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즈음 삼성전자 메모리에서 하이닉스로 이직하신 분을 두어번 업계 세미나에서 만난 적이 있다. 개인적인 인연도 크게 작용해서 그런 결정을 내리신 것으로 알고 있고, 다른 한 분은 아예 모르는 분이고 발표만 들었을 뿐이지만, 결과적으로 두 분 다 그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은 선택을 한 사람들이다.
모르는 사람 눈에는 당시 1등을 하던 회사에서 이직을 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그들은 성공적인 투자를 한 셈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운도 있어야 하고, 자기 직업에 대한 감이나 분위기를 감지해야 내릴 수 있는 결정이다.
정반대의 결정의 결정을 한 사람들도 있다. 만년 2등이었던 하이닉스에서 1등 기업으로 가겠다고 2020년쯤 삼성전자 반도체로 이직한 경우 말이다. 어느 사업부인지까지 얘기하면 너무 슬퍼지니 그만두자. 그래서 누군가 지금 이 시점에 삼성전자에서 하이닉스로 이직하는 것에 대해서 조심스럽다. 일종의 추격매수이기 때문이다.
블라인드에서 보이는 성과급을 놓고 쪼개지는 일들은 국내기업 전체로 놓고 보면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노동 시장도 투자의 영역일 수 있다는 점이다.
위 사례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은, 저들의 높은 성과급이…..그들의 직업적 능력때문인가, 아니면 소속 때문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후자의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 물론 당연히 둘 다 영향이 있다. 시장이 어떤 능력을 높은 가격에 사는 이유는, 그 능력이 희소하고, 동시에 그 업에 있어본 인간의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 진흙탕 싸움이 매우 공허하면서 슬프게 느껴진다. 노동을 파는 것도 투자로 본다면, 반도체 성과급 논쟁이 더욱 이상하게 느껴진다. 누구를 믿었고, 누가 누구를 버렸고, 노조가 초심을 잃었고, 단일대오가 필요하다는 말들 말이다. 그러나 글쎄. 노동자도 회사를 선택하고, 회사도 노동자를 선택한다. 심지어 노동자가 노조도 선택하고, 나아가 노조도 일부 노동자를 선택한다. 모두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움직이는 시장에서, 도대체 누가 누구를 믿는단 말인가.
정해진 규칙을 가지고 공통의 목적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적어도 예측 가능하고 나름 공정한 룰이 적용되는 것, 그것을 우리는 스포츠라 부르지, 현실이라고 하지 않는다. 스포츠가 아름답고 대중을 열광시키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 그건 룰이 그때그때 바뀌는 현실 세계보다 덜 지저분하고 매끄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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