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일, 1인 1주택을 달성하였다. 전처가 친권과 양육권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제외하고, 가족 구성원 전원의 1인 1주택 소유가 실현되었다. 한 명을 제외하고,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순환링 안 쪽에서 실거주하게 되었다. 7 영업일 이내에 등기부등본에서 소유권이 확인되면, 모든 절차가 끝이 난다. 오늘 그 단계의 마지막 이사가 완료되었다.
무리수였다.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어머님을 몰아 세워 얻어 낸 결과다. 무엇을 사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자금 동원력과 전략의 부재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경제적인 분리와 별도 세대 구성이 반드시 필요했다. 각자 인생의 시점을 생각했을 때, 그리고 지금 하는 일을 고려했을 때, 추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세대 분리가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필요했다.
인터넷과 티비 정도를 내가 지불한다는 것, 임직원 할인가로 가전 제품 사주는 정도를 제외하면, 다른 가족들의 생활에 이제 내 돈이 들어가는 일은 없다. 내가 그들의 생활에 돈을 전적으로 대고 있을 때, 나에게는 그들의 생활에 간섭할 권리가 있었다. 이제 그들의 생활에 나는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소액의 경제적 도움이나 서로를 가끔 방문하는 것 정도를 빼면 나머지는 일을 하든 정부의 지원을 받든 그건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다시 한 번 밝혀두지만, 1가구 1주택이나, 1세대 1주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1인 1주택'을 말하는 것이다.
1인 1주택을 권장하는 것은 다름아닌 정부의 정책이다. 가족 단위의 주택 소유를 기준으로 부동산 규제나 세금 정책이 집행된다면, 각자 독립 세대가 되는 것을 지향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현행 제도에서 부모 부양을 이유로 청약에서 개미 손톱만한 이득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혜택은 없다. 정작 부모 부양으로 청약 점수를 꽉꽉 채워 청약을 받는 사람들도, 당첨이 되고 나면 세대 분리를 택할 것이다. 부모와 자녀의 노는 명의를 그냥 놀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3대 7인 가족이 당첨된 아파트 한 지붕에 사는 것이 가능할 수는 있어도 실제로 벌어질 법한 일은 절대 아니다.
정치에 충분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 관심은 정권이 누구에게 흘러가는지가 아니다. 투표할 권리는 있을지 모르나, 정권에 대한 어떤 컨트롤도 직접적으로 없는 상태에서 현실적으로 가족이 선택해야 할 것은 소유권과 생존의 문제다.
망가진 바닥을 수리하고 새 장판과 발수코팅을 했다. 곰팡이를 걷어내고 하얀 벽지로 다시 도배를 하고, 이삿짐으로 맡겨두었던 짐들이 새 집에 들어왔다. 시계를 걸 새 못을 박고, 커튼봉과 블라인드의 균형을 맞춘다. 이제 내 것이 아닌 짐들이 내 집에서 나간다. 오늘 밤 나머지 짐정리와 함께, 마지막 쓰레기가 나갈 것이다.
이혼남이 자기 발로 세상에 서고 싶다면, 가족들과의 끈을 잘라내라. 가족들과 인연을 끊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가족들은 다른 문 안에서 독립된 자기 생활을 하고 있어야 한다. 형제를 독립하도록 내몰고, '아들/남편'의 역할을 거부하는 것도 독해보일 수 있으나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다. 그래야 그들도 살고, 나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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