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어떤 살인사건과 이혼

싱글맨 2022. 5. 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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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권은 목숨이다. 최근 '계곡살인'이라는 명칭으로 공개되어 뉴스가 되고 있는 어떤 살인사건은 자기주도권을 포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결혼과 보험사기, 살인이 결합된 안타까운 일이다. 배우자가 사망보험금을 노려 계곡에서 살해당한 피해자 남성의 명복을 빈다.

 



하지만, 이 사건의 피해자 남성이 죽지 않고 오래 살면서 그 여자의 노예생활을 하다가 일생을 끝마치는 것은 과연 괜찮은가. 이런 일은 살인사건보다 흔하다. 그 삶을 '정상적인 결혼생활'이라고 인식하고 오래오래 버티면서 사는 일은, 흔하디 흔하다.

결혼을 통해 성립되는 부부의 생활은 사실 대등한 관계가 많지 않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 하나가 관계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관계의 주도권을 쥐는지와 남녀 성별은 별로 관계가 없어보인다. (이 정도의 차이를 부모님 세대에서는 '그냥 참고 살아라' 정도로 해결하려고 했었다.) 문제는 이 정도의 차이가 급격하게 한 쪽으로 쏠릴 때부터 생긴다. 단순히 부부생활의 주도권이 한 쪽에 있는 정도가 아니라 한 사람의 생사여탈권이 배우자에게 넘어갈 때, 두 사람의 관계는 민, 형사사건이 된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결혼 생활의 어떤 조건도 지키지 않았다. 그건 별로 놀라운건 아니다. 그보다 이 사건의 피해자가 어떤 방어를 했는지가 중요하다. 불행히도 그 방어는 성공적이지 못했는데, '나'를 지키기 위한 단호한 대응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배울 수 있다. 고인의 마지막 행적을 돌이켜보면 전격적인 이혼이 반드시 필요했다. 나의 의사와 반하여 어떤 일정을 잡는 것, 부부의 이름으로 나의 사유재산을 함부로 사용하거나 간섭하려하는 경우, 서로 맞지 않는 양가의 가족구성원, 이런 문제가 조금이라도 발생한다면 즉각적인 이혼을 하는 것이 좋다. 

이 살인사건은 자기주도권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포기하는 경우, 배우자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일이 오늘 갑자기 벌어진 일인가? 아니다. 배우자를 이용하는 배우자는 많았다. 애초에 결혼이라는 것 자체가 서로를 이용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자기주도권을 방어하는 것은 대개 불특정 다수의 타인을 상대로 나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가족, 친구, 배우자, 자식을 상대로 하는 일이다.  

이런 논의가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정도 돌이켜볼 일이다. 주변에서 결혼생활을 멋지게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하면서도, 솔직히 결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감출 수가 없다. 검찰은 오늘 이 사건을 직접 살해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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