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리스크 관리는 팔 때가 아니라 살 때 한다.

싱글맨 2022. 5. 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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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를 처분하지 않았다. 이미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평가 금액이 0인걸 팔아서 무얼 하겠는가. CEO의 이름이 일반에게도 알려졌을 때 리스크 관리를 할 수는 없다. 20만명이 넘는 투자자가 손해를 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LUNA 최종수익율

비슷한 일은 이미 예전에 겪은 적이 있다. LUCKING COFFEE 루이싱 커피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는 -30% 선에서 손실을 막고 매도 처분을 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90% 시점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미 손실이 확정된 상태에서 파는 것은 리스크 관리가 아니다. 

이혼남으로서 투자를 피해갈 수는 없다. 이번에 손실을 봤어도 나는 여전히 시장에 남을 것이다. 이번 루나 사태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다음 두 가지다.

1. 알트코인외 고점에서 들어갔던 이전의 평가손실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에 LUNA를 과도하게 사지 않을 수 있었다.
2. 가상자산에도 코인의 모델에 따라서 외환 모델이 동작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리스크 관리는 생명이지만, 리스크 관리는 매수할 때 해야 한다. LUNA에서 완전 손실을 기록한 후에도 별 감흥이 없는 것은 워낙 소액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뼈아픈 점은 LUNA를 살 때 원화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리스크 관리는 매도와 매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느 플랫폼에서 어떤 방법으로 사고 파는지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나는 지속적인 투자 자본의 관리에는 실패한 셈이지만, 비중을 크게 가져가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다행히 리스크 관리를 한 셈이다.

유튜브를 통한 초보적인 지식의 습득이 쉽기 때문에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쉬운 일이다. 문제는 시장에 머무르는 일인데, 다른 동네 유튜버들 방송을 본다고 쉽게 시장에 머무를 수는 없다. 유튜브 인플루언서의 유효기간이 2, 3년을 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부딪혀보고 시장에 나 스스로 대응하면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루나 사태 고작 한 달 전까지 LUNA-TerraUSD 시스템이 괜찮아보인다는 사람들은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구독자의 숫자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 인플루언서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다. 투자의 최종적인 책임은 내게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드믹 스테이블 코인이 기본적으로 Defi 생태계에서 화폐만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시장까지 제공함으로써 수익이 특정 phase에서만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건 외환시장과 옵션, 회사채가 맞물려 있는 금융 시장의 작동 원리와 비슷해졌다. 함부로 높은 APY만 보고 들어가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구를 이용하지 않을 필요는 없다. 항상 투자 자산은 양날의 검이고, 자신의 검에 다치는 건 검객의 실력이 꽝이기 때문이다. 

LUNA의 CEO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얘기가 들린다. 고소를 하겠다...정권도 바뀌었겠다 증권합수부가 검찰에서 부활했으니 시범케이스로 뭔가 국가에서 나서서 구제해 줄 것 같은가?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100% 구제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설령 일어난다고 해도 그건 진거다. 그걸 바라는 순간 시장에서 나가야 한다. 투자의 손실은 수익으로 회복되지 정부의 구제를 통해서 얻을 수 없다. 지금 해야할 일은 포트폴리오의 다른 자산을 챙겨보고 약점을 찾아내는 일이지, 다친 상처를 핥는 일이 아니다. 

손실로 상심이 큰 분들의 아픔은 이해한다. 나도 이 사태 이후 연락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글을 쓰는 것이 조심스러운 이유는 아이들에게 시장에서 생존하는 것의 현장감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나는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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