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아들에게

맏이에게 아빠가

싱글맨 2022. 1. 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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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에게,

아빠가 어제는 네 동생이 계속 게임을 하고 싶어해서 놀아주다보니 우리 딸과 많은 얘기를 못한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네가 아빠한테 얘기하고 싶을 때마다 동생이 계속 끼어들고, 아빠가 보드게임판을 너무 많이 보고 있어서 아쉬웠는지 모르겠다. 아빠는 네 발랄한 모습이 너무 좋다. 분명히 너는 끼가 있고,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지. 사랑하는 공주님, 친구에게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고, 신기한 물건과 춤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아빠는 우리 딸에게 무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요. 아빠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지만 항상 네게 아빠의 관심은 부족하게 생각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누나로서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항상 우리 딸이 안쓰럽다. 벌써부터 동생을 챙겨야하고, 주변에서는 맏이인 네게 기대도 많을 것이다. 이제 학교에 들어간다는 것은 주목받는 것만큼 네게 기대가 생긴다는 뜻이다. 특히 동생이 있기 때문에 엄마는 딸인 네가 누나로서 아들 녀석에게 모범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수 있다. (이건 네 엄마와 얘기해보진 않았다.) 우리 딸과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동생을 의식한 발언을 자연스럽게 할 때가 있는데, 이것은 아빠 마음에 조금 걸린다. 그 부담감을 아빠도 맏이였기 때문에 아니까. 심지어 엄마가 걱정되서 집에 가야한다고 말할 때는 기특하면서도 아빠 가슴이 조금 아렸다. 부담감을 넘어 책임감을 가지려고 하는게 눈에 밟혀서.

주변의 기대를 모두 만족시키려고 할 필요는 없다. 특히 아직 학교에 다닐 나이에는 그런 부담감은 조금 내려놨으면 한다. (물론 아빠가 이렇게 적는다고 그렇게 되진 않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빠나 엄마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내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이 얘기를 굳이 아빠가 하는 이유는, 주변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 같은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네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과 통하기 때문이다. 

 

우리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이 얘기를 다 하는 것은 네게 또다른 부담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아빠는 항상 네가 좋아하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 딸이 좋아하는 걸 아빠한테도 얘기해주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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