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부고와 장례식, 그리고 검은색 수트

싱글맨 2025. 3. 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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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아무리 호상이라고 하더라도 부고는 비보다. 결혼이나 돌잔치 같은 좋은 소식보다 좋지 않은 소식은 그 무게가 더 무거운 법이다. 나의 결혼식에서 얻은 생각보다 유용한 것이 검정색 수트다. 수트를 조금 더 알게 된 이후로 검정색 수트를 입는 일은 거의 없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아들의 입학식에서 입었던 네이비 수트다. 

웨이트를 하기 전에 맞춘 옷이라 허벅지와 어깨가 커져서, 입을 수는 있지만 장례식장에서 절을 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한 수준이 되어 있었다. 원래 맞춘 곳에 가서 수선을 해야하는데 미리 챙기지 못했다. 비보는 항상 예상치 못한 때에 찾아온다.

겨우 맞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크게 몸무게가 불어 아예 못 입는 사태는 피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의 딸과 아들이 맞다. 아빠는 살이 쪘다. 운동까지해서 근육돼지가 되었으니 아이들의 눈에 아빠가 마냥 크게 보일 수밖에. 특히 아들에게 솔직해질 생각이다. 아빠가 다시 살 빼는 것을 약속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다시 주제로 돌아오자. 비보는 급박하게 찾아온다. 검정색 수트는 앞으로 장례식장에서 쓸 의복이다. 어느새 부모님 세대의 친인척들의 연세가 전부 60대 이상이 되었다. 90세를 넘기신 어르신이 계시고, 심심치 않게 중학교와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부고도 들려온다. 40대 이혼남은 장례식장에서도 반드시 몸에 맞는 핏한 의복을 갖추어야 한다. 

문제가 또 있다.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블랙 수트만 문제가 아니다. 신발도 문제다. 

굳이 의복을 얘기하는 이유는 이제 나도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두어해만 지나면 40대도 꺾인다. 시간이 얼마 없다. 죽음이 다시 나를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어느 비보나 다 그렇듯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급작스럽게 찾아올 것이다. 장례식장에 입고 가는 나의 검정색 수트는 어쩌면 나의 수의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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