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불화하는가. 그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의심스러운 것은 시스템과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당연히 의심은 나를 느린 사람으로 만든다. 이미 있는 것을 느리게 배우고, 느리게 받아들이고, 느리게 친해진다. 그리고 그건 자랑스럽기만한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한 학습을 느리게 하는 효과가 동반되고, 의지보다 능력에 더 빠른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동료와 협업하여 일을 빠르게 끝냈다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 동료가 사라지면 더이상 그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이런 깊은 불신은 너의 오래된 병통이다.
불화가 계속되면 사람들은 나를 벽으로 생각한다. 당연한 일이고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신들의 릴랙스한 모습이 나는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나의 편한 모습도 아름답지 않다. 나는 내가 아주 조심하지 않으면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술이 한 잔 들어가면 나오는 모습들에 섞여 같은 모습의 나로 스스로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렇게 동화된다고 해서 당신들이 내게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본 모습은 꼭 술이 들어가야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도 너희들과 섞이기 싫다는 말에 내 말을 국한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이용하며 살아간다. 문제는 그 '이용'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의 문제이다.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른 사람이 만날 수밖에 없이 만나서 각자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면 불화는 대부분 일어난다. 서로 원하는 것이 달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저 사람이 원하는 것이 방해한다면 사고는 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 때 등장하는 것이 '논리를 가장한 프레임'들이다.
'관리감독자로서의 의무와 역량' 에 따라 당신에게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다.
- 내가 걸리적 거리는 것에 한 마디하려면 관리감독자로서의 자기 완장을 꺼내들겠다는 뜻이고, 그렇게 하는 것은 본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면피 발언이다.
'C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당신이 열심히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 내가 C라는 평가 혹은 F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직업윤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라고 하거나 '합의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라고 말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C를 C가 아닌 실패로 규정하는 것과 B여야 C로 평가하는 것은 분명한 가스라이팅이다. 원하는게 있고 내가 방해가 된다면 법적인 도구를 사용해서 나를 제거하면 된다.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 내가 말하면 민주주의고 네가 말하면 극단 혹은 이단이다. 종교인의 경우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거나 '우주의 섭리에 어긋난다.'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쓰이기도 한다.
'난 너라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줄거라고 생각했어.'
- 내가 눈을 낮추어 너를 '만나주거나 결혼해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지라는 뚯이다. 자매품으로 '내가 너를 이 정도면 충분히 받아주는거 아니야.' 가 있다.
어떤 분야든, 우리는 남의 인정을 받도록 훈련되었다. 적어도 나는 30년 동안 인정을 받고 뿌듯해 하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남의 인정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남의 인정이 나 스스로에 대한 인정과 나의 기준을 을 무시하는 과정을 12년 동안 생각보다 너무 많이 겪어 왔다.
위의 '해석들'이 나에 대한 스스로의 변명이 되거나, 잣대를 낮게 세팅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고성과자가 좋은 평가를 받고 매력 있는 사람이 인기와 사랑을 얻는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에 짓눌려 내가 원하는 것과 그들이 원하는 것이 다른 상황을 축소하고, 나의 잘못의 과대평가하는 일은 나의 정신을 죽인다. 스스로에게 엄격하되, 그걸 적용하는 상황이 충분히 앞뒤가 맞는지 생각할 일이다. 이러니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 자가 강하다.' 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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