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동거를 하면 안 되는 이유 (양육비 선지급제 공약과 양육비 채무)

싱글맨 2022. 7. 3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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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는 당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사실혼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혼이 성립하는 조건을 찾아보면, 결혼과 가정을 꾸릴 의사가 있고, 돈이 오가서 실질적인 경제공동체를 형성할 의도가 있었는지를 파악한다고 하지만, 그걸 누가 판단하는가. 가정법원이 판단한다. 판사가 판단하는데는 증거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실혼으로 인정되면 사실혼 해소를 위한 이혼 절차가 필요하다. 즉, 당신의 순진한 동거는 이혼으로 끝날 수 있다. 결혼을 하지 않고도 이혼할 수 있는 것이다. 

이혼의 법적인 속성에 대해서는 여러번 썼다. 이혼이라고 하면 법정을 쉽게 떠올린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단어는 법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결혼을 사랑이나 연애의 연장으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동거에 관한 법적인 속성을 따져보면, 한국도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보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 Cohabitation, 동거의 실질적인 기준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일정 기간 이상 사귀고, 상당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것, 재정적으로 cohabitation 관계에 있음을 인정하는 재무기록이 있다는 것 만으로 동거로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주별로 다르기 때문에 속속들히 알지는 못하지만, 페미니즘 진영과 여성 단체에서는 동거 자체를 결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결혼에 준하는 법적인 두 인격의 결합으로 보려는 경향이 작용한다. 

단순히 여자친구와 혹은 남자친구와 산다는 것으로 알려진 동거가 앞으로 이런 경향이 한국에서도 짙어질 경우, 결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결혼에 준하는 법적인 책임을 동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앞날을 알 수는 없기에 이런 입법이 이루어지고 사법부가 미래에 생길 수도 있는 동거 커플에게 강제하는 어떤 법적인 강제력을 행사할지를 미리 알 수는 없다. 

문제가 발생하는건 상당수 커플들이 동거를 결혼으로 향하는 중간단계로 본다는 점이다. 중간단계이긴한데, 실패했을 때 출구전략이 없다. 사실혼이 성립할 경우 최소한 재산분할을 하게 된다. 사실혼 해소를 위한 재산분할과 자녀에 대한 권리 행사를 위해 한국에 판례가 생긴 것은 1998년 정도로 추정된다. 결혼을 위해 동거를 시작했다가 도저히 맞지 않아 동거 관계를 끝내는 것이 98년 이전에는 아무런 법적인 제약 조건이 없었다가, 그 이후에 사실혼 해소 관련 판례들이 생기면서 사실혼과 관련된 가정법원의 입김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법제도 그렇게 바뀌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걸 대부분 모르고 동거라는 걸 해왔겠지만, 동거를 할 때 구체적으로 조심할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것 같다. 

동거가 동거로 끝나려면, 일단 두 사람의 돈이 섞이면 안 된다. 양가 부모가 서로 인사를 하거나, 서로 결혼을 상정한 호칭으로 부른다던가, 아이가 생겼다던가, 결혼식장을 예약했다던가 하는 일이 벌어지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뭔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해야하는 시점이 훨씬 앞으로 와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성친구의 집에 다가 내 물건을 가져다 놓으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속편한 처방일 될 것으로 보인다. 

동거 커플 사이에서 아이가 생긴다면, 이건 사실혼을 따질 이유조차 사실 없다. 결혼 여부와 관계 없이 법적인 부모에게 자녀에 대한 책임에는 제한이 없다. 법적 부모는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해야할 책임을 무조건 진다. 하지만 거기까지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동거하던 커플이 결혼에 대한 '준비'라는 것을 시작했다라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사실혼 해소 소송은 한국에서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하면서 있었던 양육비 채무에 대한 선지급제 공약에 대해서 이런저런 요구가 많다. 요구하는 입장은 이해가 된다. 도입이 되진 않고 있지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양육비 채무자에게 국가가 나중에 징수한다는 개념이다.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일단 국가가 징수한다는 것은 양육비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 국가가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뜻일 테고, 더 눈에 띄는 것은 드디어 '양육비 채무' 라는 단어가 뉴스에서 쓰이는 단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로서 분명해졌다. 양육비 지급은 곧 채무의 이행이고, 이혼대상자에게 양육권을 넘긴다는 것은 양육비 채권을 발행하는 일이 된다. 그리고 채무관계는 사법부가 강제한다. 양육비 선지급제 제도가 도입된다는 것은 가정법원에서 구속력이 비교적 약했던 채무 이행에 대한 강제력을 민사 사건으로 취급하여 일반 법원에서 다루는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국가가 구상권을 청구할 경우, 채무자는 국가에 빚을 진 것이 되며, 이 채무는 죽을 때까지 따라다닌다. 

결론적으로 법이 정교해지면서 커플 관계는 개인적인 것에서 점점 더 법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당신이 동거마저도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혼전순결 같은 나이브한 것이 동거를 회피해야 할 이유가 아니라는 것은 명확히 해두었으면 한다. 자녀를 위해 양육비는 잘 지급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선지급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세금을 쓴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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