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로 아들 녀석이 빠져들 줄은 몰랐다. 녀석 덕분에 딸 아이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모두의 마블 게임을 재미있어하고, 심지어 엄마와도 부루마블을 했나보다. 게다가 모노폴리를 보여줬더니 그것도 관심을 보인다. 기대 이상의 효과가 나고 있는데, 지켜보면서 정말 탄성이 나왔던 것은 이 장면을 보았을 때 였다.

아들 녀석은 아직 서울에 대해서는 모른다. 자기가 서울에 살고 있다는 것 정도만 내가 이야기해주었을 뿐이다. 부동산에 대한 개념이나 투자에 대한 것도 당연히 모른다. 아직 여섯짤이다. 다만, 지도에 대해서 가르쳐서 훨씬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서울시 지도를 큰 것으로 사놓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모노폴리의 집과 호텔을 이용해서 제가 놓고 싶은 곳에 집과 호텔을 지어놓았다. 내가 가르쳐준 것이라고는 붉은색 굵은 선이 서울의 경계이고, 파란 것이 한강이라는 사실이다. 아들과 딸, 엄마와 아빠 모두 어디에 사는지 모른다. 말해주긴 했지만, 그 위치를 기억하지는 않는다.

인생에 부동산이나 돈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그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은 반드시 댓가를 치르게 되어 있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이다. 모두의 마블과 서울시 지도라는 조합은 내 예상밖으로 엄청난 파워를 내고 있다. 사실 아들은 좀 전까지만 해도 로봇에 더 관심이 많았고, 성격으로 보았을 때 아들 녀석보다 우리 딸 아이가 모두의 마블게임이나 지도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늘 그렇듯이 아빠의 예상은 빗나갔다. 아들 녀석은 서울의 마블을 만들어 플레이해내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아직 딸과 아들에게 뭔가를 규정하거나 아빠가 바라는 것을 투사해서 난처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이들의 마음과 정신은 맑은 물과 같고, 앞으로 이 녀석들이 커가면서 새로운 취향과 흥미를 찾게 될 것이다. 다만, 아빠가 찍은 이 사진만큼은 나중에 아이들에게 꼭 다시 보여주고 싶다. 너희들은 이런 걸 생각해낼 수 있는 녀석들이다라는 기억을 반드시 기록으로 만들어 두고 싶었다. 아빠로서 기대가 된다. 이 녀석들이 나중에 어떤식으로 자기 인생을 개척해 나갈지.
나의 딸, 나의 아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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