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가 3 킬로그램쯤 빠졌을 뿐인데, 아이들은 '오늘은 아빠가 안 뚱뚱하네' 라고 했다. 아이들의 눈으로 본 눈바디는 꽤 정확한 편이다.
비슷한 또래끼리 모이면 이제 잘 보이려거나 운동을 잘 하겠다라는 마음으로 다이어트를 한다기보다, 살아 있기 위해 운동한다는 말을 자조적으로 한다. 배 나온 4050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별로 상관 없지만, 아이들의 시선은 상관있다. 아이들이 보기에 멋진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 아이들 앞에서 턱걸이를 10개 정도는 하고, 숨을 헐떡이지 않고 줄넘기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었다는 것이 운동을 시작할 때의 마음이다.
현실은 그보다 냉정했다. 멋진 아빠가 되려면 먼저 멀쩡한 아빠가 되어야 했다. 나 혼자 등을 긁을 수 있고, 1분 정도 철봉에 매달리기라도 할 수 있어야, 턱걸이를 하든 멋져 보이든 할 것이 아닌가. '아빠 곰은 뚱뚱하면 죽는다' 라는 글에서도 적었지만, '이상한' 몸의 상태를 정상으로 만들어야 했다. 1년 전, 저탄고지로 상당한 체중감량을 한 것은 도움이 되었지만, 근육을 제대로 만들어 두지 못한 것은 결국 패착이 되어 요요로 돌아왔다. 원점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라 천만다행이랄까. 이제 식단을 바꾸고 다른 종류의 운동을 해야했다. 크로스핏이나 필라테스는 아직 사치스러운 얘기다. 맨몸 운동이나 제대로 하면 다행이고, 운동하면서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해졌다. 그렇게 한 달을 운동했다.
탄수화물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근육을 만드는 것이 통한다는 것을 몸으로 직접 겪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한 달 동안의 운동은 적당히 불규칙적이었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30분 정도의 운동을 해서 그래도 산타 같지는 않은 몸매를 만들어 두었다. 오랜만에 중량운동을 하고 쉬는 것만으로 벅찼다. 가공식품을 줄이고, 요산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등푸른 생선류를 제외한 식사를 하는 것 정도만으로 체중이 다시 줄기 시작했다. 이 정도 식단을 고려하면서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으로도 처음에는 꽤나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조금 무릎이 아프거나 근육통이 가시지 않으면 마음이 급해도 쉬어야 했다. 거의 무탄수화물로 체중감량을 하던 때처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살이 빠지지는 않았다. 자고 일어나면 0.5 킬로그램이 없어질 정도로 천천히 빠지는 속도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30분 정도의 괘 강한 근육 운동이 필요했다.
하지만 역시 순탄하게 되는 일은 없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나서 정체기를 맞는 듯 며칠 몸무게에 큰 변화가 없더니, 여름을 맞아 식중독에 걸렸다. 생야채가 원인이라는 의심이 들지만 증거는 없다. 강한 근육통과 함께 몸살 기운이 돌았다. 그리고 다음 날 출근하지 못했다. 몸에서 수분이 급격하게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장에서는 전면 소개 명령이 떨어졌다. 덕분에(?) 4 킬로그램 정도를 줄였지만, 이렇게 수분으로 잃은 체중은 건강하지 못하다. 4일차가 되어야 다시 고형식을 먹을 수 있었다. 약간이지만 근육을 잃었다. 다시 몸에 근육을 붙여 나가야 한다.
정상적인 시절의 체중까지는 아직도 10 킬로그램이 더 남았다. 근육을 잃지 않게 운동하면서 근육을 붙이되, 지방을 빼고 다시 목표 몸무게에 맞추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요요 없이 몸매를 만들지 못하면 나이 든 뒤에는 더 다이어트가 어려워진다. 운동을 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 지금도 출퇴근하면서 운동하고 먹어주고 쉬는 거 허덕이면서 하고 있다. 짠 하고 멋진 아빠로 재탄생하는 일은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지 않고, 아주 확률이 떨어지는 일이다.
40대 이혼남 아빠, 살려고 운동한다. 없지만 여유를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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