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그리고 딸에게.
어제는 아빠가 좀 다쳤구나, 괜찮다. 너희들과 만날 때 조금 다칠 수도 있고, 아빠는 괜찮다. 예전의 아빠는 그런 일에 괜찮지 못한 못난 아빠였지만, 지금은 아니란다.
딸, 어제 아빠가 많이 아팠던 곳은 까진 무릎이나 다친 손가락이 아니라 아빠의 마음이었단다. 네가 벌써 마음을 다친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서고, 아빠가 너를 다치게 할만큼 충분히 강하지 못했던게 아닌가해서. 아빠를 넘어지게 했다고 해서 아빠한테 미안해할 필요는 없단다. 아빠랑 있을 때 뭔가 원하지 않는 일이 생겼다고 해도 그건 너의 탓이 아니란다.
또 하나, 책을 읽고 공부 열심해야 공주님이 되는 것은 아니란다. 딸아, 분명히 알아두거라. 너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이란다. 처음부터 훌륭한 사람이었단다. 지금부터 그렇게 누구를 만족시키려고 하거나, 훈련을 통해서 뭔가를 통과해야만 너의 가치가 생기는 건 아니다.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거라.
아들 너도 마찬가지다. 나의 아들딸아,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하지 말거라. 너희들은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완성되어 있었다. 인간이 어른이 되면서 성장한다는 건 사실은 일부분만 참이다. 당연히 몸이 자라고 어른이 된다. 하지만, 인간은 어른이 되면서 작아지기도 한다. 여러가지 이유로 비겁해지고, 현실과 타협하게 되어서 어린 시절에 가지고 있었던 능력들을 다 깨우지 못하고 점점 시간을 보내게 된다. 분명히 알아두거라. 인간은 어른이 되면서 성장하지 못하고 퇴보하기도 한다. ‘공부’ 때문에 주저 앉거나 실패하는 사람도 있다. 아빠는 너희들이 ‘공부’하지 않고도 성공하면 더 좋겠고, 너희들은 '공부'를 하고 안 하고와 아무런 상관없이 이미 충분히 훌륭한 공주님과 왕자님이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지만, 그건 너희들이 충분히 자라고 나서 생각해도 될 일이다. 나중에 스스로에 대해서 더 생각하다가 더 나은 사람이 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스스로를 단련하고 채찍질 하는 것, 당연하다. 그건 너희들이 모자라다고 타인이 평가해서가 아니라, 너희들 스스로 더 좋아지겠다고 생각할 때 유효한 생각이다. 스스로에 대해서 엄격해지는 것은 오히려 충분한 자존감으로부터 나온다. 그건 '공부'가 아니라 '훈련'이라고 부른다. 스스로 의심하기 시작하면 훈련을 할 수 없고, 성장할 수 없다.
분명히 알아두거라.
딸아, 너는 이미 공주님이다. 아들아, 너는 이미 왕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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