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너희들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뜻이냐

싱글맨 2026. 6. 7.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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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의견과 아들, 딸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원래 다른 세대란 일정 수준 반목하거나 서로를 거부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초등학교에서 상장을 공개적으로 수여하는 일이 사라지고, 승패를 가리는 운동까지 없애가면서 어떻게든 어물쩡(?) 동점을 만들어 버리는, 학교 교육의 현실에 대해서 딸과 아들, 그리고 나와 전처의 의견이 같다는 것은 단순히 흔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반가운 일이긴 하다. 너희들이 학교에서 나오면 경쟁이라는 것이 있고, 세상이 너희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엄마와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 너희들이 당연히 엄마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엄마나 아빠나 경쟁을 통해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너희들이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너희들이 사춘기가 도래하기 전, 그런 생각을 받아들이고 사회의 공기를 읽어낼만큼 주변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쩌면 나는 나를 위해 녀석들에게 그런 그늘진 곳을 더 많이 보여주지 않았나하는 자책감도 든다. 결국 '그래서 아빠나 선생님마저도 의심하라는 것이다.'라는 말을 한 번 더 했지만, 그러면서도 나도 아빠이기에 자식에게 예쁜 것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으니 말이다.

미대에 진학하겠다는 얘기를 한 딸이 다음에 만날 떄는 미술관에 가자는 아빠의 제안을 쉽게 수락한다. 예전에는 별 관심 없는 녀석들을 일부러 끌고 가는 느낌이 있었는데, 미술에는 큰 관심이 없는 아들 녀석마저 한 번 갈까하는 말을 쉽게 해낸다. 나는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혹시.....이 녀석들도 이제 앞 뒤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궁금한 것이 아닌가. 너희들 눈으로....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뜻이냐?

이런 묘한 의견의 일치가 의미하는 것은 하나다. 이제 세상이 변할 때가 되었다는 것, 기후와 사회의 공기가 변할 시점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우리는 최근 최초를 너무 많이 보았다. 자식들과 같은 생각을 하는 이 시기가 묘하게도 1550원이 넘는 환율과 지방선거의 후폭풍과 시기를 같이 한다는 점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장마철 먹구름 사이로 어떤 징조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한 쪽이 극에 달하여, 불균형이 균형을 잡는 일이 되는 그런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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