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이혼남 이혼녀 돌싱 심리 상태? (feat. 재혼이 어려운 이유)

싱글맨 2022. 8. 1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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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입키워드와 경로를 확인하다가 보면 '이혼 후 남자 심리'라는 키워드를 종종 보게 된다. 예상못한 키워드는 아니지만, 생각해볼수록 더 곰씹게 되는 키워드다. 아마 이 블로그가 이혼남 위주의 글이 제공되는 곳이다 보니 유독 이혼남 심리에 대한 키워드가 잡혔겠지만, 여자나 남자나 궁금한 정도는 비슷할 것 같다. 궁금한 건 이거다: '이혼 후에 저 남자는, 이혼한 저 여자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혼후 심리상태?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가 역시 큰 차이가 될 것 같다. 나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정해진 날짜에 잘 만나고, 얼마나 멋있는 아빠가 될 것인지, 아이들이랑 어떻게 놀아야할지, 양육비를 문제없이 지급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며 가끔 웃는 것이 행복의 원천이다. 짐작컨대 이혼한 여성의 경우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엄마든 아빠든 양육권을 행사하고 있는 경우는 아이들 스케줄을 고려해 움직이면서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더 아이들에게 집중하게 된다. 자기가 아이들을 직접 보지 못할 때, 누가 아이들을 볼 지, 가족중에 부탁할지 사람을 고용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기는 힘들다. 물론 여러가지 사정상 개인차는 날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없다면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 여기서부턴 내 짐작이다.

아이가 없다면 이 사람 생각에 자기는 아직 싱글이다. '돌아온' 보다 '싱글'에 방점이 찍힌다. 그래서 본인의 직업 이외의 취미생활과 연애에 대해서 훨씬 더 적극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만나려는 시도는 아마 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아이를 갖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남녀는 연애아 결혼을 서두르려는 조급증을 부릴 수도 있다. 이건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 같다. 남성들도 자식 욕심이 있는 사람이 있고, 더 늦기 전에 아이들을 낳을 수 있게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는 있다.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를 아예 갖지 않으려는 트렌드가 정착한지는 오래되었다. 내 주변에도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커플 셋 중 둘이 자녀 계획이 없다고 하는데, 이게 샘플마다 조금씩 다를 순 있어도 과거 10년전에 비하면 상당히 늘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이혼한 남녀가 다시 연애를 한다고 했을 때, 추측하건대 이들이 굳이 결혼을 확률은 아주 낮을 것 같다. 이미 결혼을 통해 감정 노동과 재산상의 손해를 본 사람들이 같은 계약을 다른 사람과 또 할 수 있을까? 아이를 어차피 볼 생각도 없는데?

한 번 더 짐작을 해보겠다. 블로그 유입키워드로 '이혼 후 남자 심리'를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들은 뭘 검색하려고 했을까? 아마도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이혼한 남자였겠지. '이혼 후 여자심리'가 키워드였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만나고 있는 이혼녀와 어떻게 관계를 발전시킬 것인가. 이게 검색한 사람들의 과제였을 것이다.

순전히 내 경험에 의한 추측에 따르면, 이혼 이후의 심리중 지배적인 것은 '의심'이다. 물론 이혼 직후에는 '슬픔', '분노' 이런 것들이 지배적이다. 그건 어쩔 수 없다. 당연히 저런 감정이 개입한다. 이혼이라는 건 대단히 파괴적인 혁신이니까.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방어자세가 된다. 지금 스코프 안에 들어오는 이 사람은 나에게 무엇을 얻어가려하는가. 기본적인 질문이다. 왜냐고? 또 다치고 싶지 않으니까. 또 상처받기 싫으니까. 그래서 연애는 어려워진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설득하기엔 의심의 그림자가 상당히 어둡다. 적어도 20대 중반 이상의 나이, 대부분 30대 후반일 이혼남녀는 의심도 많지만, 잃을 것도 많고, 그래서 따질 조건도 많다. 그래서 재혼은 상당히 어려워진다.

자식을 낳으려고, 혹은 이혼 후 경제적 어려움을 취집으로 해결하려는 시도 같은 예외적인 케이스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이런 걸로 뭔가 지나치게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여기서 한 가지 할 수 있는 얘기가 있다면, 지금 저 검색어를 타고 이 블로그에 들어왔던 사람이 아직 싱글이라면, 이혼남녀를 만나는 것은 말리고 싶다는 점이다. 그들은 상당히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물질적으로 뭘 많이 바란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 이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을 다시 상대방에게 심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그들은 당신이야말로 약속된 땅이라는, 더 많은 증거를 원할 것이다.

다시 추측이 아닌 영역,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굳이 좀 더 해보겠다.

이혼 이후 다른 여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나도 호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선물을 정중히 거절하며 그 기회는 패스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연애에 돈과 시간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문자 그대로 데이트에 쓸 비용이 없었다. 그 돈은 양육비와 투자금으로 들어가야할 돈이었다. 일년에 한 번 겨울에 휴가를 떠나는 것도, 국민관광바우처와 회사 복지 프로그램이 지원하는 호텔로 2박 3일 가는 수준에서 데이트 비용 지출은 사치다. 그 데이트 비용은 아들 딸에게 자전거와 입학 선물을 사줄 수 있는 돈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굳이 톡으로 티키타카를 이어나가려는 사람에게 더 미안해지기 전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뭐라고 결혼적령기의 멀쩡한 여성의 앞길을 막나. 이 거절은 내가 잘나서 한 거절이 아니라, 내 주제파악을 한 결과에 불과했다. 지금 내 한계를 분명히 알아야 몇 년후 사정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모든 이혼남녀의 이혼 이후 심리 상태를 짧게 설명하기 어려워서 개인적인 경험과 추측을 바탕으로 글을 써봤다. 좀 거칠게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자: '이혼남녀의 심리 상태라는게 과연 궁금해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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