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의 면접을 결국 스킵하게 되었다. 신속항원검사 결과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결국 코로나 확진자로 분류되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아이들도 결국 코로나의 전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아빠와 엄마 양쪽 집 모두 확진자 발생으로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결국 일주일간 격리되었다. 사식을 넣어주듯이 들어온 배달 음식과 밀키트로 식사를 해결하게 되었다. 다행히 증상은 없거나 아주 경미했다. 지금은 격리가 이미 해제되었다.
평소에도 책을 보거나 드라마 영화를 볼 일이 아주 가끔 있으면, 아이들을 연상하게 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눈물을 삼키게 된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일은 더 잦아졌다. 초반 이틀 정도는 아이들 생각을 하면서 영상통화를 하게 되는 일이 잦았다.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하는 것과, 아이들을 만날 수 없어서 하게 되는 영상통화는 아주 많이 다르다. 삼일째 되던 날, 뭔가 다른 집중할 것이 필요했다. 어차피 아이들 생각은 언제나 난다. 잠시나마 뭔가 다른 일에 집중함으로써 지나치게 감정을 소모하는 일을 막는 것이 나의 건강을 위해서 필요했다. 계속 먹고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서 금방 살이 찌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다.
재택근무 차원에서 일부 회사일을 처리하기도 했지만, 현재 회사에 출근할 수 있는 인원 자체가 몇 명 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재택근무가 잘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평소에 계획했던 투자와 재무관리, 새로운 투자와 사업에 대한 지식을 공부 하는 일에 시간을 쏟았다. 시행착오는 많았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일도 많다. 하지만 충실하게 나를 위해 보내는 시간이었고, 실제로 대리인을 통한 입찰을 시도하기도 했다. 오롯이 보람찬 일이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입찰이 끝난 날은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의외로 자가격리중에는 단잠을 자기 어렵다. 실내 생활이 너무 많아지면서 수면 밸런스가 깨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외부 일정은 당연히 전부 취소되었다. 일부 온라인 미팅도 자발적으로 취소한 것들이 있다.
자가격리 시간은 국가 시스템에 얼마나 많은 개인 정보를 뿌리고 거기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깨닫는 시간이다.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2년 반 넘는 시간 동안 항상 국가와 기업의 공적/사적 플랫폼 시스템이 얼마나 나를 효과적으로 옭아매어 통제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자가격리가 되어 확진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 그 강도의 체감치는 올라간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통제에 둔감해지고 있다. '떳떳한 사람은 감출 것이 없다.' 라는 상식에 여전히 반대한다. 떳떳한 사람의 사생활을 알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격리 기간중에 스스로의 온전한 일에 집중한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활주로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 활주로가 이륙에 대한 기대인지, 활주로의 끝에 충돌하는 사고에 대한 불안감인지, 그것은 내가 생각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결정할 문제다. 이런 기록을 남기는 것은 아이들과 이 힘든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하기 위해서다. 나의 딸은 영상을 통해서도 당찬 이야기 솜씨와 아빠 사랑해요라는 가슴 시린 말을 해주었다. 아들은 아빠에게서 배운 모두의 마블을 통해서, 집에서도 엄마, 누나와 함께 부루마블을 열심히 플레이하는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년에 스물 여섯번 아이들을 만나는 짧은 시간과 금싸라기 햇살 같은 영상통화 시간에도 아이들과의 교감은 이루어짐을 믿는다.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치고 싶다면 그건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빠인 내가 '되어서' 보여주는 것임을 믿는다.
나 스스로 원하는 아빠의 모습이 될 수 있음을 믿는다.
아이들 스스로 살고자하는 바를 선택할 수 있고, 그들이 그걸 실현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음을 믿는다.
사랑이 인생을 개척하는 일을 달성시키지 못함을 알고 있으나, 처음부터 그들이 완성되어 있음을 믿는다.
'생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혼남은 직장인으로 남을 수 없다. (7) | 2022.04.21 |
|---|---|
| 결혼은 기한이 없는 부채다. (14) | 2022.04.15 |
| [롤모델] 마스터 키튼 리뷰, 아빠와 딸 (feat. 스토이시즘) (7) | 2022.03.09 |
| 서울 지도 + 모두의 마블 조합의 파워 (6) | 2022.03.07 |
| 신비아파트의 심오한 정신세계 (0) | 2022.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