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이혼남 아빠의 건강을 위한 각오

싱글맨 2022. 9. 1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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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챙기고, 식단을 주의하고, 운동을 하는 일은 살아있기 위해 하는 일이다. 예전에는 살을 빼기 위해, 특정한 운동 수행을 위해서, 어떤 자격을 위한 체력 검정 때문에 체력을 길렀지만 지금은 다르다. 조금만 먹는 것에 부주의해도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온다. 자칫 잘못해서 식중독에라도 한 번 걸리거나 식습관이 오염되어 과자를 많이 먹거나 식사량이 늘어나면 몸에 즉각적으로 반응이 온다. 예를 들면 피부가 안좋아지거나, 잠을 못자거나, 혹은 식중독 이후에 운동을 못해서 체력이 급격히 감소하는 일 같은 것 말이다. 최근에 자가격리를 한 번 더 하게 되면서 운동량이 다시 줄었고, 체력저하로 이어졌다. 물론 격리 중에도 맨손운동을 하긴 하지만, 인후통과 발열, 근육통이 있는 상태에서 운동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체력은 떨어진다. 

운동을 하다가 하늘을 보다.

건강을 챙기고 운동을 하는 것도, 흐름이 있다. 계속 운동량이 조금씩 늘어나는 모멘텀이라는게 있단 말이다. 중량을 늘리거나 오르내리는 계단의 숫자를 늘리는 것은 점차 조금씩 늘기 때문에 한 번 그 흐름이 무너지고 모멘텀을 잃으면 그걸 복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건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마치 내년에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려는 생각으로 운동을 하는 것도 그닥 좋지 않다. 나는 운동선수가 아니다. 다만 내가 하고자 하는 사업과 일에 최적화된 몸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보는 시선도 딱 그만큼 중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 사업을 하는데 체력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의 저질체력을 가지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당장은 직장인으로서도 자기관리가 안 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정도로 배가 나오거나 등이 굽어도 좋지 않다. 동시에 갑자기 좋은 몸을 가지기 위해 급작스러운 채식이나 운동량을 무리해서 늘리면, 병에 걸리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다시 건강을 챙기는 흐름에서 이탈하게 되고, 또다시 모멘텀을 잃는다. 어릴 때 그렇게 싫었던 꾸준함이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부문이다. 단순히 운동을 매일 해야한다는 것보다, 매일 내 몸 상태를 체크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혼 이후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입에 쓰레기를 넣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한지 그래도 2년이 지났다. 예전처럼 머릿속이 뿌옇게 술도 안 마셨는데 취한 느낌 같은 것이 사라진다. 하나의 계단을 더 오르려고 하면서 내려올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쿼트 자세를 세심하게 신경쓰는 행동 자체가 일종의 구도 행위가 될 수 있다. 당연히 중간에 실패하는 날도 있고, 예기치 않은 건강의 이상이 생기지만 모든 것을 잃지만 않으면 된다. 요리나 운동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면서 이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분명히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특히 다시 연애를 하고 싶다거나 재혼을 꿈꾸는 이혼남이라면 건강과 운동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몸 상태가 드러내는 건강함은 다른 사람들이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본다. 결혼을 했다가 이혼이라는 걸 겪어 본 사람이라면, 몸과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을 외모지상주의라고 깎아내리는 짓을 안 하는 게 좋다. 그건 십중팔구 자기관리를 게을리하는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악순환으로 자기 상황을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 

연애나 재혼은 내 관심사가 아니지만, 건강을 유지하도록 주의를 기울이는데 강한 동기부여가 아이들이다. 멋진 아빠가 되고 싶다. 운동을 곧 잘하고 턱걸이 정도는 할 수 있는 아빠가 되는 것, 나중에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뛸 일이 있을 때 꼭 배나와서 헐떡대는 아빠가 되지 않는 것, 이런 목표가 동기부여가 되어 나를 쿠키 하나라도 덜 먹고 조금 더 잠을 잘 자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그리고 아이들도 이걸 귀신 같이 알아본다. 이혼 전후하여 나의 아이들에게 아빠는 '뚱뚱한 사람' 이었다. 최근에는 아빠는 '크은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 작은 차이가, 아주 작은 차이가 그렇게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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