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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들으며 아이들을 떠올릴 때 아빠가 되었음을 느낀다.
연애 문제로 가장 힘들 때 의지했던 음악을 다시 들어보자, 그 가사를 들을 때 배우자나 옛 연인을 생각하는가, 아니면 아이를 생각하는가? 가사 속의 '그대'가 내 짝이 아닌 아이들에 대한 것으로 들린다면, 심지어 아이가 성장해서 겪을 사랑과 그 아픔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면, 이미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아빠다.
제과점이나 장난감 가게 앞에 무심코 서서 아이들을 생각하거나 선물을 고르고 있을 때 아빠가 되었음을 느낀다.
쇼핑 중에 발견한 레고 세트, 아이들이 그려진 디자인의 접시나 머그컵, 캐릭터가 올라간 케익, 주차된 차 안에 있는 카시트와 틀림없이 아이들이 먹고 버렸을 것 같은 캐러멜 포장지, 딸이 좋아하는 옆집 강아지와 아들이 좋아하는 자동차가 마침 내 눈 앞에 서 있을 때 문득 아이들이 떠오른다면 이미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아빠다.
힘든 순간, 오늘도 전쟁터를 오갈 때 먼 하늘을 보며 아이들을 생각할 때 아빠가 되었음을 느낀다.
해가 뜨기 전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가며, 사무실이나 작업장에서 힘에 부치는 순간 아이들이 생각난다거나 아이 사진이나 아이들이 준 선물을 손에 쥐고 억지로 자기 자신을 다시 쥐어짜고 있다면, 퇴근길에 뜬 그믐달을 셔틀버스 안의 건조하고 숨막히는 공기 사이로 응시하며 아이들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미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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