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오래된 프로토콜

싱글맨 2026. 9. 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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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건 오히려 리스크를 드러내는 일이다. 방점은 리스크가 아니라, "드러내다"에 찍힌다.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드러내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

지난 주, 공개 비딩을 치른 이후 바로 휴대전화 네트워크마저 터지지 않는 곳으로 조용히 혼자 숨어들었다. 생각을 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 사람을 피했다. 내가 가진 문제들, 팀이 가진 필요 없는 자들이 누군지 걸러낼 수 있었다. 연습에서 하는 실수가 나의 문제라면, 실전에서 벌어지는 실수는 그 놈의 문제다. 둘 다 없어져야 한다. 문제와 리스크는 다르다. 리스크는 시장에서 오는 것이지만, 문제는 조직과 개인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계산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문제를 삭제하거나, 적어도 무력화시켜야 한다. 

일부러 아들과 딸이 옆에 있을 때, 나는 투자를 감행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고, 1차 투자에 불과하다. 진짜 더 큰 투자는 내년에 진행된다. 이것으로 2026년에  남아 있는 현금을 거의 모두 소진했다. 개인연금이나, 처분이 제한되어 있는 증권을 제외하면, 현금을 깡그리 몰아넣은 것이다. 그럼에도 이건 앞으로 있을 투자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40대에도 필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짓을 하려는 자, 어떻게든 자기 관리를 하고 시장을 이겨보려는 자, 현재의 20대나 30대보다 더 어려운 이직이나 창업을 하려는 자, 이런 사람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추구한다. 인간의 가치가 얼마나 과장되었는지, 그럼에도 인간의 가치가 언제 빛을 발하는지, 어떻게 하면 인간의 자유와 자본의 소유를 극대화할 것인지를 하나의 아이콘으로 설정한다. 반지성이 아니라 증강된 지성을 지향한다.

딱 10년전, 이세돌과 딥마인드의 대국이 있었다. 인간의 가치는 AI에게 이긴 이세돌의 게임에 있지 않다. AI에게 진 게임을 복기하는 이세돌과 AI가 이미 인간을 아득히 넘어섰음에도 게임을 계속하는 신진서의 행보에 있다. 인간의 가치는 AI가 수능 만점을 받는 시대에도 어려운 형편에 어떻게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려는 수험생의 어깨에, 어느 때보다 돈이 많이 풀렸음에도 현실의 가계를 이어가려는 인간의 노력에 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자는 패배하겠지만,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자는 멸종할 것이다.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있다면, 그건 인간이 항상 약점을 극복하고 적응하여 생존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가치는 한계를 인정하고 싸우려는 자에게 있다. 

멀쩡하게 기능할 수 있는 날이 아마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어제 시작한 투자로 이 길을 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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