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아이들 영상과 사진을 안 올리는 이유

싱글맨 2022. 8. 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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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는 물론이고, 각종 소셜 미디어에 나는 절대로 아이들의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정도로 인터넷을 불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다른 아이들의 사진을 볼 때마다 조금은 불편하다. 그들이 내 자식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관여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내 아이들의 사진만큼은 절대로 동의없이 어디에도 올리지 말자고 다짐한다. 

아이들 사진의 운명은 아이들 스스로 결정한다.

사실 아이들이 등장하는 유튜브 채널도 불편하다. 채널 소유자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과연 나중에 그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자신의 어린 시절 영상이 네트워크를 떠돌아다니는 것을 과연 편하게만 생각할까? 확실한 것은 모든 사진과 영상이 모든 아이들에게 문제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후에 장성한 그들 중 누군가는 분명히 불편해할 것이고, 누군가는 분명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컨텐츠 자본으로 이용하려 할 것이다. 

남의 일에 신경쓰는 일은 주제넘은 짓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는 철저하게 아이들 사진을 올리지 않을 것이고, 나중에 혹시라도 아들과 딸이 동의하는 사진만 업로드할 생각이다. 애초에 인터넷에 나의 얼굴이 올라간다는 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올라가야 정상이다. 이력을 홍보한다던가, 판매/공유하고자하는 컨텐츠가 있을 때,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올라가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동의도 하지 않았는데, 그들의 신상이 나중에라도 털릴 가능성을 만들어 놓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다. 연예인들이 사생활이 지나치게 노출되어 겪는 어려움을 알고 있지 않은가. 페이스북 계정 같은 것이 털려서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인 위협이 생길 수도 있는 세상이다. 설령 어떤 영상이 올라갔다고 하더라도 지금도 문제가 안 되고 나중에도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일말의 가능성을 지워주고 싶은게 아빠로서 나의 마음이다. 타인의 관심이 돈이 되는 세상인 만큼, 익명성도 희소한 자원이 되었다. 

딸 아이는 벌써 내 폰의 카메라를 켜고 인플루언서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요즘 아이들이 보는 온라인 교육용 프로그램 덕분에, 아이들이 카메라 앵글에 대해서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아이들이 인스타그램 계정이라도 개설하겠다면 그건 그들의 자유다.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아빠인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울 것이다. (최대한 문제들을 미리 알려주고 싶다.) 다만 그렇게 함으로써 발생하는 모든 법적인 문제는 미성년일 때는 법적 친권자의 권한과 책임의 영역에 있고, 성년이 되면 아이들 자신에게 있다. 

아빠가 아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 하는 것처럼, 나의 아이들도 그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 그거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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