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 이유없는 이혼과 이별

싱글맨 2022. 9. 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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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고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생존의 기본이자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이다. 흔히 인간관계에서 서로 함께한 기간이나 감정 같은 것이 영향을 미칠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간관계란 곧 이해관계다. 서로 만나서 이익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어야 상승 효과가 있다. 

써도 삼킬 것인가.

쓸데없는 당연한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익숙해지는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특히, 학교만 경험해본 사람들은 이걸 머리로는 알지 몰라도 몸으로 체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써도 삼켜주는 일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아주 드물게 일어나고, 절대로 먼저 바라는 태도로 세상을 살면 안 된다. (부모자식간에나 겨우 가능한 일이다.)

제일 싫어하는 말이 '우리가 남이가.' 이다. 남이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사람은 살면서 다른 사람의 힘의 빌려써야 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모임'에 이상과 목표, 좋은 감정만 함께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목적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만난다. 설령 그게 우정이나 사랑의 감정이라고 하더라도. 

연인과 부부도 남이다. 남녀간의 관계에도 목적이 있다. 나의 연인, 아내, 남편도 목적을 가지고 나를 만나는 사람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거의 늘 봐야하고, 다시 안 보는 일이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는 것이 다른 점이겠다. 그렇게 남녀가 만다는 목적이 무엇인지는 만나는 당사자만 안다. 남녀가 만나는 목적의 가짓수는 뻔하고, 당사자들 간의 목적이 서로 같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서로 만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관계가 성립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관계에서, 혹은 어떤 모임에서 갑자기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나머지 사람만 남았을 때 '내가 자기랑 친한 줄 알았나봐.' 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떨어져 나간 그 사람이나 무리가 이번에 뱉어질 차례였을 뿐이다. 그리고 나의 평판이라는 것도 이런 상황 논리에 의해 만들어진다. 평소에 인맥과 평판 관리를 안 할 수는 없지만 그 한계가 분명한 이유는, 뱉어야 할 사람은 적절한 시기에 반드시 뱉어지기 때문이다. 이유를 찾기 어려운 이혼이 벌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목적을 달성했거나, 더 이상 원래 만났던 목적이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상대방은 나를 버린다. '왜 헤어지자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라는 하소연에 대한 안타까운 답이기도 하다. 그 사람은 '당신이 더 이상 필요가 없다.' 설령 특별히 상대방이 싫어할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쯤에서 독자 본인의 경험을 반추해보길 바란다. 당신은 이유 없는 이별을 상대방에게 통보한 적이 없는가.)

이혼의 이유와 결혼의 이유는 그래서 같다. 이유가 있어서 결혼을 하고, 그 이유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면 이혼을 하게 된다. 그 이유 때문에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라, 그 특정한 이유말고 수많은 단점이 있어도 만날 사람 만나고, 그 특정한 이유말고 수 많은 장점이 있어도 헤어질 사람 반드시 헤어진다. 마치 장단점 분석하듯이 장점보다 단점이 적다고 결혼을 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생존을 위해서는 이걸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이건 냉혹한게 아니다. 오히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야말로 '인지상정'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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