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는 이혼한 이에게는 관심이 없다. 이혼한 남성에게는 (더더더) 더욱 관심이 없다.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당과 정당의 후보들, 즉 정치인들도 당연히 관심이 없다. 만약 그들이 관심이 있는 것 같은 말을 한다면, 그건 그냥 그런 척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건 그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대한민국의 결혼연령과 출생율을 고려할 때 이혼한 사람들을 챙길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0.6명대로 진입한 출생율을 감안했을 때, 진짜 나라를 생각한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출생율을 복구하기 위해서 뭔가를 해야한다. 나중에 별도의 글에서 따져볼 생각이지만, 결혼과 출산에 필요한 견적서를 뽑아보면 답은 정해져 있다. 결혼해서 애 낳게 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금을 걷어야 하기 때문에, 싼 가격으로 세수를 확보하고 군대에 국민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구는 정부의 수입원이다. 인구는 영토와 함께 국가의 '자산'이다.
그래도 정부나 국가 차원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논리적이기라도 하다.
본격적인 대선정국이니, 정치권으로 얘기를 옮겨보자. 얘기는 점점 더 지저분해진다. '이대남'이니 '이대녀'니 '청년'이니 '신혼부부'니 하면서 마치 각 계층이 원하는 것을 다 해줄 것처럼 얘기하고, 특정 계층의 억울함을 들어주는 것은 같은 말과 몸짓을 하지만, 그들의 업무는 유권자를 분할하여 나에게 유리한 집단으로 재생산하여 그들에게 투표를 하게끔 만드는 것이지,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이대남과 이대녀의 사회적 불만과 요구사항은 유효하다. 그것만큼 현실에 가까이 접해있는 것은 없다. 정치인은 거기에 '관심을 두는 척' 한다. 그걸로 끝이다. 그들의 업무 한계선은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요구가 정책에 반영된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데 있다. 정치인은 이런 목적을 위해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약속하고, 한편으로 성별갈등을 조장하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 득표를 위해 분열을 조장한다. 국론의 분열을 선거 때마다 도사처럼 지적하는 그들이지만, 국론이 통합되기를 바라는 정치인은 없다. 국론이 통합되는 순간 그들의 정권 획득의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들 중 이긴 사람이 권력을 차지한다.
이혼을 한 이들은 이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혼한 사람이라고 두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결혼적령기 혹은 출산적령기 (세수재생산기)의 여성과 남성에게 어필해도 모자랄 돈과 시간을 이혼한 국민에게 쓸 여유는 그들에게 없다. 이혼한 이들은 그냥 관심 밖이다. 따라서 이혼한 입장에서 남성과 여성에 대한, 그것도 특정 연령층에 한정한, 공약을 내건다고 해서 그들에게 표를 주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이건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다 마찬가지다. 이혼남과 이혼녀에 대한 구분도 없다. 국가에겐 사실 둘 다 필요 없기 때문에.
이혼한 아빠로서, 나에게 대한민국은 아이들이 당분간 자랄 나라일 뿐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양육비를 지급할 원화가 필요할 뿐이다. 여도 야도 없다. 여나 야나 나에게 관심이 없다. 대한민국 정부에게 나는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물간 상품이다. 내가 죽고 나서도 세금을 내게 될 두 아이를 국적에 올렸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결혼을 보면, 결혼이라는 비즈니스가 사랑과 얼마나 거리가 먼 것인지를 잘 느낄 수 있다. 그래도 보여지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미디어 앞에서는 이상적인 4인 가족의 이미지를 보이려고 노력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어떤 독자는 그들이 단순히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생각하는가? 유력자의 결혼은 권력을 위한 것이지, 사랑을 위한 것이 아니다.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그들이 하는 결혼의 방식을 배워서 활용하길 바란다. 그런 결혼이야말로 이혼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드라마 '쇼윈도'가 권력을 위해서 얼마나 이혼을 참을 수 있는지 보여주지 않았나. 드라마긴 하지만.)
두 아이의 아빠로서 이 올가미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정치를 개혁하거나 혁명을 일으킨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 두 아이가 그들의 인생을 정치와 관계없이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도구를 주어야 하는 일이다. 태어난 나라는 선택할 수 없었을지 모르나, 사는 나라는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아빠로서 나는 그 모범을 보일 생각이다. 두 아이에게 분명히 말해줄 생각이다: "너희들은 한국인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대한민국과 사랑에 빠지지 말아라."
이렇게 글을 쓰는 내게도 정치에 관심을 많이 두는 친구들이 있다. 나처럼 두 아이의 아빠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마치 특정 후보가 당선이 되면 아이들의 미래에 큰 일이 생길 것처럼 큰 관심을 가진다. 기레기를 욕하고, 광화문으로 혹은 서초동으로 집회에도 나간다. 정치적인 지향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심 그들이 그렇게 하면서도 정치나 정부가 본인의 문제와 현안을 해결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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