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의 가능성을 1%라도 감지했다면, 십중팔구 당신은 이미 감청당하고 있다.
기본 중의 기본은 휴대전화 비밀번호나 화면잠금 패턴이다. 결혼한 커플의 선택은 딱 두 가지 밖에 없다. 전화기를 구석구석 볼 수 있게 완전히 투명히 공개하든지, 아니면 비밀번호에 대해서 묻지도 말고 화면잠금 패턴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죽는 순간까지 상대방을 신뢰하는 것이다. 안다, 둘 다 모두 쉽지 않고,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는 것보다 이혼으로 갈라설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점심시간에 포탈사이트에서 뉴스를 보고 있는데, 외부 로그인 알림이 뜨고 최근에 방문하지 않은 카페가 최근 방문 카페로 실시간으로 바뀌는 신세계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관리하지 않고 오랫동안 로그인해둔 구글 계정의 타임라인이 내가 바꾸지 않았는데 활성화된 적은 없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 이미 이전 글에서 카카오톡을 강제복원 당한 얘기는 이미 했었다. 대개는 당신의 최근 활동과 위치정보를 알아내기 위한 감시활동이다. 구글이 뚫렸다면 타임라인에서 끝나지 않는다. 당신의 전체 구글 검색 히스토리가 이미 넘어갔다고 보면 된다. 당연하지만 이미 결혼 전의 검색어까지 모두, 전부. 그리고 당연히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하고 비슷한 비밀번호를 가지고 있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도 전부 뚫렸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투자를 시작하기 위해 개설했던 CMA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적도 있다. 자동차 보험을 갱신하기 위해서 미리 빼놓은 돈이라고 설명해도 전처는 처음에 믿지 않았다. 내가 급여를 뺴돌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정작 나는 전처가 대충 얼마를 버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 구체적인 숫자는 하나도 모르는데도, 당신이 잠든 사이 당신의 신분증과 차 열쇠가 사라지고, 차에 놔두었던 물건이 사라진다. 나는 이 모든 경우를 다 경험했다. 없어진 물건과 돈을 돌려받고 나서도 아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내가 일을 가볍게 본 것이 실수였다.
나와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면, 당신의 비밀번호 혹은 비밀번호 생성 방법은 이미 알려졌을 것이고, 당신의 신분증과 차 열쇠는 이미 복사가 끝났다. 훔쳐갔던 물건을 돌려달라고 해서 아무런 소득없이 그 물건들을 실망하고 돌려줄 가능성은 낮다. 당신에게 순순히 돌려준 이유는 당신을 안심시키고, 당신의 개인정보와 각종 기기 및 차량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기 위한 일이다.
'쇼윈도' 같은 최근의 드라마에서는 감청장비를 구입하는 장면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방영된다. 전자상가로 보이는 곳에서 위치 추적 장치를 사서 남편에게 달아 놓으려 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타기 때문에, 더욱 죄의식없이 이런 행위를 저지르기 쉬워져 가고 있다. 여기에 '니가 의심스러운 짓을 했으니까....'라는 말도 안 되는 정당화 논리로 무장하면 범죄에 태연해진다. 부부 사이라도 개인정보에 허락없이 접근하거나 도용하는 것은 법정 판례가 존재하는 분명한 범죄다.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 통신 기록 내역을 조회해오라는 요구를 커플 사이에 하기도 한다. 단순히 연애만 하고 있는 커플보다 결혼한 커플이 이런 요구를 한다. 걸린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미 통신기록 조회를 논하기 시작했다면 당신은 배우자로부터 당신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 이미 늦었을 가능성도 높다.
이혼을 하고 나서 내가 한 일은 그렇게 뚫인 각종 계정, 계좌, 열쇠와 비밀번호를 전부 초기화하는 일이었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다. 내가 얼마나 나를 보호하지 못했는지 자책감과 분노를 안으로 삼키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정리가 다 끝났다고 안심하고 있을 무렵, 이혼을 하고 나서도 거의 1년 정도가 지났을 때 나는 다시 악몽을 경험했다. 자동차 트렁크의 컴파트먼트 안 쪽에 GPS 추적장치를 발견했다.
지금부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수칙 3가지를 정리하겠다.
1. 모든 계정 로그아웃의 생활화
카카오,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모든 계정에서 로그아웃을 습관으로 삼는다. 가급적이면 이 모든 서비스들은 모바일이 아니라 PC로 사용하길 권장하고 그렇지 않으면 상시 로그아웃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패스워드는 자주 바꿀수록 좋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바꾸길 권장한다. 귀찮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당하다. 이건 사실 이혼 여부를 떠나서 점점 헤비한 네트워크 사용 환경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기본이다. 특히 포탈사이트의 외부 로그인 알람 기능은 반드시 활성화해두고, 모든 위치정보는 반드시 비활성화하길 추천한다.
