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에는 병원이 큰 몫을 한다. 이혼을 한 사람은 더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나서야 한다. 꽤나 증상이 중하다면, 같은 증상을 가지고 적어도 두 군데 이상의 병원을 찾아다니면서 내 몸을 파악해야 한다. 이혼 이후에 30대 후반, 혹은 40대를 향하는 나이이고, 재혼을 원하거나 부모 노릇을 하고 싶다면, 병원과 멀어질 수 없다.
학위를 마쳐 그걸로 밥벌이를 하고 있지만, 학위과정에서 건강에 소홀했던 점은 나를 두고두고 갉아먹고 있다. 이혼 이후 5년이 지나, 또 하나의 치아가 나와 작별을 고했다. 발치가 끝나고 입을 헹구면 피고름이 나온다.
노후 자금을 계산할 때 생활비만 나이브하게 계산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플란트 비용 X 치아 갯수만 해도 아주 모자라는 돈이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생각보다 건강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런 숫자는 보수적으로 잡는 편이 좋다. 신경치료에 수십만원, 임플란트에 수백만원 깨지는 건 당연한 거다.
식단과 운동 적극적인 병원 내원,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한 자기 관리의 기준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 나에게는 나를 챙겨줄 배우자는 없다. 내가 챙겨야할 자식들과 늙어가는 부모형제가 있다. 괜히 돈이 전부다라는 글을 쓴게 아니다. 이걸 다 메꿔가면서 부모 노릇하고 사람처럼 살려면 근로소득은 항상 모자란다.
치과약을 받아 나오면서 정형외과에서 받은 진통제나 통풍 치료제와 충돌하는 약은 없는지 약사에게 문의한다. 입안에 흥건히 고이는 피를 삼키며 통풍 치료제를 함께 털어 넣는다. 진통제가 입 안에서 녹아 쓴 맛과 피비린내가 동시에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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