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연말정산 단상 (feat. 2022년 대선)

싱글맨 2022. 1. 2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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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연말정산을 하면서 모의 결과를 확인해본 결과, 징수해야할 세액은 0원이다. 

뜻: 13월의 월급을 받는 것도 없고 토해내는 것도 없다. 나름대로는 잘 살고 있다는 뜻이다. 허덕이는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가끔 12월이나 5월에 자금이 타이트해지는 경우가 있지만, 크게 무리가 되는 경우는 없었다. 기부금 30만원 정도를 제외하면, 주택차입금에서 혜택을 받는 것도 없고, 청약통장 입급액에 대한 공제자격도 없다. 이혼 이후에는 양육권이 없기 때문에 기본공제에서 오는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소비부문에서 돌려받을 돈이 없다는 것은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여전히 유류비와 커피값 지출이 상당히 되는 편이지만, 도서공연비가 일부 균형을 맞추는데 도움이 된다. 토해내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문제일 수 있다. 저축율이 아직 높지 않다는 얘기다. 아직 금융소득종합과세에는 해당사항이 없을 것 같다.

정작 문제는 아직도 연말정산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말정산에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일수록 경제적 자유와는 거리가 멀다. 세금 문제의 정확한 처리는 부를 지키려는 사람에겐 필수적인 것이지만, 연말정산이 임팩트가 클수록 노동소득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근로소득이라고 부르는 이 소득부문에서 빨리 벗어날수록 더 자유롭다. 계산상으로는 2022년이 아마 재정적으로는 가장 타이트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혼남으로서 살면서 돈 문제를 직접 관리하는 것은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관리하는 것과 같다. 잘 모르는 것이 많고, 고통스럽다. 적어도 30대 후반으로 접어들 나이에 지금까지 이런 것도 몰랐나 싶은 것도 많아 자괴감도 든다. 사회생활을 조금만 일찍 시작한 똑똑한 20대라면 다 아는 내용을 이제 배우는 것도 많다. 하지만 하나씩 해결하면서 앞으로 나갈수록 그 결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늘 뺀 1kg이 뿌듯하고 조금 더 투명하게 시야가 트이는 경험을 하게 되는 다이어터처럼.

건강관리의 문제가 오늘 0.x 킬로그램이 더 빠지고 찌고의 문제가 아니듯, 연말정산에서 얼마를 돌려주는지는 원래의 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원래의 문제는 왜 지금 비만과 당뇨에 시달리며 혈압이 높은지, '왜 건강하지 않은가' 가 문제이다. 연말정산의 문제는 왜 아직도 연말정산에 의존하는지와, 왜 세금을 내야하는지, 낸 세금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이다. 과표구간에 따라 6년동안 내가 낸, 소득 구분에 따라 15%에서 38% 사이의 세율을 자랑하는 세금은 어디에 쓰였는가.

덧붙이는 말: 2022년 올해에는 대선이 있으니 후보와 정책에 대한 얘기가 당연히 미디어에는 많다. 대통령은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정치인은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그건 여나 야나 마찬가지이고,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들은 나나 당신의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다. 특히 이혼한 남자에 대해서는 정치권은 무관심하다. 개인적으로는 쓸데없는 관심보다 무관심한 상태로 남아 있는 편이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한다. 본질적으로 개인의 문제는 당사자외에는 아무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기본값을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건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자각이 나를 더 깨어있게 하고, 게을러지면 다시 스스로를 깨울 수 있는 힘이 되니까. 

돈을 찍어내고 세금을 더 뜯어가는 건 전 세계 모든 정부의 공통사항이다. 누가 더 해먹느냐와 덜 해먹느냐의 차이만 있고, 어느 나라가 그래도 되는지 아닌지 여부만 있을 뿐, 그들이 하는 짓은 다 똑같다. 그래서 그렇게 정부가 세금을 잘 써서 물가가 오르고, 아직도 소방관에게 보호장구를 제대로 지급 못 하는가. 전염병과 싸우는 의료진에게는 제대로 된 보상을 했는가. 제대로 된 전투기 하나 못 사서 20대 후반의 앞날이 창창한 파일럿을 저 세상으로 보낸 나라에서 세금을 잘 썼다고 할 수 있나. (이 나라 정부는 연평해전과 천안함 이후에 배운 것이 전혀 없다.)

원래 한국의 대통령은 주어진 일이나 잘 하면 다행인 자리다. 한국만 그런게 아니라 좀 발달했다는 나라들이 그런 경우가 많은데, 내가 낸 세금을 어디에 쓰고 누구에게 주겠다고 말하는 것이 사실 정치의 모든 기능이다. 정치의 문제가 결국 자원을 어디에 쓸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은 그 돈을 효율적으로 써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항상 그럴 듯한 일에 많은 세금을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싶다. 적어도 내 자원을 어디에 쓸 것인지는 내가 결정하겠다. 필요하다면 나는 세금을 더 적게 낼 곳으로 이동할 생각이다. 어느 지자체에서 뭘 더 많이 주네, 혜택이 많네...이런 것은 지엽적인 문제다. 애초에 세금으로 뜯어가지 않았으면 다시 나누고 할 필요도 없는 돈이다. 내가 내 돈을 어디에 써야 효율적으로 고민하는 것보다, 징수된 세금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쓰이도록 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 이런 어려움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기부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언제 어떻게 누구의 의지로 해결되는가. 몇 십년이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걸리는 동안 당장 납세자와 유권자의 삶이 박살이 난다. 현실적으로 기부는 많은 문제를 훨씬 빠르게 해결한다. 간접적인 기부금 지불보다 직접적인 기부금 전달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래서 연말정산을 마치고 2022년부터 기부금액을 소액이지만 3배로 늘려 설정해두었다.)

이전 글에서도 여러번 쓴 것이지만, 이혼 이후의 삶에서 자기결정권과 독립성은 타협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세금과 정치가 나와 당신의 결정을 방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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