2. 복수의 전화기와 복수의 계정 사용
전화기를 최소한 두 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스마트폰은 금융결제의 수단이 될 정도로 쓰임새가 다양하고 중요한 기기이기 때문에, 한 개의 폰이 해킹당하거나 배우자에게 뚫렸을 경우 금융 계좌에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막을 수 있다. 가령 카카오페이 인증 수단이 다른 전화기로 오도록 설정되어 있는 경우, 당신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다.
용도에 따라서 업무용과 가족용, 이런 식으로 구글 계정이나 네이버 계정을 분할하여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건 어차피 스팸 계정을 따로 가지고 있는 사용자도 이미 많을 것이니 익숙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반약 한 개의 포탈과 한 개의 구글 계정으로 모든 일을 하고 있다면 다각화 하기를 권장한다. 당신의 개인정보를 절대로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라.
3. 동기화 사용 자제
업무용 계정을 따로 구분해야 하는 이유가 사실은 여기에 있는데, 사진, 메일, 통화녹음 동기화를 피하도록 한다. 의심이 생긴 배우자는 풍경 사진에도 반응한다. 자기 눈으로 보기에 낯선 곳이 보이면 여기는 누구랑 간 것인지 의심할 수도 있다. 업무차 방문했던 거래처 주차장의 풍경만큼 의심스러워 보이는 것이 있겠는가.
4. 자동차에 물건 보관 금지
'타짜'에서 정마담이 너구리 시켜서 고니 차를 털어간 장면을 기억하는가. 트렁크에 돈을 숨겨 놨던 고니는 꼼짝없이 정마담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바퀴가 달린 물건에 중요한 물건이나 고가의 물건을 보관하지 말아라. 내가 자동차에서 GPS 트래커를 발견했을 때 든 생각은, '조금만 이혼을 늦게 했으면 자동차에 폭탄을 달았겠구나.' 였다. 공수래공수거의 마음으로 자동차에는 몸만 드나들도록 하고, 가능하다면 철저하게 임직원 전용주차장을 이용하길 권장한다. (GPS가 있더라도 배터리 용량에는 제한이 있기 때문에 임직원 주차장에 차를 오래 보관할수록 심부름센터 직원등을 통한 GPS 트래커의 회수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혼 소송 전에 이걸 발견한다면 활용하길 바란다. 물론 그게 당신의 이혼상대자가 했거나 사주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5. 감청 장비가 있을 가능성을 인지하고, 발견했을 경우 금속재질 안에 보관한다.
사실 당신의 휴대폰이 가장 강력한 감청장비이니, 평소에 보수적인 개인정보 보호를 실천하도 싶다면 비행기 모드를 생활화 하길 권장한다. 사용하지 않는 기기나 내가 설치하지 않은 GPS 등의 기기 (필요하다면 당신의 휴대폰도!) 는 전원을 끄거나 아니면 발견 즉시 금속재질 포장 안에 보관하길 바란다. 공업용 카퍼메쉬 (구리망) 를 사용하면 가장 좋지만, 양파링이나 새우깡 빈 봉투같은 것도 좋다. 발견했다면 절대로 버리지 말고 잘 보관해두길 바란다. 사람 일은 모른다. 언제 어떻게 당신이 당한 것을 증명해야 할지. 그렇게 모아놔도 부족하지만 일단 보관한다.
이 모든 것을 다하면서 불안해서 어떻게 결혼생활을 하느냐라고 따져 물을 독자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전화기를 두 개 쓰는 인간 의심스러워서 어떻게 믿고 결혼 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내 대답은 '결혼 하지 말라.', 혹은 '헤어져라.'다. 하긴 방역패스 같이 당신의 위치 정보를 실시간 감청하는 정책도 전염병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니, 이런 일이 귀찮고 가치 없게 느껴질 수 있겠다. 당신이 아무런 특이한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고 하더라도, 당신의 행동과 사생활을 알려고 하는 모든 행위는 사생활침해에 해당한다. 이 당연한 권리를 지키는 노력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연애는 물론 인생을 함께 할 가치는 없다. 너무 어려울 것 같은가? 결혼생활이 원래 그래서 힘든 것이다. 다시 한 번, 당신의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완전히 투명하거나, 완전히 불투명해도 믿거나.
의심을 하기 시작한 순간, 이혼상대자는 당신에게 '네가 xx를 하지 않았다라는 것을 증명해봐.' 라고 말할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내가 뭔가 하지 않은 것을 무슨 수로 증명한단 말인가. 아무리 설명해도 당신이 ATM에서 뽑은 현금이, 네비에 찍은 처음보는 주소가 있는 한 이혼상대자는 당신의 설명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불가능한 해명을 요구한다.
그럴 때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치는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계속 반복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연애나 결혼을 끝내고 절대로 다시는 그들에게 당신의 곁을 내어주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이혼한 이후에도 이런 노력의 일부를 나는 계속하고 있지만, 이혼 후에는 사실 걱정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일에 시간을 낭비하기에 사실 당신의 목숨은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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