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심리 상담 정리 - 회복에 필요한 이혼 심리상담의 세 가지 주제
4년에 걸친 이혼 상담이 종료되었다. 귀신 같이 빨랐던 결혼식만큼이나 이혼의 법적 절차도 3주만에 끝났다. 하지만 이혼과 관련된 상담은 그렇지 못했다. 이혼이라는 사건 전후로 4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나'라는 이혼남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혼관 관련된 심리상담을 끝내며 궁금해졌다. 이혼에서 필요한 회복 기간은 얼마나 될까? 회복하기 위해서 나는 무슨 얘기를 했었나.
나의 심리 상담은 이미 법적 이혼일 2년전부터 시작되었다. 부부 사이의 문제는 어느날 갑자기 문제가 되어 깜짝 이혼을 하는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정서적으로 힘든 부분들이 커지고, 부부 사이의 트러블이 거기에 불을 지른다. 갈등이 정점에 이르면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이혼 전에 이미 시작된 상담을 통해, 내담자로서 상담자께 처음으로 이혼이라는 말을 꺼냈다. 4년에 걸친 심리 상담을 끝내며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어쩌면 부부 사이에 할 수 없는 말을 상담실에서 했고, 이제 그 밀도 높은 시간이 끝나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긴 기간동안 상담을 해왔으니까.
1. 하소연 - 결혼생활의 문제 찾아내기
하소연은 이 단계에서 다 해야 한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방에 들어왔지만, 하소연의 범위는 부부 사이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결혼생활과 관련된 시댁-처가 일가의 문제와 갈등, 돈 문제와 양육문제, 생활 습관의 문제까지 이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이 단계가 가장 길고 지리하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이혼을 선택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단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리상담 전문가가 아닌 가족이나 친구, 지인에게 상담한다는데 있다. 민형사상의 법적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이 단계에서 이혼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나의 경우 이 기간이 4년 중의 2년이다. 그리고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친가와 처가의 가족 문화 차이, 나의 인정 욕구, 열등감과 우월감, 내가 가정 경제에 기여한 액수는 어디로 쓰이고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첫 단계의 상담을 가족이 아닌 제 3자를 통해서 할 수 있었던 것도 나의 행운이었다. 하소연에만 머무르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이 세밀할수록 좋다. 결혼생활 전반에 걸친 문제를 쏟아두고 실질적인 이슈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시간을 충만하게 보내것이 쉽지는 않다. 나는 운이 좋았다. 기간 내내 한 명의 상담자를 통해 마음 속의 말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고, 만만치 않은 예산이 드는 일이기도 하니까. 내담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스로 결혼생활의 연장과 이혼 사이에서 망설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참고 사는 대부분의 부부는 이 단계에서 사건이 더 크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이지 않을까 싶다. 이 시간에 스스로를 상담실에서 추스르고 간신히 결혼 생활을 유지하며 일상을 살아가게 되는데, 여기서 이혼에 이르러면 뭔가 벌어져야 한다.
2. 사건과 이혼 - 이혼을 촉발시킨 방아쇠는 무엇이었나.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혼의 트리거. 이혼이 오랜 결심 끝에 결정하는 것이지만, 이혼을 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발생한다. 본인이 설정한 선을 배우자가 넘는 경우, 드디어 배우자는 이혼예정자가 된다. 안타깝게도 이 트리거에 대해서 상담자와 미리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이혼을 머리로 결정했어도 가슴으로 실행하게 되는 것은 감정적인 부분이 크다. 본인 마음에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중환자실에서 이혼을 결정했다. '이건 아니다.' 정도가 아니라, '이러다 죽는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두 번째 단계에서 상담자와 주로 이야기 하는 주제는 이혼에 대한 결심과 실질적인 법적 사건에 대한 나의 감정이다. 그리고 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면서 전후처리 협상에 대한 나의 상황을 확인하고 나의 입장을 강화하게 된다. 이혼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상담자는 심리와 감정을 다스리는데 도움준다. 함께 슬퍼하지는 못해도, 내담자에게 공감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혼에 대한 나의 입장이 강화되고, 감정적으로 독립하게 된다. 이 단계는 아주 빨리 끝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변호사와의 상담도 병행되기 때문에 사실 매우 바쁘다. 하소연은 끝나고, 심리적으로 독립하겠다는 의지가 강화되면서 본격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3. 전후처리와 나의 회복
셋째 단계에 와서야 나의 회복과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 하게 된다. '전후처리'라는 것은 이혼 성립에 따른 재산분할과 양육권 설정이다. 초반에는 이혼의 세부사항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상담자와 하게 되지만, 결국 이혼이 끝난 이 단계에 이르러서야 나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 회복 단계에서 나는 1년 10개월 정도의 시간을 썼다. 상담을 해 나가면서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한 문제는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아빠가 될 것인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혼을 설명하나.' 같은 문제들이었다. 제한된 시간에 만나는 아이들과의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려고 노력하면서도, '나만의 목표'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다.
'내 인생의 목표'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결혼생활중에는 하기 힘든 것이었다. 결혼생활을 하고 있으면 '가정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이 과정이 좋게 보면 한 없이 좋게 볼 수 있고, 끝없는 희생으로 볼 수도 있다. 이혼을 하고 나서야 결혼의 주인공이 '사랑'이 아니라 '희생'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머리와 가슴으로 동시에 이혼을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는데 그렇게 1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나를 상단한 그 분은 나의 결혼생활에 대해 나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4년에 걸친 긴 심리상담이 끝났다. 묘하게도 이혼을 겪는 기간동안 동반된 팬데믹의 종식과 직업적 회복, 외부활동의 재개와 함께. 상담하면서 내가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뭔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상담실을 방문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요.'
맞는 말이다. 어쩌면 이혼 이후 2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다시 오롯이 나 스스로를 챙기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