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이혼 이후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

싱글맨 2022. 8. 27. 15:49
반응형

이혼을 한 당신에게 휴식은 필수다. 어느 사람이나 휴식이 필요하지만, 이혼이라는 이벤트를 겪고 나서 쉼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휴식도 일종의 업무다. 휴식을 업무로 등치시키는게 마음에 안들고 어감이 안 좋을 수 있겠지만, 옵션이 아니라 꼭 강조하고 싶다. 

이혼 이후의 마음을 짐작해보자.

피곤함이 있다. 속도 위반 티켓 정도 끊어보는 것이 다였던 사람에게 이혼이라는 법적 절차는 큰 피곤함으로 다가 온다. 주변에 본인의 사정을 설명하거나. 혹은 숨기기 위해 상당한 마음 고생을 했을 것이다. 이혼상대자와의 다툼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벌써 몇 년째 이혼 소송으로 시달리고 있을 수도 있다. 

죄책감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깊은 관계였던 사람을 떠나보냈다는, 사회적으로 아직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는, 혹 아이가 있다면 아이들에게 느끼는, 그리고 자식을 결혼시키고 독립을 바랬던 부모님의 기대를 깼다는 죄책감이 있을 것이다. 식장에 찾아왔던 하객들 앞에서 결혼서약을 했던 것이 생각나 이불킥을 하면서도, 그렇게 출발을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작고 소박한 죄책감도 있다. 여러가지 죄책감의 소스는 하나로 합쳐져 자책감이 된다. 

마음 속에 빈 공간이 필요하다.

자기 반성은 이혼 이후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자기 반성이 지나쳐 스스로가 싫어지는 감정에 빠지게 되면 건설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지나친 자책감이 독이 되어 찾아올 때쯤, 현실의 조건들이 함께 옥죄어 온다. 양육비의 압박과 노후 준비에 대한, 혹은 다시 싱글이 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외로움이 더해져 이혼을 겪은 사람의 마음이 아주 복잡해진다. 이혼 후 상담을 받았더라도 후련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몰라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함께 고개를 들게 마련이다. 

이혼 이후에는 마음 속에 빈 공간이 필요하다. 이혼 이후의 상실감 때문에 오히려 바쁜 삶을 살기도 한다. (내가 그랬다.) 하지만 마음 속의 허한 감정이나 남아 있는 배신감을 일로 채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 몸은 지치지만 생각과 감정은 쉬지 않고 이혼을 겪은 한 사람을 괴롭힌다. 빠른 속도로 장면이 바뀌는 이 복잡한 감정을 소화하려면 마음 속이 텅 빈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 속에 빈 여유 공간이 없을을 걱정해야 한다. 저 감정 하나하나를 보면 복잡할 것 없이 인간이 이혼을 겪었다면 당연히 겪게 될 단순하 감정들이지만, 이 단순한 감정들의 복잡한 상승효과를 막기 위해서는 마음 속에 별조의 빈 공간이 있어야 한다. 이혼 때문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담아두고 처리할 빈 공간, 그 텅 빈 공간이 오히려 마음 속에서 필요하다. 

이혼 이후에 앞으로 성공한 삶을 살아보이겠다는 일념으로 일과 공부에 매진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마음에 들어오는 빠르게 변하는 생각들을 처리하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 휴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음도 쉬어야 하고, 몸도 쉬어야 한다. 주기적이지는 않더라도, 며칠 정도 가끔 쉬어주는 휴식을 반드시 계획해서 실행에 옮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밤하늘

가끔 밤하늘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건강을 유지하면서 내 일을 해나갈 수 있다. 핵심은 '건강' 이다. 이혼 이후에 어떤 식으로 삶을 정리하든, 건강을 잃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신건강과 몸 건강을 둘 다 모두 지켜내야 한다. 아프지 않고 기능할 수 있는 몸으로 부정적인 경험을 잘 승화시키면서 경제생활을 계속해나가려면, 쉴 시간과 공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해야 한다. 

쉼과 빈 공간을 허용했을 때, 마음속에 차오르는 생각들을 안다. 이혼과 이혼 이전의 결혼부터 파국까지의 모든 것들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간다. 그렇게 컨트롤되지 않고 떠오르는 생각이 싫겠지. 하지만 때로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담담히 허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휴식으로 생긴 마음 속의 빈 공간이 이혼을 겪은 사람이 쉴 수 있는 정신적 치유의 공간이 된다. 지는 달이나 석양을 보면 아이들 생각이 나서 눈물짓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나도 이혼남이 된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더욱 더 투자에 매달리고 직장에서 공격적으로 일을 했었다. 하지만 그런 회피가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당신은 멈출 수 없게 되었다. 마라톤을 단거리 경주를 하듯 달릴 수는 없다. 휴식은 필수다. 옛날 생각에 사로잡혀 게을러지라는 얘기가 아니다. 

스스로에게 휴식을 허하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