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좋은 사람이 되지 마라

싱글맨 2022. 7. 2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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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극복하는데 '좋은 사람'이 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건 사실 결혼생활을 겪기 전의 내 경험에 근거한 얘기다. 그러고 보니, '좋은 사람'이라는 곡이 있는 토이의 Fermata 앨범을 전처가 여자친구였을 때 빌려주고 받은 적이 있다. 

극복하는게 좋다.

남들은 멀쩡하게 연애 잘 하는 걸 그냥 지켜만 보던 시절, 뒤늦은 사춘기를 대학 시절까지 겪으면서 짝사랑이나 고백 후 폭망을 전전하던 그렇고 그런 시절이었다. 중2병에 가슴 아픈 시절 토이 곡들의 가사는 가슴을 후벼판다. 왜 나만 이 모양이냐라는 생각을 미화하는데 이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나랑은 사귀어보지도 않은 그 여자가 '여전히 아름다운지' 걱정하고, 나는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하며 '좋은 사람'임을 자처한다. '안녕 이제는 안녕', '내가 남자친구라면' ....그래도 나는 이렇게 구구절절한 사랑을 하니까라는 위안만이 나를 '소박하고 좋은 남자' 로서 버티게 하는 힘이다. 

이런 토이류의 가사를 극복하길 권한다. 사랑에 대한 노래는 많다. 사실 토이만 가사가 이런게 아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 문제이나, 이런 류의 정신상태는 멀리하는 것이 삶에 이롭다. 물론, 지치고 힘들 때 한 번쯤 이런 가사에 취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절대로 그 가사를 내면화 하지 마라.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희생자를 자처하는 일이다. 성격이 좋은 사람이 문제라는게 아니다. '좋은 사람'는 그냥 성격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핑계로 남을 위해 나를 낮추는 사람을 지칭한다. 그건 사람이 좋은 게 아니라 착한 사람 컴플렉스에 빠진 약하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다. 

단순히 실연이 아닌 이혼 이후의 삶에서 이런 식의 접근법을 취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혹시라고 있다면 정말로 권하고 싶지 않다. 이건 여성인지 남성인지가 문제가 아니다. 자기 자신을 반성하되, 빨리 생각의 칼날을 돌려잡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 무언지를 정확히 알고, 그걸 구현하는게 어렵지만 맞는 길이다. 이건 이혼 이후에 나를 추스르는데도 필요하지만, 이혼 절차를 바르게 마무리 짓는데도 필요하다.

착한 사람 컴플렉스에 빠지게 되면, 이혼 이후에 자꾸만 안 되는 합의이혼을 하려고 하는 경향도 생길 수 있다. 세금을 냈으니 조정위원과 판사의 힘을 빌려라. 가정법원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고 해야지, 자꾸 대화로만 문제를 해결하고 이혼하고 나서도 좋은 게 좋은 것이니라는 식으로 접근하니까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 

10, 20 대 시절 아픈 연애 한 번 쯤 할 때는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혼 이후엔 시간이 없다. 목숨은 생각보다 정말 빨리 타들어간다. 차라리 이승환의 '천일동안'을 권한다. 이승환 노래 속의 그 남자는 힘들었다면 '다시는 만나지 마요' 라고 말할 만한 결기라도 있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이혼한 당신에게 '좋은 사람' 따위가 될 여유 같은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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