2022.05.18

착각하지 마라, 이혼은 자랑거리가 아니다.

'자랑스러운 당당한 이혼'이라는 착각이 미디어를 배회하고 있다. 이혼은 자랑거리가 아니다. 이혼은 독립의 과정이기도 하니까 분명히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이혼 자체는 항상 원하지 않았던 상황을 동반하는 사건이다. 이혼 자체와 이혼 이후의 삶은 하나도 아름답지 않다. 상처를 극복하고 삶을 이어가려는 피나는 눈물겨운 노력이 있을 따름이다. 이혼을 결행하는데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이혼을 결행하는 것과 이혼을 떠벌리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 블로그에서 이혼을 다루는 것은 이혼에 이르게 된 나 스스로를 반성하고, 실제로 생존해나가는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분별력을 잃지 않으려는데 있다. 이혼 과정에서 얼마만큼을 재산분할로 뜯어낼지, 어떻게 하면 상간자를 욕보일지를 궁리하는 것은 과연 나의 생활을 바..

생존기 2022.05.16

아빠의 자전거 선물 (너희들에게 꼭 아빠가 사주고 싶었다 -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나의 아들과 딸에게, 아빠는 너희에게 꼭 자전거를 사주고 싶었다. 아빠도 너희 할아버지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고, 자전거를 관리하는 법을 배웠고, 자전거를 잃어버려 꾸중을 듣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다가 기억에 남는 사고가 난 것이 두가 아빠가 자전거를 끌고 나가면 꽤나 속앓이를 하셨을 법도 하다. 하지만, 아빠는 할아버지가 아빠에게 사준 그 소방차 색상의 삼천리 자전거를 아직도 기억한단다. 너희 둘에게 각각 자전거 하나씩을 사주었다. 이건 아빠가 주는 어린이날 선물이다. 함께 손을 잡고 자전거 가게에 가서 각자의 자전거를 끌고 오는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는 주겠지만, 자전거를 어떻게 타는지는 너희들의 몫이다. 잘 타게 되고 더 큰 자전거로 업그레이드를 하고, 네..

딸과 아들에게 2022.05.15

어린이날

나의 아들과 딸에게, 어린이날에 올해는 정확하게 만나지는 못하는구나. 하지만 아빠는 오늘 너희들을 생각하고 있단다. 너희들이 그린 그림을 액자에 조심스레 넣어서 벽에 걸어둘 예정이다. 너희가 그린 그림, 아빠와 너희가 함께 그린 그림, 이런 시간의 조각들이 아빠에게 추억이 되고 힘이 된다. 그리고 너희들의 작품은 그 어떤 이름난 작품보다 월등한 가치가 있단다. 딸아, 네가 그린 사과는 아빠가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장소에 있다. 아빠에게 이 사과는 어떤 과일보다 먹음직스럽고, 아껴두었다가 너에게 주고 싶은 그런 사과란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을 다잡고 너를 생각하기 위해서 가까운 곳에 두었다. 그리고 오늘은 네가 무엇을 할까 궁금해 한단다. 아들아, 네가 그린 파도 그림은 아빠가 힘들 때..

딸과 아들에게 202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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