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얘들아 지도랑 친해져볼까

싱글맨 2022. 3. 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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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큰 지도를 보여주었다. 서울특별시 전도로 광명시와 일산, 성남시 일부까지 포함하는 큰 지도를 서점에서 사다가 아이들이 오는 날 거실 바닥에 펼쳐놓았다. 지도는 크기와 축척에 따라 각각 용도가 다른데, 이 지도를 산 것은 내가 사용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이제 곧 초등학교를 들어갈 녀석들에게 내가 어디에 사는지를 공간적으로 찾아볼 수 있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지도는 항상 새로운 것으로 사용하고, 시간이 지나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주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커나가면서 지도도 함께 변해갈 것이다. 조만간 서울 지도뿐만 아니라, 전국지도와 지구본, 구글어스도 보여줄 텐데, 나의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아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지도와 아들

딸 아이보다는 아들 녀석이 더 관심을 보였다. (사실 이제 입학을 앞 둔 딸 아이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했다.) 

자기가 사는 집은 어디인지 아빠집은 어디인지를 처음 손가락으로 가리켜고, 얼마나 먼지 가까운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직 실감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서울의 한 구석을 보고, 여기 이 지점에 내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어른인 아빠에겐 당연한 일이지만, 아직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일이다. 이제 엄마가 사는 집과 아빠의 집이 다름을 알고, 자기 집 주소를 외우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런 생소함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일부러 이렇게 간접적으로 가르쳐주는 것은 의외로 드문 일이기도 하다. 

단순히 나의 물리적 위치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물리적 위치만큼이나 사회적, 경제적 위치 같은 본인의 상황을 잘 살피는 것은 생존의 핵심 기술이다. 딸과 아들이 자기 위치에 대한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어 나가길 원한다. 아이들에게 지도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소개하려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머리와 가슴 속에 자기만의 나침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훨씬 더 삶의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블로그의 목적도 여기에 있다. 이혼이라는 이벤트 이후에 내 위치와 새로운 방향을 아는 것은 아주 중요했다. 새롭게 마음 속 지도를 그리는 것은 모든 변화의 시작이다. 

아이들에게 뭔가를 억지로 가르칠 생각은 전혀 없다. 지도를 가지고 놀던 아들도 이내 시들해졌는지 다른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그걸로 그만이다. 굳이 별 관심 없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주의를 끌어가며 지도를 보여주려고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학교나 집에서는 못보는 것들을 보여줄 필요는 있다. 이건 아빠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아이들 교육을 위한 가장 좋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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