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얘기가 흘러나오고 별거를 하고 있거나 이혼상대자와 대치 국면에 있다면, 본격적인 이혼 절차를 밟기 전에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다.
"인정하는 것"
상대방의 외도로, 경제적인 문제때문에, 다른 사람을 배우자로 들이고 싶어서. 이혼을 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수 많은 이혼 사유를 '성격차이' 라는 법적인 용어 하나로 퉁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일단 인정해야 한다. 이혼에는 본인의 잘못도 있다는 것을, 자신이 기여한 바가 최소한 아주 적게나마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이혼상대자가 외도를 했어도 '나의 탓이구나.' 하고 자존감 낮은 상태로 이혼 절차에 들어가라는 얘기가 아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이혼을 하는데도 '내가 돈을 좀 더 벌었더라면...' 하는 자책감을 가지라는 얘기가 아니다.
이유야 뭐가 되었건, 이혼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상황 자체까지 왔다는 건, 문제를 과소평가 했거나, 괜찮겠지하고 방관했거나, 아니면 아예 문제인지 몰랐다든지, 서로 맞지 않는 생활 습관이나 생각과 경제력의 차이를 애써 무시하고 여기까지 왔다는 뜻이다. 그걸 받아들이라는 얘기다.
물론 결혼생활에서 배우자에데 벌어지는 모든 일을 알 수는 없고 배우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알려고 해서도 안되지만, 일단 손해가 발생했다면 그 손해를 당장 이 상황에서 멈추어야 한다. 그러려면 여기까지 방관, 방치, 혹은 너무 믿었거나 충분히 믿지 못했던 나 스스로의 잘못이 있음을 인정해야 그 다음으로 나갈 수 있다.
이혼은 홀로서기의 시작이다. 홀로서기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남의 탓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혼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남탓을 하기 시작하면, 이혼을 마치고 나서까지 쉽게 유혹에 빠지게 된다. 나의 불행을 모두 이혼상대자의, 전처나 전남편의 탓으로 돌리면 나만 정의롭고 다 망해가는 세상이 보이니까. 나의 불행에 세상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없다. 세상은 나나 당신없이도 잘만 돌아간다.
이혼을 하면서까지 남탓을 하며 삐딱하게 나가면 자책감이나 우울감을 덜거나 후련할 수는 있어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소송 과정, 앞으로의 경제적 자립, 이혼의 각종 후속 조치에 대해서 논리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정하고 싶다면 인정하라. 그리고 내가 했던 결정중에 뭐가 가장 잘못된 결정이었는지 찾아내라. 그걸 찾아서 고쳐내야 다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이건 당연히 고통스럽다. 이걸 인정하는 것보다 이혼의 법적 절차가 오히려 간단할 수도 있다. 어쨋거나 이혼을 경험하는 사람의 마음은 절대로 간단할 수 없다. 그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는 것이 어려워 보일 거고, 실제로 어렵다. 그걸 어떻게든 견디려면 가장 처음 필요한 것은 위로나 내 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결혼, 내가 틀렸다.'
이걸 인정하는게 쉽지 않기 때문에, 이혼을 맞닥뜨리면 가족이나 친구에게 의존하려 하거나, 소송에 의존하여 법적 정의를 찾으려고 한다. 최악은 이혼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연애상대나 결혼상대를 찾는 것이다. 그런 건 상황을 모면할 수단에 불과하다. 이건 다른 글에서 다루겠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가족과 친구는 이혼의 최대 적이다. (이건 나중에 다른 글에서 다루겠다.)
잊으면 안 된다. 최종적인 목적은 '설령 이혼하더라도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나' 에 도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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