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은 싸구려집이다. 그 아파트가 아무리 비싸도, 공동주택은 단독주택을 넘을 수 없다. 그게 청담동에 있거나 반포에 있다고 해서 그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온전한 나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좋은 투자 수단이고, 부동산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비싼 동네의 아파트들에 비싼 가격표가 달리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공동주택의 치명적인 단점은 피할 수 없다. 내 주거 공간으로서는 최악이라는 점이다.
내 주거 공간에 나 이외의 어떤 다른 생물도 없기를 바란다. 꽃나무도, 벌레도, 새도 없기를 바란다. 살아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내가 허락한 것이어야만 한다. 내 소유의 공간에 내 허락없이 숨쉬거나, 공간을 점유하거나 소음을 만들어 내는 이상, 그것은 완전한 소유권이 아니다. 공동체라는 것은 나와의 계약에 의해 필요에 따라 존재할 가치가 있는 것이지, 공동체를 위해 내가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위 "선진국"이라는 미국에도 있는 Home Owner's Association (HOA)이, 집주인에게 일정 면적 이상의 잔디를 확보하게 하고 잔디 관리를 강제하거나하는 외부의 간섭이 있는 것도 주거공간으로서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린다. 게르만 족이 그랬다던가, 주변에 넓은 황무지를 두는 것이 그 부족이 강하다는 증거라고. 동의한다. 동시에 독일이 주택에 대한 규제가 과도한 나라라는 현실이 아이러니하지만.
남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길 바란다. 그들이 그래도 사람 사는 사회에서 함께 공존하는 것이 가치라고 믿기를 바란다. 그들이 이웃사촌(!)이라는 말을 쓰고, '커뮤니티'의 가치를 추구하길 바란다. 그들이 서로 돕고 사는 세상의 정의를 믿기를 바란다.
바닥과 천장을 공유하는 것 벽을 공유하는 것, 공유하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실이 있는 것은 분명한 주택으로서의 흠결이다. 부동산 가치에 계속 목마름을 느껴야하는 것처럼, 당연하게도 단독주택과 주변의 완충지역의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목말라야 한다. 공동주택에, 아파트에 만족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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