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Kill the cubs

싱글맨 2025. 3. 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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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마치고 혹시나 싶어서 대피공간 앞 좁은 난간에 비둘기가 둥지를 틀지 않았나 확인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마침 확인하는 그 순간 어미 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었다. 어미 비둘기는 어지간한 소리나 진동에도 움직이지 않고 알을 품었다. 방충망만 남겨 놓은 상태에서 공책을 던져 어미 비둘기를 몰아내고 둥지를 보니 알이 세 개쯤 있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 둥지를 밀어버렸다.

깨진 알

난간도 내 공간이다. 내 공간을 침해하는 것도 내 자식에게 갈 자원을 앗아가는 침략행위다. 다음에 다시 어미 비둘기가 둥지를 틀지 않게 조치를 취하겠지만, 다시 둥지를 튼다면 그 때는 둥지를 밀어버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잔인하다 말하지 마라. 숫사자가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면 새끼들부터 죽인다. 자연에서는 늘 일어나는 일이고, 애초에 비둘기가 아파트 단지에 와 사는 것도 아파트 단지라는 인간의 (내가 일부 지불한) 자원이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비둘기가 내게 월세를 낼게 아니라면, 나는 공생에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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