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이혼으로 검색한 2022-2023년 구글 트렌드가 말해주는 것

싱글맨 2023. 2. 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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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orce' 로 구글 트렌드 검색을 수행한다. 2023년 2월 현재 최근 12개월의 이 검색어 상위에는 앨리웡과 최근에 이혼한 스타들이 주를 이룬다. 코미디언 앨리웡이 1위, 이후 순위는 모델 지젤 번천, TV 프로그램 The Family Chantel, 풋볼 스타 톰 브래디, 앰버 허드, 조니 뎁, 윌 스미스, 제이다 핑킷 스미스, 찰스 3세와 다이애나가 등장한다. 공통점은 모두 알려진 스타들의 이혼 사건에 관계된 검색어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커플이 모두 등장한다는 점이다. 지젤 번천-톰 브래디, 앰버 허드-조니 뎁, 윌-제이다 핑킷 스미스, 찰스 3세-다이애나는 모두 전현직 부부로 최근에 이혼을 했거나 이혼 소송이 진행중이거나,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The Family Chantel의 경우 커플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것으로 안다. 우리는 이 이혼들을 미디어를 통해서 쉽게 볼 수 있다.

검색 자체는 단순하지만, 앨리웡의 이혼이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본다. 뭘까 그게.

2023년 2월 현재 Divorce Google Trend

앨리웡의 이혼이 가장 최근 미디어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에 1위이긴 하다. 앨리웡의 스탠드업 "Baby Cobra"을 흥미롭게 봤기 때문에 기억한다. (개인적으로 베이비 코브라를 그냥 '아기 코브라'로 번역하는 것보다는 '독사의 새끼들'로 번역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꽤 괜찮은 쇼였다.) 거의 만삭의 몸으로 호피무늬의 딱 달라붙는 드레스를 입고 코미디 스페셜 무대에 섰던 앨리웡은 중국-베트남계 혼혈 미국인 코미디언이다. 당연히 결혼 생활에 대한 내용도 스탠드업의 주요 내용으로 등장한다. Baby Cobra가 2016년 작품이니 벌써 8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이후 한국에도 잘 알려진 스티븐 연과도 넷플리스 '비프'를 함께 했기 때문에 한국에도 뉴스가 등장한다.

이 결과는 최근 12개월 검색 종합이고, 가장 최근이라고는 하지만 앨리웡의 이혼 자체는 이미 2022년 4월의 뉴스이니 아주 신선한 뉴스라고 보기는 힘들다. 벌써 2023년 2월이다. 그 이후 다른 스타들의 이혼도 당연히 있다. 구글 트렌드 검색의 시점을 고려할 때 앨리웡의 이혼 뉴스는 2022년 꽤나 강도가 강했던 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왜 이 뉴스가 얘깃거리가 될까? 뎁-허드의 재판보다 검색의 강도가 강하다면 그 이유는 뭘까.

여기서부터는 내 추측이다.

앨리웡의 이혼은 아시아계 미국인 커플의 이혼이기도 하다. 그동안 할리우드를 위시한 영미권 스타들의 이혼중에 아시아계를 찾기는 힘들었다. 수많은 스타들의 이혼중에는 물론 아시아인 남성이나 여성이 이혼이 당사자인 경우가 있었지만, 양쪽 모두 아시아계 미국인인 점, 그리고 양쪽 모두 상당히 알려진 편인 중량감 있는 인사라는 점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전 남편인 저스틴 하쿠타의 경우도 원격의료 기업의 중역 임원이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업계에서 상당한 Footprint가 있는 사람들이다.

영미권에서 데이트와 결혼 시장이 붕괴한다는 것은 이미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가 되어버렸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자. 이혼율의 증가로 시작한 해묵은 추세는 결혼의 감소로 이어지고, 남성은 데이트와 결혼을 거부하거나 포기하고 있다. 오랫동안 결혼 문화에서 숨어 있는 힘으로 작용했던 하이퍼가미 (Hypergamy)는 이제 상식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데이팅앱과 OnlyFans의 득세와 함께 조던 피터슨도 우리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그 다음 역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검색어의 순위 역순에 불과하다. 앨리 웡의 이혼은 데이트와 결혼을 둘러싼 남녀 갈등이 단순히 미국의 백인 주류 사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다른 에스닉 커뮤니티 (Ethnic Community) 에도 전파되고 있다는 의미가 있는게 아닐까. 물론 미국에서 남미계 스타들의 이혼도 파장이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아시아계에서도 이 문제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앨리 웡의 이혼이 아니냐라는 추측을 해본다.

이걸 가지고 뭐가 옳고 그른지를 논하는 것에는 관심 없다. 단 이러한 세계적인 영미권 문화의 흐름은 이제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아시아계가 겪은 문제는 이미 한국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에는 줄어든 결혼과 출생율의 감소로만 알려진 문제, 남녀 갈등으로 알려진 문제가, 영미권이 먼저 겪은 문제를 거의 그대로 겪으며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앨리웡의 이혼 사유에 대해서 분석하는 코스모폴리탄, 베니티페어의 기사와 '나이스 가이가 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지적하는 수많은 유튜버들의 논쟁이 웡-하쿠타의 이혼을 계속 재생산해낸 것처럼, 한국의 남녀갈등이 외적으로 미디어를 통해 원색적으로 드러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남녀 갈등은 각종 남초 여초 카페를 통해 곳곳에서 내면화되고 있지 않나. 한국 사회의 특성상 겉으로 영상을 통해 각 채널에서 대놓고 싸우는 일도 물론 있겠지만, 그것보다 속으로 이미 곪아가고 있지 않나하고 추측해본다. 이미 한국의 남성과 여성은 각자의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국가 세수의 존속과 인구 기반의 재생산에 자신의 인생을 희생할 생각이 없다. 이런 추측을 해보는 이유는, '이혼을 둘러싼 관심을 아는 것'이 블로그 운영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다음 세대에 미칠 영향을 알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녀갈등-결혼/출생율의 저하-인구 감소 문제는 당장 내 딸과 아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내가 고민할 일은 나와 내 자식들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이다. 한국 사회와 국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그것은 사회와 국가가 알아서 고민해라. 과연 차세대 베이비 코브라를 계속 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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