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지금 그 등기부등본이 너와 내가 이혼한 이유를 말한다.

싱글맨 2026. 5. 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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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부등본이란, 취등록세를 낸 소유자로서 누릴 권리를 표시하는 문서다. 이 집이, 이 상가가, 이 땅이 내 것이다, 혹은 네 것이다라고 말해주는 문서. 개인정보를 가리긴 하지만, 그래서 등기부등본에 내 이름이 있다는 것은 드러내게 되어 있다.

소유권만 드러내는 게 아니긴 하다. 빚도 드러낸다. 갑구와 을구의 차이다. 나는 네 등기부등본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서 보고 있다. 국적자로서 그걸 열람하는 건 내 권리이다. 무엇을 소유하건 얼마의 빚을 지건 그건 네 권리이다.

문제는 네 등기부등본이 곧 있을 너와 국세청의 조우를 확인시켜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취득 당시 설정된 근저당권 외에 각각 다른 2금융권 지점에서 받은 최근 1년간의 추가 대출들은 네가 사업자 대출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진심으로 곧 개업이라도 하거나, 하다못해 치킨집이라도 차리길 바란다. (그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애들이 꽤 컸다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

이혼하지 않았다면, 아마 내 돈까지 섞여 처가로 들어갔을 것이 뻔히 보인다. 네 엄마와 네가 감정적, 경제적 끈을 끊지 못하는 것도, 동북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병이다. 단기적으로 너는 현 정권의 전수조사를 넘겨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너는 복잡하디 복잡한 상속 문제의 씨앗을 심었다. 네가 빚을 내어 엄마를 도운 것이 과연 네 형제들에게 너의 기여분으로 곱게 인정받을 수 있늘지,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나는 너의 실패를 바라지 않는다. 애들 엄마로 기능해야 하니까. 네가 해결할 자신이 있다면 그것도 좋다. 정답은 주민등록초본에 있겠지. 내 돈 네 돈을 정확히 따지는 것은 설령 가족이나 부부간이라도, 자본주의 사회의 덕목이다. 내일 모레 50대임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너와 이혼하길 얼마나 잘 했는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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