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부부 상담, 커플 상담은 이혼을 막을 수 없는 3가지 이유

싱글맨 2022. 9. 2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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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활 중에 뭔가 문제가 생기거나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면서 부부 동반으로 커플이 함께 상담을 받는 경우가 있다. 나도 이혼 직전에 결혼 생활 문제로 개인 상담을 받으면서 상담자가 내게 부부 상담을 권했었다. 물론 그 때는 아직 이혼을 결심하기 전이었고, 제안을 받긴 했지만 영 내키지 않아 받지 않았다. 아마도 영화 '미스터앤미세스스미스'의 가장 초반과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받는 부부 상담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미안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식의 부부 상담은 이혼을 막을 수 없다. 

고운 말이 오갈거라고 생각하는가?

 

이혼을 대비하면서 전후에 심리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는 글을 쓴적이 있는데, 뭔가 단단히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심리상담은 내담자가 혼자 받아야 결혼생활과 이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것이지, 뭔가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문제가 생긴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많지 않다. 더군다나 (거의) 예정된 이혼을 막을 수는 없다. 이유들을 추려 정리해본다. 

1. 각자 타협의 의지가 없다. 

'이혼상대자와 합리적인 대화를 기대하지 말라.'는 요지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부부 생활에 문제가 생기고 상담을 받는게 어때라는 제안을 받거나 떠올릴 시점이 되었다면 사실 이미 늦었을 가능성이 높다. 커플 각자는 서로의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다. 그게 부부간의 잠자리 문제나 자녀의 교육 철학 문제 같은 것이라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경제적인 문제라거나 부부 이외의 양가 친척이 개입되는 문제라면 뭔가 만나서 얘기한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상담자가 중재를 한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상담 자리에서 나온 얘기를 상담자가 책임질 수는 없다. 상담자는 가정법원의 판사나 조정관이 아니다. 서로의 대화가 중재자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면 그 대화의 끝은 뻔하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에서 상담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짠하고 문제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던가. 아니다. 두 사람을 감싸고 있는 모든 거짓말들을 들추어 진실이 드러나고 죽도록 서로 싸우고 나서 그래도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야 이혼을 피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게 영화라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2. 상담 자리에 나오기가 어렵다. 

일종의 기술적인 문제인데, 문제가 생긴 부부는 서로 다른 형태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자가 동의하여 합동으로 상담을 받는 자리에 나오는 것을 동의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가 된다. 부부 중 남편은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내는 상담에 나가는 것의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심지어 상담자라는 '남' 앞에서 부부 사이의 문제를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거나 치욕스럽게 느껴져 그 자리에 나오지 못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물론 남편과 아내의 입장은 바뀔 수 있다. 어쨌거나 이 자리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큰 결정이기 때문에 성사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적인 벽이다. 

3. 부부가 상담자의 탓을 하게 된다. 

상담이 어찌어찌하여 이루었졌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남의 탓을 한다. 상대방의 탓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양쪽 모두 상담자가 한 쪽 편을 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훈련받은 상담자들은 본인이 부부 사이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하고, 최대한 제 3자의 입장에서 부부 각자의 입장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서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문제는 상담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부에게 있다. 

특히 이혼의 가능성이 이미 전제되어 있는 경우라면,  상담 중에도 주관적으로 '자기가 느끼기에' 상담자가 혹시 편을 들고 있지는 않은지 평가하게 되고 자기에게 유리하게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최악의 경우 양쪽 모두 상담자를 탓하게 된다. 단순히 편을 들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고, 상담자가 실력이 없어서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상담을 받아보자는 답 없는 잠정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로 돌아가보자. 문제의 본질은 부부 두 사람이다. 커플이 뭔가 서로 동의할 수 없는 어떤 지점이 생긴 것이다. 중차대한 문제의 중간결론이 '상담자의 무능력'이라는 어정쩡한 결론이 부부에게 생산적일 수는 없다. 

 

뭔가 문제가 생겨서 상담을 받아야 겠다는 논리적인 생각을 한 것 까지는 좋다. 두 사람이 각자 문제가 생겼을 때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이긴 하니까. 하지만, 거기까지 아닐까. 부부의 문제가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따로 있을 때 합리적인 사람이, 둘이 만나 서로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합리적인 대화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혼을 하는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이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이혼을 해서 생기는 문제보다, 이혼을 해야 마땅한 사람들이 비정상적인 심리상태에 빠져 갈러사지 못할 때, 부부 사이의 대형 사고가 터져 뉴스에 나오게 된다. 

철저하게 '나' 라는 개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오히려 생산적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분명해지면 출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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