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우리 아들,
누나 생일에 맞추어 아빠가 너희들을 만날 수 없기 때문에, 날짜를 바꾸어 생일 축하를 했어요. 이제 학교를 가기 때문에 아빠는 너희들에게 책가방을 샀단다. 당연히 한 사람 생일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이 선물을 못 받으면 실망할까봐 둘 다 선물을 샀지요.
드레스를 입은 우리 딸을 위해서는 아빠가 민트색 빤짝이가 들어간 예쁜 가방을,
우리 아들도 똑같진 않지만, 멋진 가방을 준비했어요.
하지만 너희들은 선물이 처음에 썩 마음에 들지는 않은 것 같다. 가방이 선물이라는 걸 알았을 때, 너희들이 실망했다는 걸 아빠는 알았단다. 가방은 엄마도 이미 주었을꺼야. 이건 아빠가 선물을 사기 전에도 알고 있었던거다. 하지만, 너희들이 가방을 하나만 쓰라는 법은 없고, 예상컨대 엄마가 좀 얌전한 디자인의 가방을 준비했을 것 같아서 아빠는 좀 과감한 디자인을 선물한거란다.
하지만 아빠도 너희가 처음에 크게 실망할거라고 예상하진 못했다. 가방이 이미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은 장난감과 특히 아들아, 네게는 로봇이 중요한 것이었을텐데, 아빠가 가방따위로 카봇과 퉁을 치려했다는 사실이 영 맘에 안 들었던 것 같다.
아빠가 너희에게 설명을 이미 했지만, 여기에 다시 적어두겠다. 언제 너희들이 이 블로그를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항상 너희들에게 맘에 드는 선물을 할 수는 없다. 이 점은 받아들이도록 해라. 그냥 인생이 그렇다. 그리고 아빠는 너희에게 필요한 선물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크리스마스 선물로 너희들에게 예쁘고 멋진 장난감을 준 적이 있다. 아빠가 그렇게 했던 이유는 크리스마스니까. 이유 없이 특별한 날에는 너희들이 원하는 달콤한 사탕같은 선물을 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일처럼 너희들이 커나가면서 의미 있는 날들은, 너희들이 성장하면서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들아, 이번 생일은 네 생일이 아니다. 단순히 우리 딸과 아들 둘 중의 하나에게만 선물을 주는 것보다는 둘 다 공평하게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너도 같이 선물을 받은 것이다. 물론 아빠는 너의 마음을 이해한다. 당장 지구를 외계인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 네게 얼마나 헬로카봇이 필요했는지는 아빠가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선물은 어디까지나 너희 둘에게 공평한 선물을 준다는 차원에서 같은 아이템으로 선정했다. 이 또한 받아들이거라 (Deal with it.) 다음 로봇방위사업에 대해서는 네 생일이 되면 협의하도록 하자.
당연히 너희가 실망한 모습을 보일 때 아빠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다. 그래도 아빠는 언젠가 그 가방을 너희가 착용하게 되었을 때, 아빠가 준 가방임을 기억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특히 우리 딸 다시 엄마에게 돌아가면서 민트색 가방을 메고 아빠에게 '예뻐요' 하며 웃어주었을 때 아빠는 기쁘면서도 너무 가슴이 아팠단다. 벌써 우리 딸이 아빠의 마음을 헤아려 기대했던 선물이 아님에도 아빠를 안심시키려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딸, 생일 축하한다.
우리 아들, 아빠 마음을 알아줄거라 믿는다.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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